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는 자살과 사고사의 중간쯤에서 애매하게 죽은 상태로 남겨질 시신과 공과금 고지서 등의 처리 문제로 생애 관계있던 사람들의 꿈속에 나타나고자 한다. 죽음의 원인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사랑했던 이들의 꿈속에 나타나고자 한다. 친구, 연인, 엄마의 꿈속으로. 작품 속 망자는 길손이라는 이름으로, 길손의 길을 안내하는 자는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지칭된다. 길손은 생애 걸어온 길을 너머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란 뜻으로 지어진 걸까. (그렇다면 꽤나 낭만적이다) 친구의 꿈속으로 갈까, 헤어진 연인의 꿈속으로 갈까, 엄마의 꿈속으로 갈까 고민하던 길손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완결하기보다는 미완결의 빈 괄호의 상태로 두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위해 그들의 꿈속으로 찾아가기보다는, 그들을 위한 꿈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내가 읽은 김멜라 작가님의 <제 꿈 꾸세요> 는 홀로 외롭게 죽어간 이가 사랑하는 이들의 꿈속에서 그들의 환대와 마중, 웃으며 떠나는 이별을 바라는 이야기였다. 죽은 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서정적이고 말랑할 수 있을까. 삶을 빈 괄호의 상태로 남겨두겠노라 말하는 화자의 다짐이 인상적인데, 어쩌면 '빈 괄호' 란 어떤 선결된 판단도 유보하고 주어진 삶이라는 가능성의 바다를 마음껏 유영해 보라는 작가님의 메시지가 응축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발췌
[...] 그러고 보니 나는 죽어서도 쉬지 못했다. 이유를 찾느라, 인과관계의 인因 에 매달리느라 죽음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 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 그러니 당신은 기쁘게 내 꿈을 꿔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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