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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r 14. 2023

PUT ON A HAPPY FACE

영화 <조커(Joker)>, 유머의 함의에 관하여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무엇을 두고 웃는가를 살펴보면 된다고들 한다. 사실 한 사회 내 문화 연구의 꽃은 그 문화 속 유머 코드를 분석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본인 또한 한 인간이 '무엇을 두고 웃는가' 는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인간은 그 학습 과정 속에서 무엇이 웃기고 무엇이 웃기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선택당하기도 하고, 선택당하려 애쓰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웃음에 대해 학습하고 강요당함으로써 해당 사회의 규범을 내재화하기도 한다.


Put on a HAPPY face.


영화 <조커> 속 아서 플렉은 생애 내내 환경적으로 사회가 규정한 '유머' 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고 여겨진다. 더불어 어머니인 페니 플렉에게 "해피(Happy)" 라 불리던 점은 그가 어린아이였던 시절부터 외부의 압박에 의해 사회 규범적인 무언가를 해피(happy)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했을 거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심각한 아동학대의 피해자였음에도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방임된 자이기도 했다.


코미디언이 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웃기고 웃기지 않은지" 를 규정하는 주류 일원들의 시각을 내재화하면서도 동시에 외부인의 시각에서 메타인지적으로 주류의 시각을 비틀어 주류 일원들이 가지는 기대와의 간극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주류 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사회화를 거치지도, 주류 일원으로의 편입도 못했던 그에게 '그들' 을 위한 코미디언이 되기란 불가능한 거나 다름없었다.


웃음 발작의 첫 시작은 학대로 인한 방어 기제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실 그 웃음은 자기 구제가 불가능한 어린아이의 현실도피적 절규였음에도 어머니와 그 남자친구도, 더 나아가 복지사로 대변되는 그가 속한 사회도 그를 구원해주진 못했고, 결국 그 트라우마는 근원이 되는 어머니를 제거해야만 해소가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영화 속에서 한 사회의 규범 준수와 질서 관장의 상징과도 다름없는 경찰이 그에게 "하나도 안 웃기니까 그만 좀 웃어. 너 때문에 도시가 불바다가 됐잖아" 라고 던지는 말에,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식의 "아름답지 않느냐" 라는 그의 응답이 다소 인상적이었다. 경찰에게 도시는 '자신이 지키는' 도시겠지만, 아서 플렉에게 도시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도시에 불과했을 테니까.


반(反) 사회적 자기 구제를 실현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웃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쩌면 그가 속하길 간절히 바랐던 그 주류 사회도 혼돈과 무질서가 뒤섞인 반쯤 미쳐 있는 사회라는 의미이고, 그 지점에서 <다크 나이트> 의 조커가 가진 철학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인상 깊게 보긴 했지만 아서 플렉이라는 캐릭터에 공감이 가진 않는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는 여지를 보여줬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영화가 비판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은 <다크 나이트> 와 <조커> 만 본 지라 조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단편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제2의, 제3의 아서 플렉이 생기지 않도록, 현 사회가 폭력과도 같은 웃음을 무기로 누군가를 무리 밖으로 배제하려고 하고 있진 않은지, 혹은 특정 '웃음' 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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