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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Feb 20. 2020

카지노에서 돈 잃지않는 법?

-내 마음속 욕망 다스리는 방법에 관하여

1. 카지노에서 돈 잃지않는 방법을 아는가? 
   (필자는 국내 최고의 호텔 & 카지노 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HRD쟁이이니 감히 한 말씀 드리겠다)


첫번째 방법은, 게임을 안하고 카지노 안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다. 카지노 안에는 다양한 그림(명화)들도 있고 신기하게 생긴 게임도구들도 많다. 그리고 곳곳에 맛있는 레스토랑들도 있으니 평소 미슐랭을 찾아 헤메이는 당신의 섬세한 미각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심심하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두번째 방법을 알려주겠다. 


소액(10만~30만원)의 돈을 베팅하되, 베팅하는 순간 '이 돈은 원래부터 내 돈이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운좋게 땄다면 (예를 들어 바카라의 경우 30만원을 걸었을 때 60만원을 획득) 30만원 본전에 30만원 이익이 생겼다...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그냥 60만원이 '통째로' 생겼다고 생각하고 바로 도박장을 박차고 나가라.


만약 베팅한 돈을 잃게 되었다면, 그 돈은 원래부터 내 돈이 아니었으니까 현재 나는 본전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손실은 이득의 약 2배 정도 심리적 상실감을 남긴다고 한다(손실회피편향 ; Loss aversion). 그래서 카지노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같은 액수라도 딴 돈보다 잃은 돈에 대한 갈망이 크기때문에 본전을 찾기위해 더욱 많은 돈을 베팅하게되는 것이고, 이것이 반복되면 폭망하게되는 것이다.


결국 돈을 잃지 않으려면 (즉, '손실감'이라는 심리적 상처를 적게 느끼려면) 베팅한 돈에 대해서 처음부터 '원래 내 돈'이라는 개념부터 내려놓고 베팅하면 된다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2. 최근 벌어진 외사촌 형제들의 난


엊그제 80가까운 노모께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 이유인즉슨, 최근 외가의 선산에 길이 새로 뚫리면서 보상금이 조금 나왔는데, 얼마 안되는 보상금을 둘러싸고 사촌형제들의 다툼이 일어났기때문이었다. 종종 재벌가 형제들의 난이 사회면을 장식할 때 '저 양반들은 형제간끼리 왜 저렇게 치고받고 웬수같이 싸울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주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다소 신기(?)하기도하고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길이 뚫리기 전에는 벌초도 하고 같이 나무도 심으면서 공동으로 선산을 가꾸었던 사촌형제들이 갑자기 이렇게 대립하게된 것은 (물론 외부상황에 기인하긴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선산'이라는 장소의 본질적 개념이 바뀌어버린 탓이다.


선산이란 무엇인가? 그곳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라기보다는 자손들이 조상을 추모하며 상호 우애를 다지는 리추얼이 벌어지는 집안 고유의 상징적 장소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러한 '선산'의 고유 목적성을 상실하고 그저 나누어야할 '돈'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버렸으니, 서로의 지분을 손해보지않으려고 눈에 불을 밝히고 주판알을 튕기는 사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어 조카들을 야단치러 당장 내려가신다는 어머니에게도 이러한 선산에 대한 원초적 의미를 강조하라고 말씀드리었다.


한편으로는 '카지노에서 돈 잃지않는 두번째 방법', 즉,  '원래 내 돈은 없었다'는 개념을 처음부터 사촌형제들이 가지고있었더라면 이러한 사달은 일어나지 않았을껄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을 물질적 지수로 환산해버리는 이 자본주의 세상하에 너무나 순진한 바램일까?



3.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과 욕망


16세기 바로크 미술을 개척한 이탈리아의 카라바조(1573 ~ 1610, 본명 미켈란젤로 메리시)는 당대 최고의 인기 화가로서 유명했지만, 실제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술과 도박, 살인, 도망 등으로 점철된 기인의 삶이었다고 한다. (물론 設에 따라서는 그의 폭력이나 살인 등은 당시 상황에 따라 어쩔수없이 일어났던 방어적 사건들이라는 말들도 있다) 

카라바조의 초상_오타비오 레오니


어느날 카라바조는 평소 사이가 좋지않았던 지인과 테니스 도박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 결국 상대방을 죽이게 되었는데, 이후 지방으로 도피 생활을 하다가 그린 생애 마지막 그림이 바로 그 유명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다. 어두운 배경에 홀로 밝은 빛을 받고있는 다윗이 골리앗의 잘린 머리를 들고있는 이 그림을 찬찬히 보면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섬뜩한 작품이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_이탈리아 보르게세 미술관


그런데 학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그 섬뜩한 골리앗의 머리가 바로 도피생활에 지친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라고 한다. 앞의 초상화와 비교해서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더 놀라운 設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있는 다윗의 얼굴은 바로 젊은날의 순수한 카라바조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그림을 뜯어보며 나는 좀 더 생각해보았다. 혹시 베어버린 골리앗의 머리는 카라바조 자기 마음 속의 '욕망 덩어리'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욕망에 얽메여 추레하게 변해버린 지금까지의 자기를 베어버리고 순수했던 청년 시절의 얼굴로 돌아가고싶었던 것이 아닐까...


참회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림을 그리고있는 카라바조를 상상해보니, 나 역시 인생의 고비마다 내 마음속의 끝없는 욕심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들이 생각이 났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거친 말을 쏟아부어 상대방을 당혹케 한 일, 사직후 잠시 강사 생활을 할 때 강사료 문제로 갈등을 빚고 결국 선배 강사와 결별했던 일...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내 마음속의 그것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마음속의 골리앗은 타자의 요구에 따라 생기고(라깡이 그렇게 말했던가), 인생의 파도속에서 상황과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가면서 점차 자기가 스스로 그 크기를 키워간다. 앞면에는 정당화, 뒷면에는 집착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어느새 거울을 쳐다보면 그 골리앗과 똑같이 닮은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있는 것 같다.


다시 10대의 순진무구한 다윗의 얼굴로 돌아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본다.


이제 그림속에는 나의 옛 모습들도, 땅 다툼을 벌이고있는 사촌형제들도,  회사내에서 등지고 앉아있었던 부서장들도, 나아가 갈등을 빚고있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윗의 얼굴이 되어 마침내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버리는 모습이 확대되어 펼쳐지는 행복한 세상이 보이는 듯하다 .  


법정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샘터출판사,2020)에 태국의 고승 아잔 차 스님 이야기로 마무리하려한다.

 

"조금 내려놓으면 조금 평화로워질 것이다. 많이 내려놓으면 많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완전히 내려놓으면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때 세상과의 싸움은 끝날 것이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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