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상암 우 홍대' 주민으로 살기

어느 마포구민의 이야기

by 별빛


전부터 써볼까, 싶은 글이 있었는데 농담처럼 말만 하다가 휴직 기간에 한번 써보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해본다. 이름하여, <좌左상암 우右홍대>라는 제목으로 시작해보는 매거진. 그러니까, 상암과 홍대 사이 그 언저리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의 삶이라고나 할까.


어쩌다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지, 이 동네에서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써볼까 하고. 이 동네에서 살기 때문에 경험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빼놓을 수 없다. :-)


아마도 대학생 때 약식으로 해본 애니어그램 검사에서, 나는 2번과 7번이 나왔던 것 같다. 2번은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사람, 7번은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사람 없인 못 사는 재미주의자다. 곁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도 많이 타고(강아지냐), 즐겁고 재미난 것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참새냐) 사람.


그렇게 흘러흘러 이 동네에 살고, 어느새 10년(우와! 헤아려보다가 나도 깜짝 놀랐다!) 이상 살고 있는 나름 동네 터줏대감(?)이 되었네! 동네 홈플러스 갔다가 육중완님이 털레털레 장보러 나오신 것도 보게 되고(그냥 동네주민1님 만난 느낌. 예전엔 가끔 마주쳤는데 그러고보니 아마 이사가셨다고 방송에서 나왔던 듯?), 상암에 산책 나갔다가 신하균님 촬영하는 모습도 보게 되는 동네. 수영장 수업 갔다가 유명한 아티스트분과 함께 수영 레슨 받는 영광(?)을 누리는 왠지 설레는 경험들.


직장 선배들이 목동으로 이사오라고오라고오라고 몇시간에 걸쳐 설득한 날이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넘어가지 않고 있는 이유다(대체 술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우린 왜 그리 목동 이야기만 했었던가 ㅎㅎ). 목동이 아이들 키우는 데 좋은 동네임은 너무 잘 알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더 자라서 '엄마 나 버스 타고 목동으로 학원 다니기 너무 힘들어. 이사가면 안 돼?'라고 하는 날이 와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될 날이 올지는 나도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은 우리 동네가 너무 좋다. 젊은 에너지와 다정한 가족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동네의 기운이 좋다. 초록이 가득한 공원과 개성 있는 숍이 공존하는 다채로움이 사랑스럽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임대료가 싼 곳으로 밀리고 밀려나다보니(?) 우리 동네가 혜택을 입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책방이 지척에 여러 군데 있다는 점이 나 같은 책덕후에게는 가장 행복한 일인데, 사실 출퇴근 하면서는 거의 못 가봤다.


최근에 서점 리스본에 드디어 처음 가봤을 때, 마침 정현주 작가님이 책방에 계셨는데, "이제 책방은 여기에서만 하시나봐요, 리스본 1호점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와 보네요." (원래 연남동에 1호점이 있었고, 내가 들른 곳은 원래 2호점이자 이제는 유일한 본점이 된 곳. 원래의 1호점은 지금은 문을 닫았다) 했더니, 작가님께서 "우리 6년이나 있었는데~!!"(햇수를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다;;) 하시는데 뭔가 그 미안한 느낌..


그 아쉬움과 미안함을 휴직 기간에 좀 풀어보려고(?) 한다. 과연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틈틈이 산책하고 쏘다니며 미션을 수행해볼까 싶다.


좌 상암, 우 홍대

이때의 '홍대'는 홍익대학교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홍대에서 시작된 분위기가 밀리고 밀려 실은 이제 홍대보다는 상수에서 합정으로, 망원과 연남으로, 이제 성산동까지 밀려난 그 특유의 문화를 의미합니다. :)


여전히 책과, 아기자기한 것들과, 귀엽게 소근거리는 것들을 좋아하는 동네덕후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좌 상암 우 홍대'의 스토리, 이렇게 한번 시작해 볼게요!


(*제목에 넣은 사진은 어느 봄날의 연남동,

벚꽃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