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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Apr 17. 2024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책 <자본의 성별>, 셀린 베시에르 저


<자본의 성별> 은 자본주의와 성별 불평등 간의 복잡한 관계와 그 상호작용을 학문적·사회적 논의로 풀어내는 책이다. 본 서는 자본주의가 젠더라는 규범을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역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말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이 필요함을 일갈한다.


저자는 주로 여성에게 감정 노동과 가사 노동을 할당하는 성별 분업이 불공정한 부와 권력 분배의 기반이 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성별 분업이 단순히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규범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가 기능하기 위한 구성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가정 내 여성의 가사 돌봄 노동은 비가시화된 채 무급으로 상정되며 ‘실제’ 노동시장으로의 여성의 진출과 시간을 앗아간다. 설령 가사 돌봄 노동이 임금으로 환산된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낮게 치부되며,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가족 단위의 상속과 이혼 소송 과정이 어떻게 딸과 아내에게 불리한 위치를 제공하고 재산 기여도를 낮게 측정하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지적한다.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어떻게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체제에서부터 불공정의 싹이 뿌리내려 전체 사회 내 여성들을 옭아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렇게 마련된 법적 체계가 전체 사회를 지배하는지로 논의는 차근히 확장된다.


책은 이것이 한 국가 내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 양상에서도 보이듯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러한 억압은 비단 성별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인종과 계급을 비롯한 여러 정체성들이 복합적으로 교차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예컨대 북미 지역 내 유색 인종 여성들은 ‘백인’ ‘남성’ 과의 임금 격차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 마지막 장의 제목은 "모든 사람의 노예는 프롤레타리아의 전처" 인데,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근본적인 상상력과 구조 개편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아르테에서 출간되었음을 보았을 때부터 흥미가 일어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읽을 기회가 되어 찬찬히 따라가면서 이해하고자 애썼던 것 같다. 갸웃했던 점도 많았지만 저자의 축적된 질적·양적 연구로 인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비가시화된 무급 가사 돌봄 노동을 가시화하여 인정하고 평가하며, 더욱더 공평한 재분배가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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