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는 아이들
최근 Half birthday*를 지난 만 7.5세의 주원이를 보면서 많이 컸다는 생각을 부쩍 하게 된다.
*Half birthday, 말 그래도 생일의 6개월 후 날짜를 의미한다. 미국 학교에서는 학기 중에 생일 축하가 어려운 여름방학 생일자들에게 half birthday를 챙겨주기도 한다. 다정도 하여라! 덕분에 나도 주원이의 half birthday를 의식하게 되었는데, 그즈음부터 유난히 ‘많이 컸구나’ 싶은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올해 초 학교 Winter concert 무대에 선 주원이를 봤을 때도 그랬다. 그동안은 공연을 앞두고 “떨린다, 가기 싫다” 투정 부리고, 무대 위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에 귀를 틀어막으며 질겁하던 주원이가 이번에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열심히 노래하고 중간중간 웃기도 하면서 공연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무려 혼자 화장실 뒷처리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빠른 독립은 아니다. 특히 화장실 뒷처리는 진작 독립시켰어야 했던 부분인데, 사실 여기엔 조금 다른 사정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닮아 밖에서 큰일을 거의 보지 않는다. 주원이는 어린이집부터 5년 넘는 기관생활을 했지만, 큰일을 본 건 딱 1번뿐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학교 다닐 때 손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화장실 자체를 잘 가지 않았다. 90년대 학교 화장실이 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냐고 호소하고 싶지만 인정한다, 나의 유난스러움. 아무튼 이런 것까지 닮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덕분에 굳이 화장실 뒷처리를 연습시킬 필요를 못 느꼈다.
결국 전반적으로 다소 늦은 독립은 독립하려는 욕구가 크지 않은 아이와 독립을 서두르지 않은 부모의 합작품이 아닐까 싶다. 15개월부터 “다민이가, 다민이가”를 외치면서 숟가락을 쥐고 혼자 이유식을 먹던 다민이에 비해 주원이는 독립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았다. 아이들 목욕 담당인 남편도 함께 씻는 동안 이야기 나누고 스킨십하는 시간이 좋아서 ‘굳이?’ 했고, 뭐든 내가 빠르게 해치우는 게 마음 편한 나도 서두르지 않았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 부부 미국에서 오롯이 둘의 힘으로 애 둘 키우면서 ‘힘들다 힘들다’ 말은 하지만, 체력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나 보다.
그럼에도 때가 있기는 한 건지 두 가지의 독립이 한두 달 사이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늘 저녁 식사 도중에 큰일을 보고 “엄마, 나 다했어. 닦아줘!” 외치던 주원이가 어느새 “내가 닦고 손도 씻고 왔어” 말하며 자리로 돌아온다. 밥 숟가락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가며 내 팔자를 한탄하던 시절이 막을 내린 것이다. 신기하고 감격스러운 동시에, 이러다 금세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날 때가 올 것 같아 울컥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분명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조용히 곁에서 응원하고 지켜보는 것. 어쩌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나도 엄마로서의 half birthday를 지나고 있는 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