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읽어주실 분들이 계실까요? 생각만 해도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안 계시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이 글을 써도 괜찮을지 망설이게 되지만, 제 글을 읽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먼저 글을 남깁니다.
아주아주 감사한 일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니요.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심사에 올리는 글 세 개의 주제는 저의 아들과 제 우울증에 관해 쓴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픔과 치부를 드러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제 아들은 현재 일곱 살이고, 여섯 살 1월에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수치로는 더 좋지 않은 진단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첫 검사였고, 초진이었고, 아직 아무 치료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많이 참작되어 발달 지연 진단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마 아들의 진단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들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저희 부부는 더 이상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숫자로 아이를 보는 것에 질려 버렸습니다. 아이의 발달 개월 수와 지능 지수 등등 아이를 숫자로 바라보면 저희가 더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쩌면 나약한 부모라서 그 숫자를 견디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단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이를 낳고 경미한 우울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해, 저 역시 깊은 우울감에 우울증과 불안증 진단을 받고 1년 넘도록 약물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약을 꾸준히 줄여 나가고 있고, 선생님께서는 이대로라면 연말쯤에는 약을 끊을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디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치부를 드러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저와 같이 힘든 길을 겪은 분들께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저는 혼자 걷는 그 길이 너무너무 추웠습니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고 우울증을 다스리는 과정은 온전히 내 몫이라고 느껴진 날이 많았습니다. 비를 쫄딱 맞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맞서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마음이었습니다. 많이 외롭고 때때로 쓸쓸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들도 잘 키워보고, 제 마음도 잘 다스려보겠습니다. 저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분들께 등불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한 단락이라도 한 단어라도 당신께 위로가 되는 글이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