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희망퇴직
오늘도 현업 팀장님과의 대화로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TO 회의였습니다.
인원 현황을 다시 보고, 빠진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정리하는 자리였습니다.
회의 목적 자체는 뻔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숫자들이었고,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내용이기도 했으니까요.
정리가 끝나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이었습니다.
팀장님이 조용히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위에서 내려오는 일이 너무 많아요.”
잠깐 숨을 고른 뒤, 한마디를 더했습니다.
“거기에 팀원들도 꽤 빠져나갔잖아요. 솔직히 많이 버겁습니다.”
그 말에는 변명이 없었습니다. 핑계도 아니었고요.
그냥, 지금 팀이 처한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의 얼굴을 봤습니다.
피곤함이 먼저 보였고,
그 뒤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따라왔습니다.
'아, 이건 인력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이건 팀 운영, 그리고 조직개발의 이슈로도 볼 수 있는 자리이구나.'
저는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는 바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일까요?”
팀장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일이 줄지를 않아요. 위에서는 계속 새로운 과제가 내려오고요.”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사람은 빠져나갔는데, 그 공백을 채울 여유도 없이 일이 쌓이고 있어요.”
TO 회의는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성과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팀의 조직개발 이야기로 넘어갔죠.
대화를 조금 더 풀어보니 이런 구조가 보였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업무는 많아졌고
팀장은 우선순위를 정할 시간도 없이 판단을 떠안고 있었고
남은 팀원들은 ‘이게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인지’ 묻지 못한 채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팀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과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일까요? 반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빠진 자리를
‘일의 구조’로 다시 설계하지 못한 상태였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먼저 지치는 건 팀장이고,
그 다음은 남아 있는 팀원들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지금은 일을 더 잘하는 방법보다, 먼저 무엇을 하지 않을지,
무엇에 집중해야할지를 먼저 정해야 할 것 같아요.”
1. 사람이 빠질수록, 기준은 더 명확해야 한다
사람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일이 몰립니다.
이때 기준이 없으면, 모든 일은 ‘급한 일’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채우는 게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팀 안에 공유하는 일입니다.
2. 팀이 무너지는 건 ‘일의 양’보다 ‘질문 부재’ 때문이다
일이 많아도 버티는 팀이 있습니다.
그 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일, 지금 꼭 해야 하나요?”
“이건 나중으로 미뤄도 될까요?”
이러한 질문이 살아 있는 팀입니다.
질문이 사라진 팀은 조용히, 아주 천천히 무너집니다.
3. 일을 줄여주지 못해도, 구조는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
HRBP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일을 없애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이 핵심인지
무엇을 내려놓아도 되는지
누가 판단해도 되는지
이 구조를 함께 다시 그려볼 수는 있습니다.
지금, 당신 팀의 상황은 어떤가요?
혹시 요즘 팀도 사람은 줄었는데, 일은 그대로이거나 더 늘어나 있지는 않나요?
그럴수록 “누가 더 필요할까”보다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 게
현실적인 팀 운영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버거운 지점은 어디인가요?
사람인가요, 아니면 기준 없는 일의 흐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