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볼지 모르는 미래의 멤버들에게, 운영자가 밝히는 솔직한 이야기
두 번의 사업을 실패로 마무리 지었지만, '사업'을 하면서 내가 믿는 문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첫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들 것, 그리고 둘째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없으면 하지 않을 것'
그러니까, 요컨대, 아직까지는 내가 기대해 온 영어 커뮤니티가 세상에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곳이 있다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이즈로 성장해 있다면 나는 당장 사업을 그만두거나,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사업체의 대표라는 직함에 욕심을 가진 것이 아니니까.
아마 그것에 가장 근접했던 것이 직전에 운영했던 영어 커뮤니티인 '던바이어스'일 것이지만, 내가 최종 결정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남았다. 사업의 운영 방향에 있어서도, 멤버들에게 전할 가치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토크아티브'는 '던바이어스'와, 그리고 한국의 영어 스터디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L사'와, 'C사'와 등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던바이어스'가 L사를 넘어서지 못했던 이유는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영어교육을 위한 학원과 재미를 위한 커뮤니티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었고, 마케팅이나 팀의 방향성도 여러 번 흔들렸다. 팀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자주 나왔다.
어차피 진짜 순수하게 재미로, 영어를 포기하고 놀려면 L사를 선택한다
-> 던바이어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영어에 훨씬 더 큰 방점을 찍고 있다.
-> 마케팅 메세지와 서비스의 방향성을 Align 시켜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내 생각은 항상 달랐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와 '편안한 환경'이라고 수도 없이 언어 교육의 석학들이 열변을 토하는데, 왜 재미를 포기한단 말인가? 단순히, 경쟁사가 더 '재미'있다고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서? 재미를 포기하고 소위 '교육'을 강화하면 효과 없다고 그렇게 무시했던 '학원'과 뭐가 다른가?
L사는 신나고, 재미있어 보인다. 솔직히 내가 소비자('멤버'라는 단어와 조금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서비스를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니 일단은 이렇게 하자)라고 해도 L사가 더 혹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L사와 던바이어스를 비교 경험해 본 사람들, 그리고 병행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L사를 그만두고 던바이어스만 하던 사람들 - L사는 퀄리티 관리가 엉망이다. 리더 바이 리더가 심하다.
함께 병행하던 사람들 - 좋은 리더를 잘 골라내면 좋다. 파티형 모임이 많아 소셜라이징의 기능이 훨씬 크다. 사람들도 더 액티브하다.
조금 더 까놓고 말하면, 술 먹고 놀기는 L사가 더 좋으나 대화의 재미는 던바이어스가 낫다는 평이 많았다. 브랜드 이미지에서 전달되는 방향성도 확실해서, 더 진중한 멤버들이 많아서 좋다고. L사에서는 '대화가 통하는, 괜찮은 사람' 보다는 '잘 노는'사람을 만나기 쉽단다. 던바이어스는 거의 대부분이 건설적이고 학벌이나 직업이 안정적이라고(..)
던바이어스가 재미가 덜했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성향을 비추어 봐도 나는 L사에서 재미를 찾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던바이어스는 분명 재미있었다. 멤버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그런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한 대화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확장되는 시야와 가치관이 좋았다. 요컨대
재미의 종류가 다른거다
L사의 재미는 클럽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재미다. (인스타 등에서 보이는 광고 메세지만 봐도 확실히 보이는 경향성이다) 그 보다 나는 마음 맞는 친구 한두 명과 이자카야에 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가 훨씬 좋았다.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그런,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는 잡담들. 전자에 해당한다면 L사가 훨씬 재미있을 것이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던바이어스가 더 와닿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토크아티브'는 또 어떻게 다를까? 실제로, 현재 토크아티브의 멤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토크아티브의 장점은 던바이어스와 매우 흡사하다. (가격이 훨씬 부담 없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퀄리티 있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생각해 볼 만한 질문과 웃음이 터지는 컨텐츠가 준비된다. 사실상 달라질 것은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는, 아주 세부적인 디테일이다.
누차 언급하지만, '영어 스터디'형 커뮤니티 서비스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멤버, 리더, 컨텐츠.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매우 뛰어나다면 다른 부분이 부족해도 조금 커버가 되기는 하지만, 이 세 가지 요소의 시너지가 있어야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토크아티브는 그 세 가지의 방향성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첫 번째, 가장 확실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컨텐츠'다. 토크아티브의 컨텐츠는 '던바이어스'의 컨텐츠보다 '기발함', '게임'적인 요소들을 줄이고 '대화'에 조금 더 영점 조절을 맞췄다. 아직 알아챈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묘사를 듣고 그림 그리기, 노래 가사 맞추기, 한국 영화 명대사 영어로 번역하기, 영상 컨텐츠를 보고 표현 알아보기 등 던바이어스에서 사용되던 컨텐츠는 거의 100% 배제되었다. 뭐랄까, 재미있기는 한데 리더의 컨셉 이해 역량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해야 하나?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보다는 조금 더 대화적인 주제들에 초점을 맞춰 컨텐츠를 만들어낸다. '만약에'를 상정한,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선택지 게임, 서로의 가치관을 알아볼 수 있는 밸런스 게임, 더 나은 대화를 위한 방법, 회사 생활, 돈, 인간관계, 연애 등에 관한 선택과 토론 등. 너무 진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컨텐츠의 실제 내용은 그저 유쾌하다. (토크아티브 공식 홈페이지에 무료로 전체 공개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확인해 보시길!)
사람들의 '삶'과 가장 맞닿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코카콜라사의 전 CEO, 더글러스 케네디가 신년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인생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나)이라는 다섯 개의 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균형 있게 던지는 저글링 같은 거니까. 어떻게 하면 가족과, 친구(연인)와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몸과 영혼의 건강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결국 우리가 하는 이야기란 다 이 범주 안에 들어간다. 그래서 재밌다.
영어(언어) 교육적으로 보아도 이런 컨텐츠는 매우 훌륭하고, 또 적합하다. 크리스 론스데일이 말한 '언어 습득의 5가지 대원칙'을 보면
원칙 #1: 관심(관련) 있는 컨텐츠에 집중하라
원칙 #2: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이용하라
원칙 #3: 이해하지 못하면 배움은 시작되지 않는다
원칙 #4: 말하기는 근육 훈련이 필요하다
원칙 #5: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와 관계있는 이야기, 가장 일상의 언어를 쓰게 되는 것이 제1법칙,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원활하게 이용하게 하는 게 2원칙이다. (여담: 돈 벌고 규모를 늘리고 싶으면 초보자도 받으면 되지만 원칙 3에 어긋나기에 현재 왕초보용 세션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 초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컨텐츠가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개설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4원칙과 5원칙은 리더 교육을 통해 세션 현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멤버들도 모르는 비밀인데, 사실 토크아티브는 영어를 배우는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방법을 전달한다.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학원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믿으세요!)
이런 방향성은 홈페이지의 구성이나 홍보, 마케팅에도 영향을 주어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 '토크아티브'의 멤버 구성을 변화시킨다. 점점 더, 말초적인 재미를 느끼는 사람보단 건실한 인생을 살며 대화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면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되는 것도 사람이다.
'독서 모임, 영화모임, 와인모임에 갔는데 여미새, 남미새 뿐이에요'
'대화하는 방법도, 매너도, 센스도 없는 히키코모리들이 한가득이에요'
'세상에 관심도 없고 시야도 좁은 꼰대들이 자기 얘기 떠들러 오는 거 같아요'
아마 커뮤니티를 운영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모임에는 반드시 진입장벽이 필요하며, 사람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어느 정도 수준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대화가 된다.
커뮤니티 브랜드에 모여든 사람들은 절대로 랜덤 하지 않다. 서비스를 조금만 운영해도, 그 브랜드의 가치와 방향성으로 인해 자동으로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 (본인이 어울리지 않으면 재미를 못 찾고, 스스로 서비스를 떠난다) 소셜 살롱 '트레바리'와 '크리에이터 클럽', '넷플연가'에 모인 사람들은 다 각자 그들의 색깔이 있고, 그 색깔은 점점 강화된다. 당연히, L사와 C사, 토크아티브의 멤버도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또, 영어 커뮤니티에는 '영어'라는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허들이 있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일종의 강력한 계급(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으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찾고, 유학이나 어학연수의 경험, 외고, 영어유치원, 영어교사(!), 외국계 기업 근무자 등의 사람들이 거의 90%를 차지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순수 국내파도 굉장한 영어 실력자들이 많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애초에 '영어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리더들, 리더들은 이미 검증이 끝난 완벽한 MC들이다. 입버릇처럼 멤버들에게 고백하건대, 현재 토크아티브에서 활동하는 리더들 중 최약체가 바로 본인이다. (최약체라고 했지만... 세션은 꽤 재밌을 걸?)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비밀!'같은 내용으로, 수십 개의 영상과 이론들이 떠돈다. 그런 거, 본인에게는 매우 자주 뜨고 또 즐겨보기도 한다. 좋은 내용이 많거든.
그런데 중요한 건, 그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나 좋은 내용이라는 거다. 거의 대부분이 언어 습득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단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뭉치, 연음을 이해하세요, 쉐도잉 제대로 하는 법 등등. 모두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단편적인 방법론을 시도해 보는 것보다는, '언어 습득'이라는 거대한 원론을 이해한 후에 응용하고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괜히,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라는 말을 믿고 쉽게 달려들었다가 혼란만 가중된다. 아니,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게 우리의 현실과 맞는 말이기는 한가요? 원론을 이해하면 모두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이해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체험의 영역에 가까워서, 영어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일정 수준까지 느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원론조차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유튜브만 보아도 '크리스 론스데일', '스티븐 크라센'의 멋진 강연에 이해를 한 듯 끄덕거렸으나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리로 비교하자면, 조리과학을 이해하지 못한(혹은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레시피 몇개만 열심히 따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간단해 보이는 요리도 맛의 조합과 불과 열 등으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음식을 연성해 낸다.)
토크아티브를 운영하며 목표는 단 하나다.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대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
영어의 대한 고민은 토크아티브가 하면 되는 거다. 서비스가 훌륭해지려면 이걸 어떻게 쓰는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서비스는 그냥 잘 작동하면 된다. 토크아티브를 통해 유창한 영어를 가지게 된 멤버들이, 주변인에게 토카(토크아티브의 줄임말)를 소개하며, 그냥 이렇게 말해 줄 수 있다면 한다.
'아, 영어를 어떻게 습득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It just works!'
'뭐가 다르냐고? 솔직히 설명은 잘 안되는데, 그냥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