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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y 06. 2023

무책임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회피의 끝

단편 <버섯 농장>, 성혜령 저


진화와 기진은 고등학교 친구다. 진화는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월세를 전전하나 동결된 월세가 아쉬워 지금의 집을 떠나지 않는 근로노동자이다. 반면, 기진은 스무 살 때 교통사고로 양친을 모두 잃었으나 물려받은 건물을 통해 임대소득세를 받으며 별다른 직업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부모 세대로부터 시작된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얽매여 무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진화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 자기 삶에 책임을 진다. 진화가 전 남자 친구와 연애할 무렵 전 남자 친구의 지인을 통해 휴대폰을 개통한 적이 있었는데, 글쎄, 이 자식이 사기를 쳐서 진화 몰래 별도의 휴대폰을 개통한 후 미납 상태로 두어 진화에게 막대한 빚을 남긴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는 인물이어서 진화는 기진과 함께 그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또한 그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아들의 잘못을 모른 척하고, 이후 이야기는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진화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산다. 더불어 등장인물이 하나 같이 다 무력하고 회피적이다. 유튜브 속 유기묘의 안위는 궁금하면서 바로 옆 친구의 도움은 외면하는 기진, 자신의 노모를 봉양하는 데는 극진하면서 아들의 빚은 외면하는 남자. (사실 후자는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둘이 지지 않는 책임에 분노하는 진화. 사실 읽고 나서 이게 뭔가 싶다. 읽고 나서 작품 안팎으로 드는 생각은 참 무책임하다, 라는 것뿐. 작품 해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떤 울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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