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은 요즘 미친년 널 뛰듯이 폭이 크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울증 약을 끊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생리 전 우울감이 잠시 높아진 걸 수도 있다. 나 혼자 힘든 걸로 끝나면 될 일이지만, 이 감정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전하면 안 될 일이지만, 그걸 내가 요즘 저지르고 있다.
매일 7시에 공부하는 루틴을 만들고 있는 요즘. 처음에는 참고 잘 해왔는데 요즘의 나는 인내력이 전혀 없다. 그래서 가끔은 남편의 도움을 빌리는데 남편은 나보다 더 인내심이 없는 것 같다. 너무 크게 화를 내고, 한숨을 푹푹 쉬고, 그래서 지켜보던 내가 폭발해서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내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지만 가끔 정신이 나갔나? 싶을 때가 있다. 감정적으로 쏟아내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진 않지만, 이 사람이 지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아이 특교자 해야 할 것 같아."
세상이 무너질 얘기는 아니다. 특교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 해야 한다면 하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다. 그렇지만 그와 나는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가르치는 걸 흡수하는 걸 보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에 그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키워보기로 했다. 빨리 가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아이의 속도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시간표가 남들과 조금 다른 거라 믿었다. 주의력, 사회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세상 아이들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1등을 바라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믿어보고 1년을 다녀보기로 했다. 1학년을 다녀보고 담임선생님 피드백이 너무 좋지 않거나,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그때 특교자 신청을 해보자고 결정했었다.
그 믿음과, 결정과, 근간을 다 흔드는 말이었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대화하며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당신 그 한 마디가 나의 믿음에 균열을 만든다고. 당신과 나는 그렇게 결정하고 같은 배를 탄 게 아니냐고. 당신이 노를 젓기보다 배를 흔들기만 한다면 당신은 이 배에서 내리라고 말하곤 엉엉 울었다.
남편은 아차, 싶었는지 나에게 사과를 하고, 아이를 가르치다가 너무 답답하고 이 아이가 본인 말을 다 이해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 나는 흔들린다. 내 선택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방향을 잘못 세워서 우리 아이가 더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나의 아이는 지금도 자라고 있으며, 하기 싫은 것도 (그래도) 꾹 참고 할 줄 아는 아이라고. 나는 우리 아이가 잘 클 것 같다. 허무맹랑한 믿음이라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