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일주일 만에 미팅 5개 잡힌 이야기
지난 7월 31일,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에 퇴사라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올해까지 반드시 마무리해야하는 석사 논문에 집중하면서 화려한 백수 라이프(...)를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놨던 적금을 다람쥐 도토리 까먹듯 하나하나 빼서 쓸 요량이었는데, 퇴사 소식을 밝히자마자 여러 사람의 소개로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팟캐스트를 만들고 싶은데, 좀 도와줘"
일주일 동안 5번의 미팅을 했습니다. 주말을 빼면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미팅을 한 셈입니다.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분야에서 팟캐스트 제작을 도와달라는 비슷한 제안들을 해주셨는데, 제가 받은 제안을 쭉 살펴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저에게 제안을 주신 분들은 한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일을 해 온 전문성을 가진 분들입니다. 둘째, 팟캐스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고 주변에서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셋째, 30분짜리 팟캐스트 한 편을 만드는데 필요한 적정 ‘비용’이 얼마인지 궁금해 합니다.
팟캐스트 제작의 필수 구성 요소(?)는 대략 이렇습니다.
1. 방음 시설과 녹음 장비가 갖춰진 녹음실: 방음 시설이 없으면 생활 소음(창 밖에 오토바이나 차 지나가는 소리 등)이 그대로 녹음 됩니다.
2. 녹음 장비를 다룰 줄 알고 녹음하는 내내 체크해줄 수 있는 엔지니어: 이 사람이 없으면 기껏 1시간 동안 열심히 떠들었지만 정작 Recording이 되어있지 않거나 소리가 다 찢어진 상태로 녹음이 되어있는 걸 발견하는 초특급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3. 녹음 된 파일을 매끄럽게 편집해줄 수 있는 편집자: (당연히)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단순히 NG 컷 편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음량을 맞추고 내용의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으시면 방송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편집 작업까지 끝난 파일을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업로드 할 수 있는 업로더: 팟빵, 아이튠즈, 네이버오디오클립 등 팟캐스트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파일의 형태 및 썸네일 이미지 등에 변주를 줘야 합니다.
5. 전체적인 구성을 잡아줄 수 있는 작가의 역할이 있으면 더 좋지만, 팟캐스트를 제작할 때는 보통 PD나 출연자가 직접 구성까지 잡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팟캐스트 녹음’이라고 치면 서울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수십, 수백 개의 팟캐스트 녹음실에 대한 정보가 나옵니다. 이러한 녹음실은 보통 1시간에 2만원 안팎의 비용을 제공하면 얼마든지 대여할 수 있고,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하거나 한 달에 10개 미만의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에 적합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장비를 대여해주는 녹음실을 찾아가면 상주하는 직원이 Record 버튼만 누르면 녹음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녹음하는 내내 콘솔을 지켜보면서 편집해야 할 포인트를 확인하고, 음량이나 녹음 상태를 모니터하는 역할은 제작자가 직접 해야 합니다. 또한 파일에 오류가 생겼을 경우 스튜디오에서 책임지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재녹음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편집과 업로드’ 때문입니다. 30분짜리 팟캐스트 1편을 만드는데 현장 오퍼레이팅 및 편집, 여기에 업로드 여부를 가감하면 과연 얼마의 비용을 받는 게 적합할까요? 제가 제안 받은 내용을 모아보면 15만원에서 80만원까지였습니다. 얼핏 들으면 가격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지만, 이 비용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팟캐스트가 현재 어디까지 기획·구성이 완료 되어있는 상태이며 시그널 음악부터 아예 새롭게 넣어야하는 상황인지, 녹음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지, 출연진이 마이크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어서 현장 오퍼레이팅 및 편집은 비교적 수월한 지, 또 최소 3~6개월 이상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서 다르게 책정된 금액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높은 금액을 준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해야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낮은 금액을 이야기해서 거절해야만 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팟캐스트 녹음 시 오퍼레이팅을 담당하고 편집하는 일을 그저 ‘귀찮은 일 대신 해주는’ 정도로 여기고 그에 해당하는 인건비만 주고 치우겠다는 분들을 보면 그저 안타깝습니다. 편집자 중에는 팟캐스트 내용의 맥락을 파악해서 출연자가 했던 말의 군더더기를 지우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음량이 고르게 나갈 수 있도록 밸런스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전체 음량만 맞추고 NG 컷만 잘라서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용을 책정할 때 전자와 후자에게 동일한 비용을 줘야 할까요? 혹은 전자와 후자가 받을 비용의 중간 부분을 찾아서 그 금액을 줘야할까요? 어느 쪽이 맞는지는 오로지 제작자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제작할 때 누군가를 고용할 계획이라면, 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소식은 저에게 제안을 해주셨던 분들이 대부분 정규직을 언급하셨고, 정규직으로 일할 사람을 구한 분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한 달에 10편만 제작해도 건당으로 지출해야하는 비용이 한 사람 월급보다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이럴 거면 정규직 뽑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들이신 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이야기는 어쨌든 최소 6개월~1년 동안 정기적으로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고, 이걸 꾸준히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니, 4대 보험 확실하게 챙겨주면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정규직을 들이시는 게 회사와 그 회사에서 일할 직원 모두에게 좋을 것입니다.
앞으로 종종 팟캐스트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타 분야 전문가가 처음 팟캐스트에 입성할 때 저지르는 판단 착오,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팟캐스트에 적합하게 다루는 법, 나만 아는 이야기와 남도 아는 이야기 등...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모쪼록 팟캐스트라는 매체에 흥미가 생긴 과거의 라디오 키즈,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찾는 전문가, 갑자기 덜컥 팟캐스트를 맡아서 당황하고 있는 실무자 등 팟캐스트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글이 소소한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쓴이: 이혜선
-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미디어교육 전공 석사 과정
- 팟캐스트 제작 및 관련 내용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