나는 정리컴플렉스가 있는 정리전문가이다.

3. 당신의 쉼은 누가 만들어 준 것인가?

by 안서아

"왜 우리는 집에서 온전히 쉬기만 바랄까?"

이유를 알아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테니...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집은 긴장 풀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답한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비율은 압도적 1위였다.


집에서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사이인데 정작 집안에서 뭔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같이 밥먹는 정도? 예전 같으면 tv 라도 함께 보며 수다를 떨거나 채널 싸움이라도 했을 텐데 스마트폰이 있으니 그조차 없다.

우리는 함께 살아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집안에서 뭔가를 함께 하는 일이 적다. 왜 우리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면서 집에서는 혼자 보내고 싶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그때 일하던 엄마를 한두 시간 따라다닌 일이 있었다. 정확한 이유가 기억나진 않는데 그날 내가 받은 충격은 선명하다.

어릴 적 엄마는 늘 편찮으셨지만 그땐 많이 좋아지셨고 내가 중학교 때 쯤부터 일을 하셔야 했다.

그래도 여전히 몸이 약한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집에 와서 늘 누워만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엄마는 늘 힘이 없고 예민하고 아팠는데 밖에서 본 엄마는 너무나 활기있고 씩씩하게 잘 웃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배신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무렵 엄마는 우리 삼남매를 혼자 키우고 계셨는데 우리 키우는 게 원치 않던 일이었나? 사춘기 비뚤어진 마음에 잠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울한 마음으로 며칠을 지내다 막내 이모에게 털어놨다.

“엄마는 원래 에너지가 강한 사람은 아닌데 돈을 벌어야하니 밖에서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것“이라고 이모가 말해줬다.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려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하긴 했지만 30년도 넘은 지금까지 그 충격의 강도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도 그렇다.

물론 내가 하는 일이 육체적인 노동이기도 하지만, 나는 정리수납 현장 서비스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선 그냥 소파에 기대 잔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적어도 1시간은 자고 일어나야 조금 움직일 힘이 생긴다.


소파에서 자다가 남편이 딸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날이 많다. 퇴근한 남편이 주방에서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그렇게 집안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안심하고 깊게 쉴 수 있다.

그 시간 나의 완벽한 쉼은 남편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남편은 대부분의 평일에 퇴근 후 별일 없이 집에서 보낸다. 하지만 주말 이틀은 거의 종일 밖에서 야구를 한다. 회사 야구 동아리 감독이기도 하고 우리 시의 사회인 야구 리그에서 심판을 보고 있다.

남편은 야구장에서 쉬는 것이다.


나도 일이 없는 주말엔 남편의 쉼을 거들기도 한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서 응원을 가기도 하고, 집안일도 한다.

세탁, 설거지, 청소, 요리 등 매일 하는 집안일을 어떤 기준으로 누가, 언제 할지 정한 적은 없다. 다만 내게 쉼이 필요할 때는 남편이, 남편이 쉴 때는 내가 상대의 좀 더 완벽한 쉼을 위해 그냥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가끔 고객들이 “대표님 집은 엄청 깔끔하겠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쉐프는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다”거나 “남편이 입금을 안해줘서 집에서 일을 안한다.”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말한 것처럼 난 깨끗함에 강박이 있지는 않다.


힘들면 어떤 상황에서도 쉬고 에너지가 있으면 움직인다.

엉망인 집에서 최선을 다해 쉬면서도 나는 집안일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우리”이고 우리 집은 “우리의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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