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80% + 임금 100% = 생산성 100% 유지?
*본 원고는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2년 8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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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주4일제 근무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가 착수되었다. 업무시간을 80%로 줄이고 임금을 100% 유지할 때, 생산성이 기존 100% 유지되는가를 확인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에는 헬스케어, 교육공학, IT, 마케팅, 소비재, 주거, 미디어, 게임, 자선단체, 환경, 컨설팅 등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70개 회사의 3,300여 명 직원이 참여하였다. 기업들은 중소기업 프랜차이즈부터 이름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까지 다양하며, 옥스포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보스톤대학, 4 Day Week Global 등 다양한 연구기관이 약 6개월간 연구시험을 주도한다.
이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생산성과 직원 복지, 환경,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향후 6개월간 직접 모니터링하고 측정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임금 100%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4일제로 업무 일정이 바뀌었을 때, 직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피로감, 직업 및 삶에 있어서의 만족도, 건강, 수면, 에너지 사용 등 기타 삶의 여러 측면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변화와 기업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데이터 요소를 지속적으로 누적/축적하여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 단위에서 이와 비슷한 실험은 아이슬란드에서도 있었는데, 2015년에서 2019년까지 4년간 주4일제로 근무할 경우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는지를 테스트 연구한 것이다. 그 결과 근로자들이 더 적은 시간 일했음에도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과, 동시에 직원들의 웰빙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되었다. 현재 아이슬란드 노동자들의 90%는 매주 약 35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전에는 주당 평균 44~45시간 정도를 일하는, 2018년을 기준으로 유럽에서는 비교적 긴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유럽 국가 중 3번째로 긴 노동시간).
실제 연구에 참여한 직원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그들의 행태 변화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직원들이 어떤 유익을 경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조금 더 이른 시간에 퇴근하여 가정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만족도, 몰입도(engagement)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다른 기업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직원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유익이다보니 기업에 존속하는(retention) 기간 역시 늘어났다. 채용팀 입장에서도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동일한 급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잠재적 지원자들을 공략하기위한 리크루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좋았다. 더 여유로워진 시간을 통해 학위과정이나 학습을 위한 자기개발에 투자하고, 이것이 선순환되어 자신의 업무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한 가정에 투자하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되어, 더 긍정적인 기분과 마인드로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는 의견도 마찬가지 관점이었다.
당연할 것 같지만 정말 직원들이 이런 주4일제 변화를 반길까? 주4일제라 하여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5일 중 4일만 출근하여 매일 8시간씩 일하는 경우일 수도 있고, 매일 7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경우, 혹은 매일 7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하루는 격주로 아예 쉬는 경우의 방식도 있다. 어떤 유형이든 이러한 시도의 성공여부 핵심 중 하나는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직원들이 어떤 유형을 선호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어떠한 직원은 Work and Life Balance를 좇기 보다는 더 많은 시간에 더 열심히 일하여서 더 많은 보상을 받고, 그것을 통해 개인의 빠른 커리어 성장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직원들의 세부 목소리를 듣지 않고, 거국적 의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괄적인 주4일제 근무제도는 오히려 근무자들의 반감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원들의 의견 역시 잘 해석하고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성인의 92%가 (8시간씩 5일 근무 대신) 매일 10시간씩 주 4일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Quartz at Work, 2022). 2019년 YouGov에서 조사한 자료에서는 67%에 해당하는 약 2/3의 미국인들이 마찬가지로 매일 8시간씩 일하는 것 보다, 차라리 주 4일을 10시간씩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답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채용 전문회사인 Reed가 202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80% 이상이 주4일-매일10시간 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차피 주당 40시간 일해야 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4일을 더 밀도 있게 일하고 하루를 더 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법 하다.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직원과 기업에 긍정적일까? 아무리 하루를 더 쉴 수 있다는 보상이 주어진다고 해도, 하루에 10시간을 기본으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원들이 매일 10시간씩 일하는 4일간, 그들의 체력과 웰빙 컨디션은 오히려 나빠지고, 이것은 전체적인 비즈니스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4일제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대해 해석하고 실제 HR 제도로 반영할 때는 통합적인 관점의 이해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고용주와 직원은 서로 합의하에 노무와 임금을 상호 제공하는 계약관계에 있다.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고용주는 직원으로부터 제공되는 더 높은 수준의 헌신과 노동력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더 큰 매출과 비즈니스 성장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더 많은 노동력 요구는 고용주 입장에서 언제나 당연하게 이해되는 논리적 사유였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는 대부분 덜 일하고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직원의 인간적인 본성은 고용주의 본질적 니즈와 언제나 상충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4일제로 일하는 업무 방식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일이지만, 대부분의 고용주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염려되는 부분이다. 업무시간을 20% 줄이는 대신 임금을 20% 줄이는 방식은 나름대로 합당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 현재 진행되는 대부분의 연구는 임금을 그대로 100%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검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주이든 직원이든 같은 관점에서 동일하게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기술을 활용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하고 일할 수 있었던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산업마다 본질적 제약이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재택remote 근무로도 비즈니스가 운영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함과 편의성은 우리에게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했다. 동일한 시간을 근무하는 데 생산성도 올라갔지만, 동시에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올라갔다는 의미이다. 코로나 기간동안 직원들이 겪는 경험에 대해 연구한 HBR 자료에서는 약 67%의 직원들이 오히려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더 많이, 더 자주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직원들인데 일주일에 하루 업무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더 합리적이거나 생산성을 늘린다는 기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근로시간의 단축이 곧 작업/업무량의 양적/질적 단축과 이어져야 비로소 직원들 입장에서는 더 나은 웰빙과 개선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비즈니스 입장에서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주4일제가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면들은 자명하다. 근무시간이 짧을수록 직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직원의 행복과 삶의 만족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이것이 선순환되어 이들이 근무에 임하는 컨디션과 몰입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직원 채용을 생각해보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주4일제로 일하는 회사에 대하여 높은 매력도를 느낄 것이다. 또한 기존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유지하는 측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동인은 일시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정부 시책으로 주4일제가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일반화되면, 직원들 입장에서 주4일제는 더 이상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당연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4일제가 가져오는 역효과도 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공공연하게 제도화 할 경우, 모든 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정하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중교통, 응급서비스, 물류 등 기본적으로 비슷한 난이도의 반복된 작업을 시간의존적으로(time-based) 일하는 산업에서는 근로 시간을 줄이는 행위는 곧 운영(operation)과 생산성(productivity)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기계의 자동화나 기술을 활용하여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직업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주4일제를 통해 발생하는 나머지 1일에 대한 근로영역을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여 해결하면 오히려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매우 편향된 생각이다. 주4일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에 대한 임금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실업률 자체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상승하는 매우 크리티컬한 의사결정이다. 주4일제를 통해 고용률을 높이려 했던 프랑스의 시도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회자되는데, 당시 많은 프랑스 기업들은 정부의 근무시간 단축 정책에 대하여 시간제 계약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본질적으로 고용률을 늘리고 실업률을 감소시키려 했던 프랑스 정부의 의도가 어긋나게 되었다.
우선 몇 가지 주요 지표/데이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요즘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고 또 분석연구 프로젝트중인 ‘하이브리드 워크의 적정성/효과성’ 연구와 관련해서 어떤 데이터 지표를 참고하는 지 보면, 이에 대한 도움이 된다. 재택근무기간period, 생산성productivity, 인재유지talent retention, 업무만족도Job Satisfaction, 직원몰입도 Employee engagement, 워라밸Work-life balance (업무에 임한 시간), 통근(출퇴근)거리, 출퇴근에 소요하는 시간, 오피스비용(직원식대, 출퇴근교통비, 유류비, 사무실유지비 등), 재택근무에 따른 비용 (장비지원, 원격 소프트웨어 활용 등), royalty, attraction, reputation, service maintenance, time to react customers’ complaint 등 다양한 관련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생산성의 변화 유무를 추적하려면 업무시간 대비 인건비, 매출의 변화, product 생산량의 변화 등도 볼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행동이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질적 데이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주4일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여기 저기에서 논의되면서 은연중에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다. 주4일제는 일하는 방식의 하나인 표상이다. 우리는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본질은 무엇일까? 근로시간 단축이 업무시간 강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주4일제에 대한 논의는 제로섬 게임일 수 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은 하나의 표상일 뿐, 비즈니스 일하는 방식의 본질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촉발된 개선이 아니라면 주4일제의 본질은 흐려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회사/기업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무슨 비전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가? 주4일제는 제도이고 현상이지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직원과 기업 상호간에 더 나은 가치를 찾고자 발버둥치는 노력이다. 이는 주4일제라는 HR제도로 발현될 수도 있고, 혹은 원래대로 주5일제를 유지하되 더 나은 보상이나 다른 방식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무분별하게 이러한 트렌드를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기준과 관점을 가지고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추후 이러한 연구 인사이트가 도출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다. 만약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면서 주4일제로 일하는 방식이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연구 테스트 상에서) 잠정 결론이 난다면, 혹 어떤 고용주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주4일제에서 나타나는 생산성이 주5일제의 100% 수준이라면, 원래는 주5일제에서 120%의 생산성이 발현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직원들이 자신의 노력을 100% 다하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일견 괘씸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러한 관점을 어떤 이들은 고용주가 속물 근성을 가지고 있고, 직원에 대한 배려 없이 비즈니스만 생각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든 작든 누군가를 고용하여 직접 사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금 비즈니스의 본질과 사람(직원)을 통해 일하는 HR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비즈니스 성공에 있어서, 그저 매출과 높은 생산성이 계속해서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물질/자원이 아닌 ‘사람’이라는 인격체를 통해서 일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