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 정용국

by 백윤석


오십 년을 엎드려 못난 놈 시봉 하며

온갖 고얀 냄새 거친 음식 받아내다

삭정이 앙상한 마디에 뿌리까지 삭았다


호사는 고사하고 말치레도 야박해

오금을 못 추며 세월을 갈았는데

얇은 귀 견디지 못하고 외통수로 내치네


두는 것이 화근이라며 가차 없이 들어내니

검은 뿌리 하늘 보고 은쟁반에 누우셨다

육탈한 저 맑은 정신이 언 뺨을 갈긴다


정용국,「어금니」- 전문



정용국 시인은 경기 양주 출생으로 2001년《시조세계》로 등단했다. 이 시는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시의 강점은 쉽고도 진솔한 진술에 있다. 흔들리고 아픈 어금니를 뽑아야만 했던 어느 날 시인은 자신을 시봉해 온 어금니를 위해 기꺼이 "못난 놈"이 된다.


째 수에 가서 어금니의 입장이 되어 실감지경의 얘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그 말이 다 인정되어 "은쟁반에 누우"신 귀한 몸이 된다.


자기를 희생해 가며 산화한 어금니. 그 어금니의 상실은 귀한 것의 존재를 잊고 산 시인에게 "언 빰을 갈"겨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사건이 된 것이다.


평소에도 정이 많고 인자한 시인의 성품을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털털하게 뱉는 막걸리 같은 진술들이 일품인 수작이다.


시해설 백윤석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