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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Jul 09. 2020

"나는 코로나 19로소이다"

- 어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일갈

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 코로나 19 바이러스다. 나의 엄마 바이러스는 약 1시간 전에 6살배기 김길동이의 세포 내로 침투하여 100여 개가 넘는 다른 형제들과 함께 나를 복제해냈다. (즉, 나는 탄생했다)  


태어나고 보니 사실, 좀 웃기다. 우리들 때문에 너희 인간들이 허둥대는 꼴이란...


보이지도 않는 조그맣고 하찮은 것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고 투덜대는 인간들아... 우리는 너희 인간들보다 몇십억 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 말은 과거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존재해왔고,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서 우리를 없앤다느니 종식이라느니 떠들어대는 걸 보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멀쩡히 잘 살아있는(alive) 우리를 보고 몇 가지 시원찮은 기준만으로 생명체와 무생물의 중간이라고 판단하면서 소위 생물 계통발생도에조차 넣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를 심각하게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는 너희 인간들보다 매우 '진정성 있게' 번식하고 진화해왔다. 여기서 '진정성 있는 삶'이라는 것이 뭐냐고? 우리 바이러스들은 진정성 있는 삶을 이렇게 정의한다. 누군가를 음해하거나 속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솔직하게 사는 것.


우리는 그렇게 자연 상태에 맞추어 그대로 살아왔다. 물론 숙주의 상태에 따라 상호 유전자 교환을 통해서 다소 변이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조차도 자연의 섭리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언제나 오픈마인드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타인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감추고 살지 않나? 허접하기 짝이 없는 '명분'이라는 것으로 허세 부리고 말이야...


젠장, 그리고, '바이러스보다 못한 놈들'이라고 서로 비난하지 말길. 우리도 '존심'이 있고 차별받지 말아야 할 생명이라고... 왜 너네 인간들 중 못난이 놈들에게 우리 고귀한 '바이러스'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가 말이야. 물론 Virus라는 말이 너희들 조상들 중 하나인 라틴족의 '독(Poison)'이라는 좋지 않은 말에서 유래했다고는 하더만.


한 가지 더 이야기해 줄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우리는 "가진 것"이 없다.

굳이 있다면 내 몸의 핵산과 여분의 단백질 덩어리 정도... 이 정도면 인간들 중 생불로 알려진 성철 스님보다 훨씬 적게 가진 것 아니겠어. 그저 숙주의 몸에 잠시 머물다 다른 곳으로 갈 뿐.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 군상들의 삶을 보라.


나의 숙주 김 길동이네 아빠를 보면, 대기업 과장이랍시고 매일 새벽에 출근하고 상사 눈치 보면서 하루하루를 경영 전략인지 뭔지를 짜내느라 자신의 온몸이 녹는 줄도 모르고 일하고 있더라. 조금 있다 퇴근하면 숙주 길동이의 예쁜 입술을 통해 온 가족이 전파되어 고통을 당할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웃겨.


길동이 아빠는 대체 왜 저렇게 일하는 거니? 아, 아파트 새로 구입하고, 집안 식구들 잘 먹여 살리려고? 그리고, 여윳돈 생기면 저축해서 새 차 사려고? 남들하고 비교해가며 '더 많이, 더 높이, 더 길게' 인생 살려고?

길동이 아빠가 뭔, 올림픽 선수냐?


그런데, 텔레파시로 지구의 각 나라에 퍼져있는 우리 형제들과 소통한 바로는, 온 지구인이 길동이 아빠처럼 살고 있다는구먼. 너네들 말로는 80년대 이후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 흐름이라던가...


한편, 너희 인간들 중 들뢰즈(Gilles Deleuze 프랑스 철학자, 1925년~1995년)라는 인간의 말을 한 번 빌려보면...                                                                   

"자본주의는 이윤을 창출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의 영토(시장)를 개척하고 확대함으로써 전통적 사회관계를 무너뜨리고 욕망의 흐름을 분열적으로 극한까지 밀고 나간다(탈영토화)"*라고 하던데,

*주) 20세기의 욕망 담론들 (철학, 욕망을 마주하다, 조홍길),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함.


어쨌건 어려운 말 집어치우고, 너희 인간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자본주의의 극한에 몰려 초췌하게 길동이 아빠처럼 목표도 뭔지 모르고 끊임없는 물신주의적 성장 욕구에 사로잡혀있는 거 아니겠어...


결국, 그러한 끝없는 욕망들이 생명 경시, 환경오염, 전쟁 등으로 온 생명체들의 터전인 지구를 괴롭혀 온 거지. 우리 바이러스들도 덕분에 활개 치게 되었지만 말이야...ㅎㅎㅎ


100 나노미터(1 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밖에 안 되는 조무래기라면서 우리들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말이야.  심지어 또람프인가 너네 지구인들의 대빵 나라 우두머리는 TV 앞에서 기침하는 시늉을 하면서 아예 우리를 대놓고 무시하더니...


인간들아,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지금처럼 지구를 화나게 하면 우리 코로나 19뿐 아니라 대기하고 있는 제3, 제4... 바이러스 군단들이 추가 투입되어 지금보다 훨씬 더 모든 것을 마비시켜버릴 거야. 특히, 미세먼지로 온 지구의 대기를 뿌옇게 만들어 숨 쉴 수 있는 신선한 공기도 줄일 거고, 특히 너희 먹거리에 모두 미세 플라스틱 조각들을 뿌려 서서히 말려 죽일게.


무엇부터 해야 우리 모두가 공생하고 행복한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세상에서 얌전히 몇 명만 숙주로 골라 순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싶어...


방법을 찾아야 될 거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실천할!


잘 있어. 어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해서, 인류의 성찰을 조금이나마 희망해보는 7월 어느 날의 용모 생각.


*참고 : 표지 일러스트는 네이버 알 깨 미스트의 문화&예술 블로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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