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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트너 고보경 Jul 01. 2023

1분만 잠:시[詩] _ 흩어져 꽂히고 꽃 피는

1 휴

흩어져 꽂히고 꽃 피는 말  

가끔.

말을 쏟아내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쏟아낸 말은 흘러가버리기도 하지만,

남아 흩어져 엉뚱한 비수도 되니까.



우리는

무수히 많은 비수에 꽂혀 본 경험자 아닌가?

동시에​


우리는

본의 아니게 비수를 던져본 경력자 아닌가?



무심코 쏟아낸 제 말에

모두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단어, 한 문장에도 자주 허우적댄다.



그렇다고

쏟지 않은 채,

침묵으로 묵히는 것은

말의 존재를 몰살하는 행위다.


'우리'에 가두고,

그저 당근 몇 개, 물 한 모금.


연명하고, 방치하는 건

제 말을 모욕하는 행위다.



보듬어, 간직된 말이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누군가에게 비수가 아닌 꽃으로 피어날 때,

쏟은 말은 비로소 호사와 자유를 누린다.​



가끔.

말을 쏟아내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흘러가는 말을 붙잡고 울 때.



말 주인의 자격
버트너의 시[詩]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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