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alytics는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가
지난 1부에서는 2023년 4월에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를 소개하는 내용을 다뤘다. 특히 People Analytics라는 용어와 개념이 등장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있어서, 영미권에서 이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요즘에는 어떤 아젠다로 논의하는지 등을 설명하였다. 더불어, 해당 컨퍼런스에 수년간 참여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는 인사이트를 다음의 6가지 주요 내용으로 정리하여 전달한 바 있다.
(1) 이제는 People Analytics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왜 필요한지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2) ‘Best Practice’ 사례 공유는 진부하다. 구체적인 이슈를 논하자!
(3) 있어보이는(fancy) 분석방법은 이제 그만. 핵심은 비즈니스다.
(4) “Project-based”에서 “Day-to-Day”로 변화하고 있다.
(5) People Analyst 혹은 Head of People Analytics 로 있던 사람들이 지난 몇 년간의 성장을 통해 HRBP(Human Resource Business Partner)로 회귀하고 있다.
(6) People Analytics에서 적시성(Timeliness)은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이다.
이 글에서는 컨퍼런스에서 다뤄졌던 발표 사례 중 국내 HR 실무자들에게 의미 있을 몇 가지를 소개하는 한편,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들도 함께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ABN AMRO는 네덜란드에서 세번째로 큰 상업은행이다. ABN AMRO에서는 약 7~8년 전부터 People Analytics팀을 구축하여 인력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접근을 수행해왔다. 해당 팀의 리더인 Patrick Coolen은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 초기 모임부터 종종 참여하여 ABN AMRO에서 People Analytics가 구축되어가는 여정에서 발생하는 일들과 과정을 발표하곤 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3명의 멤버로 팀이 구성되었는데, 데이터 분석 역량이 뛰어난 전문가는 없었지만 비즈니스의 문제를 파악하고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는 컨설팅 역량과 네트워크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에 HR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의 한 축으로 외부 HR 솔루션과의 파트너쉽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ABN AMRO의 People Analytics는 초기에 데이터 분석의 역량이 부족한 점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발 빠르게 대체하면서 사내에 HR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인사이트가 어떻게 유의미하게 활용되는지를 전파하고 People Analytics팀을 초기에 포지셔닝 하는 데에 힘을 주었다. 그 결과 초기에 People Analytics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감을 갖던 사내 직원들이 이 팀의 존재와 역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였고, 이것이 ABN AMRO에서 People Analytics팀이 초기에 안착하는 데에 큰 전략이 되었다.
수 년이 지나 지금 2023년에 ABN AMRO의 People Analytics 팀에서는 다음의 그림 1에 있는 것들을 위주로 다양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BN AMRO의 Global Head of People Analytics였던 Patrick Coolen이 발표한 슬라이드의 한 장이다. ABN AMRO의 경우 이전에는 EX (employee experience, 직원 경험)과 같이 이슈가 되는 키워드가 기업 내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어떤 분석 시사점이 있는지 등을 탐구했었다. 그랬던 접근방식이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점차 ABN AMRO에서 구체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려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컨퍼런스 과정에서 현재 ABN AMRO의 People Analytics를 이끌고 있는 Jaap Veldkamp (얍 벨드캄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에게 요즘 가장 큰 관심 영역이 무엇인지를 물으니, ‘Skill-based talent market place’ 시스템 구축을 답하였다. 즉,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외부 환경 대비해서 기존에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도태되거나 활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다보니,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를 스킬 기반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 영역을 한눈에 파악하고, 새로운 역할과 포지션을 감당하기 위해서 어떤 스킬을 추가로 개발하거나 보완해야 하는지, 각 팀이나 부서마다 어떤 스킬과 기술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은지, 혹은 직원의 기술/스킬 개발을 위해 어디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기초 자료를 구성하는 것이다. ABN AMRO의 경우,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여, 직원들의 어떤 부분을 분석할 때 비즈니스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고, 여기서 스킬 기반의 탤런트 마켓 플레이스 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사례 발표는 Merck (머크)이다. 머크는 MSD라고도 불리는데, 1668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64,000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고, 66개국에 지사가 있으며, 헬스케어와 라이프 사이언스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다. Merck 역시 ABN AMRO와 마찬가지로 People Analytics 영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관련 사례 발표와 지식 공유를 해온 기업이다. Merck에서 Head of People and Change를 맡고 있는 Anna Lena Fritzsche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직원들의 스킬을 기반으로 어떻게 역량을 강화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였다 (그림2 참조).
머크에서 스킬 기반의 역량 강화 People Analytics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 내 상황 뿐만 아니라 대외적 외부 환경 역시 중요했다. 예를 들어, 2022년에 BCG에서 수행한 직원 스킬 관련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약 50%의 사람들이 새로이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스킬을 장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30년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90%까지 올라간다. 즉, 기존에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에 의해 대체되거나 무용지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머크에서는 위에 대비하여, 가장 최신 버전으로 계속 업데이트 된 L&D 플랫폼을 활용해서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학습의 장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특정한 스킬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킬 주제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리뷰 및 업그레이드 하고, 이것이 학습자 입장에서 향후 달성하고자 하는 역할이나 포지션에 있어서 얼마나 필요한 스킬 정도를 충족하고 있는지를 데이터 분석 관점에서 도식화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라는 스킬 주제에 있어서, 어떤 요인들이 개발되어야 하고, 현재 직원의 레벨을 비교하여 skill fit score가 몇 점인지, 현재 팀에서 스킬 개발 향상율이 어느정도 되는지 등이 수치화되어 대쉬보드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직원 개인 단위 뿐만 아니라 팀이나 조직 단위로도 스킬 개발 학습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이렇게 스킬을 개발하는 정도를 표현하고 현재의 진행 정도와 앞으로 달성해야 할 정도를 수치화 하여 보여주는 L&D 플랫폼 시스템은 다른 조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Merck의 사례에서 핵심은 그림 3에서 보여주는 것인데, 단순히 직원이 일방향으로 러닝 플랫폼에 접속하여 스킬 개발 학습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팀장)와 일대일로 논의하면서 해당 스킬 개발의 필요성과 니즈가 적절한지, 어떻게 더 보완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프로세스가 병행되어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스킬을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많은 sub skill이 있다. 랭기지 기반의 분석 툴을 학습하는 것도 있을테고, 시각화 툴을 학습하거나, 분석에 대한 개괄 이해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그냥 막연하게 통합화 되어있는 해당 스킬 모듈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직원이 매니저와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우리 팀에서 비즈니스에 기여하려면 여러 데이터 분석 스킬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논의해 나감으로써, 학습을 비즈니스 수익에 연결시키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 학습 모듈의 내용이 그 조직이나 팀에서 필요한 내용과 적절하지 않으면, 학습 콘텐츠에 리뷰/피드백을 보내고 콘텐츠가 재차 개발 및 보완되는 방식으로 적절한 스킬의 향상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 선순환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분석은 단순히 학습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고 있고, 얼마나 해당 모듈을 이수했는지 정도를 보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매니저 및 사내 부서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유의미한 스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 간다.
“이제는 People Analytics가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
하지만, 이번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를 다른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기술중심(tech-centric)과 행동과학(behavioural science) 사이의 대립? 혹은 협력?”
컨퍼런스 전체적으로 또 다른 주요 키포인트는, 기술중심(tech-centric)과 행동과학(behavioural science) 사이의 대립이었다.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HR tech solution, 즉 더 빠르고, 더 효율,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당면한 People Analytics 문제들과 기업들의 상황을 타개해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Visier와 One Model이 그러하다. 반면 사람 중심으로 보는 관점은, 머신러닝과 AI의 활용에 있어서 threshold(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기술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큰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행동과학이 겸비되고 사람중심의 질적 연구분석이 동반되어야 실제로 유의미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미국 Southern California 대학의 Alec Levenson과 같은 학자가 이와 같은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 물론 어느 한 쪽이 맞다고 보기는 어렵고 양 측을 비판적인 자세로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위 관점에서 People Analytics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긴 하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7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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