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탈인간 선언>, 김한민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어져온 인본주의는 인류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개발, 성장, 진보의 가치를 기반으로 과거의 인류보다 현재의 인류가, 현재의 인류보다 미래의 인류가 더 나은 삶의 토대 위에 서 있을 거라는 약속과 함께.
그러나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는 인간 외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그 긍정성이 유효한가? 김한민 저자의 <탈인간 선언> 은 어제의 관성을 당연시 여기며 오늘의 행보가 내일에 끼쳐질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금 여기의 '우리' 만을 이야기하는 인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일으켰고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후 위기라는 실재하는 위기에 둔감한 인류. 개발, 성장, 진보의 가치 하에 비인간 존재들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해 온 역사. 서구-비서구, 문명-야만, 남성-여성, 비장애인-장애인, 백인-비백인이라는 구분의 폭력의 역사는 응당 인류-비인류(환경) 의 범주로 확장되어 왔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의 긴급함을 알리는 진단과 함께 시작되는 책 <탈인간 선언>. 어떻게 '인간적' 가치와 관습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해 왔는지, 그에 따라 왜 탈인간주의와 교차주의를 필요한지를 역설하며 전개되는 책은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넘는 방법으로 '새로운 우리' 의 발명, 즉 탈인간 선언을 제안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인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호소와 함께, 공멸이 아닌 공생을 추구하자는 간절함과 함께.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