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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트너 고보경 May 29. 2023

역할 예우

배우에게 공감을 배우다 2.


배우 하면, 풍부한 감정을 먼저 떠올린다. 순식간에 역할에 몰입해 울다가 웃으며, 냉정하다가도 온화해지고, 앙칼지다가도 순진한, 이런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과 표현력에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런 감정 표현력보다는 그런 감정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관점과 역할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역할은?"


배우 고두심은 기자들에게 이런 인터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다고, 그 배역이 나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다. 어떤 배역이 던져지면, 어떻게 하면 그 역할 가까이에 갈 수 있을까? 그 걱정만 한다.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배우의 감정이 특별해 보이는 건, 맡은 역할을 어떻게 예우하느냐 일지 모른다. 배우는 자기가 맡은 역할이 비렁뱅이 거지라 할지라도 보석 대하듯 한다.


​내가 맡은 역할에 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 역할을 경외감 있는 눈빛으로 모신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역할과 일에 대해 언급하는 문장이 다르다.


배우의 관점.

맡은 역할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을 훔쳐봐야 한다. ​배우나 일반인이나 자기 역할에 스스로 공감해야, 좋은 표현이 가능하다. 물론 배우마다 노하우가 다르겠으나, 소위 연기 잘한다는 연기파들은 비슷한 말들을 한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마치 연인 대하듯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맡고 있는 많은 역할들을 모두 이렇게 소화큰일 난다. 그야말로 진 빠지는 일이다. 히려 우리는 힘 빼고 편하게 야 한다. 너무나 많은 일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까. 혹사당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그런데 혹시 맡은 그 여러 역할 중, 정말 멋지게 펼치고 싶은 역할이 딱 하나 있다면?


그 역할 연기만큼은 펼치기 전, 역할을 예우하는 배우의 태도를 참고해 보면 어떨까?​​


역할 속에 있는 인간은 자기 '행동'의 주인이 아니다. 그 역할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하인'이다.




닿고 싶은 역할 옷을 만지작 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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