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가 감동한 최고의 보조자료, 케이크를 소개합니다.
반 평생 이상 영어를 써오며, 또 영어를 가르치며, 대화하며 살아온 저에겐
'언어 교육'이라는 주제는 참 할 말이 많은 주제입니다.
학원이 만들어놓은 환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고,
그럴듯한 광고와 사기에 가까운 가짜 리뷰들로
현혹하는 강사/학원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대체로 절박하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 두 부류인데
언어교육 시장에서는 항상 '절박한' 사람들이 사기에 당하거든요.
정말 급하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요.
제가 일을 하면서 여러 번 느낀 것이 있는데,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진짜 삶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려면
그들이 어떤 기치를 내걸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는 겁니다.
멋진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항상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업이 많드는 재화나 상품은 출발선 자체가 진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뭔가 좀 달라요.
그런 의미해서, 이번엔 '제가 할 수 없었고, 제가 하지 못 해서 안타까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 영어 회화 학습 앱을 하나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케이크'라는 앱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언어교육이 '진짜 대화'와 '재미'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이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어요.
제 주변에 있는 수많은 '영어 인강 앱' 실패 경험자들이
앱으로 공부하는 걸 보면서 항상, 항상 회의적이었습니다.
결제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렸어요. (가격도 엄청 비싸고...)
하지만 케이크는 제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Cake'는 다른 앱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수익에 그렇게 크게 연연하지 않는, 그런?
유료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동영상 강의 앱들이
'충분한 공부 컨텐츠와 충분한 공부 시간을 제공하여
높은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다'라는 형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
케이크는 '시간을 들여 공부할 필요는 없어. 그냥 생각날 때 봐' 같은 식입니다.
타 서비스를 결제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하루 15분, 30분은 붙잡고 있게 되는데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분량도 길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강의가 아니에요.
나를 궁금하게 만들고 표현 몇 개, 문장 몇 개 알려주는 식입니다.
가볍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장점이자,
서비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기업이 취하기가 힘든 스탠스입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시작이 어려운 사업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예전에 생각하던,
'인풋을 이런 식으로 가볍게 주면 딱 좋을 거 같은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서비스입니다.
표현의 수준이 참 좋습니다.
교과서나 교재에서 볼 수 있는 문어체가 아니라
생생한 구어체의, 관용적인 표현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회화를 위해서는 이런 표현들을 알고 있는 편이 좋으니까요.
저도 '~~~ 이게 영어로 뭘까요?'라는 알림이 뜨면
얼른 들어가서 제가 생각한 표현과 일치하는지 확인해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이야 다른 유료 앱들에서도
상당히 리얼하게 알려주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런데 전달하는 방식이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길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그 대화가 나오는 상황을 제시합니다.
영화나 넷플이나 유튜브 인터뷰나 뭐 그런 곳에서 나온 표현요.
추가 뉘앙스 설명을 위해 영어 컨텐츠 제작하는 '강사'의 채널도 제공해 줍니다.
각잡고 앉아서 공부하라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게
하루에 몇 번씩 알림 푸시를 보내줘요. 부담없고 재미있는 방식입니다.
표현의 수준이 좋다는 것은 또, 영미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표현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런 표현들을 자꾸 보다 보면 그들의 사고방식이 조금씩 보이게 되고,
영어를 할 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그쪽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게 되죠.
이것도 참 부러운 부분인데, 케이크는 '실탄'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케이크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한 자회사죠.
최근 케이크는 스노우로부터 60억 원의 실탄을 추가 수혈했다고 합니다.
스노우는 해외 이용자 비율이 90%에 달하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1억, MAU(활성 사용자 수)가 1000만에 이르는 앱입니다.
한국어 사용자가 영어를 공부할 때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중국어 사용자도 같은 컨텐츠를 이용해서 학습할 수 있죠.
(관련기사: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301180015)
한국에서 시작한 서비스지만 이미 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반대로 외국어 ->한국어 교육 또한 추진하고 있는지,
하이브 에듀(BTS의 기획사 하이브 맞습니다)를 합병하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당기순손실이 거의 200억 가까이 되고, 매출도 작지만
네이버와 스노우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손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이게 이유입니다. '유료보다 좋은 무료 앱!'이 될 수 있는 이유요.
케이크 하나가 내는 손실이 거의 다른 영어 강의 앱들의 매출 수준과 비슷한걸요.
바로 위의 이유, 자금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성비'가 매우 뛰어납니다.
궁극적으로도 유료가입자를 통해서
수익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생각도 아닌 것 같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라도 계속해서 훌륭한 가성비를 지켜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앱 자체가 본격적으로 '내가 너에게 본격적인 영어를 가르치겠어!!'가 아니라,
'네가 영어 공부하는 걸 (좋은 input들로) 도와주겠어!' 같은 느낌인 겁니다.
가벼운 Input으로 공부하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것도,
그리고 그 내용이 알차고 훌륭하다는 것도 추천을 해 드릴 충분요건에 해당하죠.
보조교재로써 최상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앱 하나만 통해서 영어를 익히는 것은 부족함이 있어요.
충분한 Input을 습득했으면 대화를 통한 Output이 필요하니까요.
습득한 상황과 표현들이 있으면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주어진 상황에 맞춰 문제를 풀듯 음성인식에 대고 말하는 것은
Output의 경험치를 마련해주지 못합니다.
Output쪽 문제는 정말, 정말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높을 수가 없는 분야거든요.
아무튼, 저는 케이크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언어의 장벽을 해결하고자 하는 토크아티브의 대표로써
(그리고 케이크가 하고 있는 걸 더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케이크를 매우 응원하고 싶습니다. 추천하고 싶고요.
영어 교육 서비스 중 이렇게까지 큰 호감이 가는,
경쟁이 아닌 시너지를 생각하게 되는 서비스는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칭찬만 늘어놓은 케이크이지만 아쉬운 점은 하나 있습니다.
사실 영어를 할 때는 이런 관용적인 표현 등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초보자들이 '기본기'를 늘리는 데에는 내가 자주 활용하는 문장 패턴을 배우는게
회화 실력 향상과 대화 가능 범위를 늘리는데 더 좋거든요.
'실제로 미국에서 쓰이는 표현!'을 배우는게 더 재밌고 fancy하지만
기초를 다지는 학습자를 위해 이런 부분도 더 신경써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분명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영어 회화 관련 앱 중
가장 가볍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도움이 되는 앱인 것은 사실입니다.
언어 교육쪽의 문제가 항상 이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비즈니스적인 모순이 많고 (돈이 안되고)
사업이 되는 방향으로 수익모델을 세우다보면
진짜 도움이 되는 방법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게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의 숙명이겠죠...?
제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더 재밌게
'영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광고글(하지만 돈은 받지 않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