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 - 백윤석

by 백윤석

탈옥을 꿈꿔 왔다,

입질은 핑계였다

식상한 미끼를 문 건

치밀히 짠 나의 계획

내 몸에

새겨진 죄수복

벗어버리고 싶었다,

조용히 살려해도

등 떠미는 오지랖에

아무거나 잘 먹으며

엄지손 척! 내미는

답답한

너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었다,


백윤석, [돌돔] - 전문



언어의 탈옥을 꿈꾸는 시


돌돔은 횟감으로도 최고이지만 많은 낚시꾼들의 사이에서 도전하고 싶은 어종으로 첫 손에 손꼽힌다. 몸에 검은빛 선명한 가로 줄무늬를 두르고 있어 줄돔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줄무늬가 죄수복을 연상시킨다. 백윤석 시인의 <돌돔>은 바로 이러한 연상 작용에서 출발한다. 덕분에 우리는 바다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탈옥을 꿈꾸는 전대미문의 돌돔을 만나게 된다. 미끼를 덥석 문 것도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주장은 믿기지 않지만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내 몸에/ 새겨진 죄수복/ 벗어버리고 싶었다’는 진술이 그 주장에 힘을 잔뜩 실어주고 있다.

첫수를 읽으며 아주 오래전에 봤던 영화 ‘빠삐용’이 떠올랐다. 살인누명을 쓴 빠삐용역의 스티브 맥퀸과 위조지폐범역을 한 더스틴 호프만의 명연기와 함께 감옥에서의 탈출과 체포로 이어지는 긴박한 스토리 등으로 명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결국 주변에 상어가 우글거리는 섬으로 보내진 빠삐용은 그곳에서 한정된 자유를 부리며 여생을 보내기로 한 더스틴 호프만을 두고 마지막 탈출을 감행한다. 다시 잡히면 단두대로 끌려가고 그전에 상어에게 먹힐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빠삐용. 그의 자유를 향한 의지가 안겨준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인이 돌돔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 또한 자유에의 갈망일까?

둘째 수에 오면 돌돔이 낚시꾼인 서정자아를 청자로 삼아 내던지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답답한/ 너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었다’는 포부는 쫄깃쫄깃한 식감으로서의 횟감으로서 말하는 게 아니라 득의에 찬 시적 성취를 꿈꾸는 서정자아의 분신이 바로 돌돔이었음을 돌아보게 한다. 초장의 오지랖과 중장의 식성까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돌돔은 바로 시인으로서의 자유 의지가 충만한 서정자아의 또 다른 모습이며 또한 답답한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 편의 시라고도 볼 수 있다. 첫수와 둘째 수 끝에 처리한 쉼표는 갓 낚은 돌돔이 퍼덕이는 모습을 보여주듯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살아서 싱싱한 시를 만나는 시인의 시선이 마침표를 찍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광)



2018년 나래시조 가을호 게재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