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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r 11. 2024

다원 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

책 <전쟁 이후의 세계>, 박노자 저


몇 년 전 <한겨레21> 에서 박노자 교수님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었다. 작가론이라기보다는 현대 러시아 사회와 한국 사회 내 상대를 향한 스테레오타입에 관한 글이었는데, "관료층의 상부와 밀접하게 유착한 골수 보수주의자 도스토예프스키를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꼽는다는 것은, 미국·서구 보수층의 ‘가치 서열’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말이 꽤나 흥미를 돋웠고 칼럼을 읽고 당대 지배층이 선호하는 '고전' 이 내포하는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하면 더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모두가 아는 전쟁이 발발했고, 이번 <전쟁 이후의 세계> 는 그에 대해 쓰신 책이라길래 냉큼 신청한 책이다. 최근의 전쟁을 비롯한 현대 러시아를 이해하기 위해 겹겹이 쌓인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가는 책. 왜 전쟁 직후 푸틴에 반기를 들던 이들도 이내 곧 '잠잠해' 졌는가? 푸틴은 왜 "국가, 군대, 종교" 라는 삼위일체를 구성하고자 하는가? 구미권에 대한 러시아의 열등감의 근원은 무엇이며 실제 그들의 관계 구도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가? 특히 구미권과의 관계적 측면이 많이 흥미로웠는데 읽으면서 국제 관계에서 '매력적인 문화' 란 뭘까, 즉 소프트 파워의 문제가 머릿속에서 뒤엉켜 떠오르곤 했다. 더불어 그러한 문화는 대체 어떻게 다시 제국의 힘으로 발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책은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한반도가 '전쟁 이후의 세계' 에서 마주해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 등 남의 나라 전쟁이라 해서 결코 한반도와 무관한 게 아님을 짚으며 마무리된다.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해 주시기에 옆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추천하고 싶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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