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발 붙이기 힘든 시대, 그리고 나만의 광장...
15년 만에 최인훈 님의 광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번에 세 번째인데 대학교 시절, 그리고 수능 대비를 위해 고등학교 때 읽은 기억을 떠올려 보면 느낌과 감동이 너무나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시대가 돌아가는 상황과 무력한 나 자신을 향한 고민이, 다시 이 소설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나 봅니다.
밑줄 친 몇 대목을 함께 나눠보며 오늘의 글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남한은) 개인만 있고 국민은 없습니다.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었습니다. 각기의 밀실은 신분에 맞춰서 그런 대로 푸짐합니다. 개미처럼 물어다 가꾸니까요.
좋은 아버지, 불란서로 유학 보내 준 좋은 아버지. 깨끗한 교사를 목자르는 나쁜 장학관... 그게 같은 인물이라는 이런 역설. 아무도 광장에서 머물지 않아요.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 텅 빕니다."
"(북한은) 어느 모임에서나 판에 박은 말과 앞뒤가 있을 뿐이었다. 신명이 아니고 신명난 흉내였다. 혁명이 아니고 혁명의 흉내였다. 흥이 아니고 흥이 난 흉내였다. 믿음이 아니고 믿음의 소문 뿐이었다....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다. 사람인 줄 알고 말을 건네려고 가까이 가면 깎아놓은 장승이었다. 그는 사람을 만나야 했다.... 북조선 인민에게는 주체적인 혁명 체험이 없었다는 데 비극이 있었다. 공문으로 명령된 혁명, 위에서 아래로, 그건 혁명이 아니다."
"나는 영웅이 싫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내 이름도 물리고 싶다. 수억 마리 사람 중 이름 없는 한 마리면 된다. 다만, 나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 그리고, 이 한 뼘의 광장에 들어설 땐,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만한 알은체를 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 움직이도록 하라. 내 허락도 없이 그 한마리의 공서자를 끌어가지 말라는 것이었지. 그런데 그 일이 그토록 어려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