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1986

by 브로카

오늘 등교는 오후반이다.

아침 일찍 일을 나가시던 엄마가

아직 꿀잠 중인 아들을 깨우신다.


“아들아, 니 이번 달 우윳값 냈나?”

“어….

“뭐? 냈다고? 언제?

“냈다고~~~~오~~쫌!!!!


‘언제 냈으꼬? 아빠한테 받았나??’

조용히 혼잣말을 하시더니 바쁘게 챙겨 일을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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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암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떴다.

혼자 주섬주섬 챙겨서 학교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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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시간,

선생님께서 물어보신다.


“우유 값 다 냈나?”

“…..”

“한 사람이 아직 안 냈는데? “

“한 사람 누고?”


모르는 척 숨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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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니 우유값 냈나?”

“냈는데요.”

“냈다고?”

“네”


서류를 뒤적이신다.


“진짜로??”

“네”

“음… 알았다. 쌤이 다시 한번 확인해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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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교를 했다.

끝까지 우기면 그렇게 모두가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집에 오니

엄마가 심각히 통화를 하고 계신다.

아무래도 느낌이 선생님이다.

뭔가 불안했지만 일단 집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골목길엔 동네 또래 무리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이내 사고 친 것을 까먹고 아이들과 놀이에 집중했다.


뭔가 뒷골이 서늘하다.

무심코 뒤돌아보니 엄마가 서있다.


"니 잠깐 집에 가자."


말없이 쪼르르 엄마를 뒤따랐다.

안방에 엄마와 둘이 앉았다.

엄마 손에는 어느새 파리채가 들려있었다.


"왜 거짓말했노?"

"......."

" 이놈 새끼"


찰싹!

파리채 손잡이 부분으로 허벅지를 한 대 맞았다.


윾~ 훌쩍~ 훌쩍~


"내 잘못했다......"


찰싹~ 찰싹~ 찰싹~

맞은 곳을 문지르는 내 손을 피해

몇 차례 더 때리신다.

이리저리 잘도 치신다.


훌쩍~ 훌쩍~

우리가 없이 살아도 거짓말은 안된다는 훈계를 거듭하셨다.

...

그 전날도 엄마와 아빠는 돈 문제로 한참을 티격태격하셨다.

모르는 척 엄마와 아빠의 다툼을 다 들었다.

...


다음 날 학교에 갔다.

선생님께서 교단 앞으로 불러내신다.


"왜 거짓말했노?"

"냈는 줄 알았는데요......"


멋쩍게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손!"


더 이상 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딱! 딱! 딱! 딱! 딱!

있는 힘껏 손바닥을 다섯 대 치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반친구들이 모두 다 보는 앞에서 아주 보기 좋은 교훈 거리가 되었다.

훈계하는 말씀은 엄하셨지만

길게 하지는 않으셨다.

변명을 하거나 엄살을 부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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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다만 돌이켜 그때의 나를 유추해 보건대

'거짓말을 하자'라는 의식보다는

집안 형편을 고민하는 엄마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해 줄지를 먼저 고려했던 것 같고,

그 답하기 곤란한 상황을 잠깐의 회피로 넘어가 보려 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엄마를 편하게 하려다, 엄마를 더 힘들게 했다.

그 모순이 나에겐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회피가 배려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경계한다.

어려운 지점이기는 하다.

아직도 회피할 수 없는 지점을 통과해야 할 때면

여전히 마음을 좀 단단히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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