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주원이의 팀 스포츠 도전기

by 하우영
스포츠보다 그림 그리기(drawing)가 좋으면 이상한 거야?


며칠 전 주원이의 질문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상할 게 뭐 있어. 사람은 누구나 더 좋아하는 거, 덜 좋아하는 게 있지. 더 잘하는 거, 덜 잘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거든? 게다가 덜 잘하거나 덜 좋아하던 것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열심히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엄마는.




모르긴 몰라도 이번 시즌 농구 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미국 아이들은 학교 숙제도 딱히 없고 공부하는 학원도 안 다니지만, 다양한 과외 활동, 그중에서도 스포츠를 많이 한다. 평생을 한국에서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데다 어릴 때 사교육도 거의 안/못 받은 나로서는 솔직히 이 상황이 부담스럽다. 무엇을, 언제부터, 얼마나 다양하게 그리고 심도 깊게 시켜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인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게 참 어렵다.



일단은 팀 스포츠 하나를 시키기로 했다.


‘우리 아이는 스포츠는 가망이 없어서 악기로 밀고 나갈 거야.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중국 애들이랑 경쟁이 안되니까 다른 악기로 해야지’ 이미 중장기적 플랜을 세운 엄마도 있더라만, 도무지 그런 깜냥은 안 되는 나의 목표는 두 가지다.


공이랑 친해지기


성차별적 발언은 극혐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아이들은 공놀이를 참 좋아한다. 희한하고 우습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공놀이를 잘하는 게 곧 능력이고 때로는 권력이 된다. 타고나기를 메시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지 않은 아들을 둔 애미로서 적어도 소외되거나 무시당하지 않도록 기본은 가르치려고 한다.


좋은 팀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살면서 뛰어난 개인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팀원으로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이걸 배우기에 스포츠만 한 게 있을까? 개인의 플레이를 넘어 전체적인 경기의 판을 읽을 수 있는 시야, 내 득점보다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 패스를 할 수 있는 협동 정신, 그리고 함께 땀 흘리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성취의 짜릿함까지.




사실 주원이가 팀 스포츠에 잘 안 맞는 아이라는 건 엄마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부터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가도 싸우기보다는 뒤돌아서서 다른 장난감을 찾던 아이니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공을 빼앗거나 내 공을 빼앗기지 않고 골대까지 끌고 가는 게 전부인, 그 과정에서 부딪히고 넘어지는 게 필수인 팀 스포츠는 분명 주원이에겐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고, 함께 어울리며 부딪히고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물론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 주원이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될지, 아니면 여전히 그림 그리기가 더 좋은지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직접 경험해 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렇게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가다 보면, 언젠가 주원이도 팀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든 오지 않든, 엄마는 주원이가 무엇을 하든 언제나 응원할 거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