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문은 엄마를 성장시킨다
아이의 성장을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주는 밥만 먹고, 나랑 잠들고,
내가 해주는 이야기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엄마가 아이의 전부이던 시절을 지나
기관을 다니면서 선생님에게 배우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맺고,
글자를 익힌 후에는 혼자 읽는 책도 생기면서
하루하루 아이의 세계는 확장이 되고 아이는 자라는데
한 번씩 아이가 하는 말이나 질문에 놀라곤 한다.
올해 초 주원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president가 누구야?”
“지금은 조 바이든이지”
(사실 처음에는 “미국 아니면 한국?” 반문을 했는데 그 순간 주원이가 president가 대통령이며, 한국에도 있는 존재라는 걸 알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원이의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 바이든은 무슨 일을 했어?”
자랑은 아니지만 난 미국 정치는 고사하고 한국에서도 정치 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여섯 살 아들에게 ‘엄마는 정치에 관심이 1도 없단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직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얘기하기가 어려워. 보통 임기가 끝난 다음에 평가를 하거든”
그날은 나름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말을 하면서도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엄마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을 할 만큼 성장했다는 걸 느꼈고, 나와는 달리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주원이가 예뻤다. 그리고 요새 난 미국 정치를 다루는 팟캐스트를 듣고 신문 기사를 읽는다.
오늘 저녁,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던 주원이가 말했다.
“내 친구 A는 아빠가 두 명이래”
‘이건 또 무슨 얘기지? 이혼을 하고 엄마가 재혼을 해서 새아빠가 있다는 얘기인가?’ 황급히 머리를 굴리는데 덧붙인다.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두 명이래”
살짝 당황했지만 “아, 그래? 그럴 수 있지.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거든” 말하는데
이번에는 다민이가 말한다.
“맞아. 엄마아빠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 수도 있고 말이야. 나 배웠어!”
이제 겨우 pre-K 과정을 시작한 지 2주밖에 안 된 네 살 아이가 이런 다양성에 대해 배웠다는 데에 놀라고(그야말로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반증 아닌가), 그걸 다 알아듣고 와서 재잘거리는 아이가 대견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주원이의 질문은 나를 또 긴장시킨다.
“남자끼리 어떻게 결혼할 수 있어?”
“남자끼리 결혼할 수 있는 나라도 있긴 해. 미국도 모든 주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캘리포니아에서는 되거든.”
일단 거짓말을 하는 엄마가 될 수는 없으니 사실을 적시하고
“남자랑 여자가 결혼하는 게 더 일반적이긴 해.”라고 소심하게 덧붙였다.
미국 정치와 동성결혼.
원래의 나라면 큰 관심 갖지 않을 주제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나의 세계가 얼마나 넓어지는지 생각한다. 엄마로 산다는 거, 이런 점에서는 참 매력적이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