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면, 어떻게 해도 매력적이지 않다.
필자가 운영 중인 영어 커뮤니티 토크아티브에서 세션을 하다가, 이런 질문이 나왔다.
'People like ( ) are a turn-off for me'
번역하면, '( )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이 뚝 떨어진다.'
사람들마다 대답은 모두 달랐다. '하루에 약속 두 개 잡는 사람' '안읽씹 하는 사람' '주사가 좋지 않은 사람' 등. 하지만 공통으로 나오는 답도 있었다. '말이 너무 많은 사람.'
"말이 많은 사람이면 다 싫어?"라고 묻자 멤버는 "말이 많은데 재밌으면 괜찮아. 근데 말이 많은데 재미없으면 싫어."라고 답했다. 그 둘의 차이는 뭘까. 왜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재미있고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재미가 없을까.
말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 멤버가 말했던 것처럼, 재미있으면 좋다. 지난 20년간 최고의 MC로 인정받아 온 유재석 씨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그의 대화법을 유심히 지켜보면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의 특징이 나온다. 그는 상대방에 관심이 많다. 적어도, 관심이 많은 것처럼 대화한다.
그는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 나간다. 상대방의 스토리를 꺼낸다. 그의 앞에 있으면 달변이 아니더라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더라도 사려 깊은 질문에 나의 이야기를 하나 둘 씩 꺼내놓는다.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얕은 곳에서 점점 더 깊게. 주의 깊게 경청하며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추고, 정리를 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는다. (영어로는 rephrase)
이게 '말이 많은데 재미있는 사람'의 첫 번째 비밀이다. 웃기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말이 많고, 적고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의 관심이 안을 향해 있는가, 혹은 바깥을 향해 있는가이다.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대화를 주고받는, conversation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speech를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토크아티브가 아닌 개인적인 사유로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처음 만난 자리부터 '리더'를 자청하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한숨이 나왔다. 이 사람은 자기 PR 시대, 퍼스널브랜딩의 시대라는 말을 조금 잘못 이해한 모양이다.
처음부터 자기의 이야기를 소리높여 외친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고, 내가 이런 일들을 했고, 나의 목표는 이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말에 권위나 후광효과를 주기 위해 큰 숫자의 금액이나 성과 따위를 내세운다. 내가 누구랑 친군데, 내가 누구를 아는데, 내가 이런 걸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가 타인에게 질문을 건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아진다. 친구를 만나던, 연인을 만나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던 Small Talk의 핵심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여성이 스몰토크에 훨씬 더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어주고, 공감하고(relate to), 관계를(relationship) 맺는 것에 훨씬 익숙하기 때문에. 관심사가 훨씬 다양하고, 관심이 없는 이야기라도 큰 리액션을 해준다. 대단한 능력이다.
이런 경험도 있었다. (토크아티브 X) 모임을 하는데, 한쪽으로 완전히 돌아앉아 다른 멤버에게 등을 보인 남자분이 있었다. 직사각형 테이블의 중간에 앉아서 테이블 안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진행자로서 "중간에 앉은 분 뒤로 좀 나와주세요, 뒤에 멤버님이 가려서 ㅎㅎ" 라고 말했다. 단순히 생각이 짧았던 것인지, 일부러 돌아앉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뒤에 앉아있던 멤버는 상당히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물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화가 집중되는 자리로 몸을 돌렸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놀랐던 부분은, 지금까지 그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 이어,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또 등을 돌리고, 뒷사람을 대화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이것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두 번째 특징,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세 번째 특징은, 관심사가 아주 좁거나, 심지어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알고 있는 만큼 세상이 얼마나 선명하게 다가오는지가 달라진다. 알고 있는 만큼, 대화의 재미가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성세대'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한다. 요즘은 무엇이 이슈가 되는지, 어떤 컨텐츠를 소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꺼내는 갖가지 이슈와 대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물음표를 띄우고,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다. 대화가 단절되고, 외로워진다.
사람이 외향성인지, 내향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것들은 단지 성향 차이일 뿐이다. 대화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 상대방에 대한 배려, 공감대 형성을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해상력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는 '경청'으로 연결된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은 대화에 끼어야 할 순간과 끼지 않아야 할 순간을 정확하게 이해한다. 토크아티브에서 리더를 초빙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유창한 영어는 기본...!)
"토크아티브에는 왜 외국인 리더가 없어요?"라는 질문에 필자가 내놓는 답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외국인은 토크아티브의 리더를 하기에 이 능력이 부족했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이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어떤 문화와 생각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모른다. 이런 대화는 '진짜 대화'로 보기 어렵다.
나는, 토크아티브가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곳'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브랜드 홈페이지와 기타 여러 채널을 통해서 거듭 밝히고 있는 것처럼, 토크아티브는 '진짜 대화'를 위한 커뮤니티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찾고, 삶의 해상력을 높여 '수다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커뮤니티.
사실, 돈 벌려고 하면 이런 일 하면 안 된다. 돈 버는 사업에는 훨씬 더 쉬운 방법들이 있다. (e.g. 영어 세달이면 원어민 처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업들로 사람의 행복을 찾기는 어려울 거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존재 의미를 찾는다. 커뮤니케이션을 잃은 사람은 깊은 바닷속으로 침잠하고 우울함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반대로, 즐거운 대화 경험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삶을 찾는다.
사람들이 토크아티브에서 대화의 즐거움을 찾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