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쁜데 독서를?

e-book 리더기와 함께하는 풍요로운 직장생활

by 바닐라라떼

입대를 두 달 앞두고 휴학을 했을 때 독서 삼매경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은, 만화책 외에 흥미가 없던 제 삶에서 짧았지만 참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지만 수익(?)을 신경 쓰지 않고 인문학 서적들만 모아 판매했던 학교 앞 작은 서점을 늘 들락날락했었고, 아름다운 캠퍼스의 낙엽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한국 현대 소설들과 칼 포퍼, 시오노 나나미 등의 책들을 읽느라 하루 온종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군 생활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간 후 언제부터인가 책은 제 삶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하루 종일 시달림에 지쳐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퇴근길은 눈 붙이기 바빴고, 무거운 가방보다는 맨손으로 출퇴근하는 게 더 편해졌습니다. 간혹 시간이 난다고 해도 핸드폰으로 게임하며 멍 때리기가 더 익숙해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전자책'이라는 것이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고, 이제 스마트 기기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을 반대하는 많은 분들의 이유와 동일하게- 책은 반드시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저의 고집(?)때문에 관심을 끄고 살았습니다.

책은 제대로 읽고 싶지만 시간은 안 나고, 출퇴근 시간에 들고 다니자니 무겁고 귀찮고... 이렇게 계속 책과는 담을 쌓은 채로 세월이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퀭한 눈으로 버스 안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그냥 보면 되지 그게 전자책이건 종이책이건 무슨 상관인가, 안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



첫 번째 e-book 도전, 스마트 기기로

스타일(?)을 핑계로 자신의 게으름을 놓지 못한 제 자신을 반성하며 갖고 있던 스마트폰에 리디북스 어플을 설치하고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책을 읽지 않던 습관과 더불어 상시 인터넷 서핑이 가능한 기기를 갖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한 페이지 읽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네이버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그러다 뉴스를 또 보게 되고.... 독서는 끝이었지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갖고 있던 아이패드(Wi-fi버전)를 활용했습니다. 3G가 아니므로 쉽게 인터넷 접속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화면도 크고 얇아서 독서에 괜찮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한동안 만족스럽게 아이패드를 사용했습니다. 리디북스가 제공하는 전자책 콘텐츠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슬슬 예전의 독서하는 습관이 다시 붙기 시작했지요.



e-book 전용 리더기로 갈아타기

하지만 사람이 간사한 동물이라 그런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아이패드(2세대)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엔 팔에 조금 부담이 왔고 두 손을 다 사용하자니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읽다 보며 느낀 것이었는데- 눈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기기의 화면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눈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살까?' 그러나 e-book 때문에 막대한 돈을 다시 지출한다는 건 왠지 오버 같아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바로 전용 e-book 리더기였습니다.

e-book 리더기의 종류는 여러 개가 있었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왼쪽부터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 교보SAM, 크레마 샤인

① 아마존 킨들 (성능은 최고이나, 공식적으로 국내 서적 구매 불가)

② 교보 SAM (교보의 많은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고 대여 개념의 상품들도 많음)

③ 크레마 샤인 (yes24, 알라딘, 영풍문고 등이 연합해서 만든 EPUB 전자책 기기)


아직 영문 서적을 읽을 생각은 없으므로, ①은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는 그 날 (언제가 될지 모르나) 구매하기로 했고 ②는 구매하기 위해 교보문고에 직접 가서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크레마 샤인은 화면에 백라이트가 켜져 야간에도 독서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크레마 샤인의 후기를 검색하여 숙독(?)하고.... 블로거들의 몇 가지 찜찜한 경고(?)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생각되어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가격은 신품으로 15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그러한지...)



크레마 샤인과의 초반 힘겨운 싸움

크레마 샤인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제 인생의 전자책 세상을 열었습니다. 기기는 심플했고 디자인도 이뻤습니다. 빨리 독서에 적응하기 위해 세 번 정도 읽었었던 이문열의 삼국지 세트를 할인가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이 아니라, 예상했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수 많은 블로거들이 경고(?)했던 높은 초기 불량률이었습니다. 책 페이지를 빨리 넘기다 보면 어플리케이션 자체가 멈춰버리는 '벽돌현상'이 있는 기기를... 제가 뽑기 했던 것입니다....

저는 알라딘 매장에서 구매를 했는데, 회사에서 걸어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가능하면 버텨(?)보려고 했지만 수시로 멈춰버리는 단말기로 인해 제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고, 수 많은 강제 리부팅 끝에 A/S를 맡기러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화로 A/S 접수 후 찾아간 매장의 태도는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안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와우) 네이버 e-book 카페에 물어보니, 크레마 샤인의 벽돌 현상은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두 번째 받았던 제품은 벽돌 현상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 1년 넘게 저는 크레마 샤인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몹시 바빴음에도 틈틈이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폰트 크기를 최대한 줄인 상태로 설정을 바꾸면 프로그래밍 서적도 볼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e-book 컨텐츠 장르 중 가장 많이 나왔으면 싶은 게 IT기술서적 분야입니다. 책이 너무 무거워서 휴대하면서 보기 힘들잖아요)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두껍기만 한 기술서적도 편하게


독서 생활 재개를 도와준 일등공신

요즘은 출근할 때 가방 안에 크레마 샤인을 넣었는지 꼭 확인합니다. 회사 점심시간이나 저녁식사 후 짬을 내어 책을 읽고 퇴근길 광역버스 안에서도 크레마의 백라이트는 켜져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졸이기도 하고,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에 푹 빠지기도 합니다. 예전처럼 할 일 없어 게임 어플을 여는 저의 출퇴근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주말에 애기를 업고 재우면서도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단말기 안에 읽기 쉽게 구성해놓은 지식과 경험의 내용은 바쁜 직장인에게 분명 독서의 기동성을 높여줍니다.


물론 책은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전자책으로는 오래된 내음이 나던 책을 열던 설렘을 느낄 수 없고, 구입할 때마다 책꽂이를 채울 수 없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고민들로 독서의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기 위해 저는 과감히 전자책 생활로 전환을 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e-book 시장은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주요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책들, 고전들은 상당수가 e-book으로 제작된 상태입니다. 일반 책 보다 저렴하여 부담도 줄어듭니다. 만약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라면 독서 생활 재개를 위한 도우미를 과감히 활용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부록] 간단히 정리해 보는 크레마 샤인의 장.단점

장점은,

ㆍ 가볍다 (185g) - 크기도, 무게도 정말 부담 없습니다.

ㆍ 한 번 충전으로 오래 읽는다

ㆍ 백라이트 기능 - 가장 좋은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킨들 페이퍼화이트도 백라이트 있습니다)

ㆍ 눈이 피로하지 않다 - 전자 잉크 방식을 사용하는 모든 리더기의 공통점이겠죠.

ㆍ 루팅(?)을 통해 리디북스 콘텐츠도 호환이 가능하다

- 참고로 저는 순정주의자라서 루팅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단점은,

ㆍ 독서 외 다양한 기능(인터넷, 전자사전 등)이 있으나 무용지물에 가까움

- 웹 브라우징 까지 됩니다. 그러나 써 보시면 '이런 걸 사용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상한 표현일지는 모르나, 다른 기능에 신경을 아예 꺼버리게 만드는 이 점은 독서 집중도 측면에서 장점이기도 합니다

ㆍ 높은 초기 불량률

- 앞서 말씀드렸지만 뽑기를 잘해야 합니다.

ㆍ 너무나 한심한 본문 하이라이트 기능 (안 쓰고 만다)

- 사실 다른 부분은 참겠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화가 나더군요. 중요한 부분이나 감명 깊은 부분에 하이라이트 하는 기능인데, 손가락으로 해당 문장 셀렉트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 드래그를 했다가 다시 풀렸다가... 줄 치면서 읽는 분들께는 오랜 인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 앞서 말씀드렸지만, 크레마 샤인을 홍보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다시금 말씀드립니다. 교보 SAM의 다양한 상품 옵션과 대여기능은 지금도 부러워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가장 바라는 부분은 아마존 전자책의 국내 진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