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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16. 2024

[이민일기] 넌 이름이 뭐니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되려나?

I’m Rebacca. This is my daugther, Mia. (난 레베카야. 얘는 내 딸 미아야)”


학부모들 간의 통성명.

미국에 온 지 일 년이 지나고 아이 둘을 각각 학교와 프리스쿨에 보내면서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문화가 아닐까?


일단 상대가 이름을 알려줬으니 내 이름도 알려준다. 허나 ‘Hwayoung’이라는, 알아듣기도 어렵고 발음은 더더욱 어려운 나의 이름을 듣는 순간 상대의 동공은 흔들리고, 그걸 보는 나 역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아이를 낳고 나의 이름은 온데간데 없이 ‘~맘’, ‘~엄마’, ‘~어머님’ 불리는 것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나 자신을 인정받는 느낌이라 썩 나쁘지 않다.




또 신기하고 재밌는 건, 생각보다 다들 내 이름을 너무 잘 발음하고 기억한다는 거다.


내 이름이 꽤 어려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줄여서 ‘young’이라고 부를까,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만남이 반복되고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어설프던 발음도 점점 정확해지고, 이름이 어려워서 기억하지 못하거나 날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없더라.


심지어 최근에는 다민이 프리스쿨의 3살짜리 친구까지도 ‘Damin’s mom’ 대신 내 이름을 부르는데 참 고마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으니 내가 꽃이 될 일만 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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