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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Feb 07. 2024

나도 달달한 말만 하는 상사가 되고 싶다.



2024년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갔는데 아직 2023년에 머물러 있는 팀원들이 있다. 각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기적으로 결재를 올려하는 문서들이 있다. 대다수 공통 관리 서류라던가 월별 실적보고 등 정기적으로 올려야 하는 문서들은 딱히 정해진 결재 일자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결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합의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전에는 제출 날짜를 다 정해서 진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제출 날짜 제한을 풀고, 자율적으로 결재를 올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 초반에는 시기에 맞춰 서류가 잘 제출되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달을 넘기고, 몇 달을 미뤄지는 일이 다반수가 되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자신만의 패턴에 맞추어 결재를 잘 올리는 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이상의 팀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결재를 올리지 않아 연말에 한 번에 서류가 올라오거나 해를 넘겨 서류가 올라오는 일이 발생되었다. 또한 문서 이관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누락된 서류들이 다수 발생되어 2023년은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바쁜 일정 탓에 업무를 처리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달의 서류가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그걸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회피하듯이 그 업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몰라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 그 업무를 회피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그런 적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미루면 미룰수록 더 결재를 올리기가 어렵게 되는 게 사람마음이다. 그래서 회피하기보다는 그 순간부터 바로 잡아 결재를 올려야 일을 수습할 수가 있다.


이렇게 서류가 밀린 상황에 누군가는 그러겠지. 왜 관리를 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결국 그 비난의 화살은 관리자의 몫이 되었고, 규제를 다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빨간펜 선생님 같은 상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한두 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다 체크할 수도 없을뿐더러 서류를 제출했는지, 안 했는지를 체크할 시간에 사업들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희망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은 팀원들 덕에 2024년 현실은 날짜를 제한하고, 정해진 기한 내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공지하고, 서류 제출한 팀원을 체크하고 있다. 정말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관리를 위해선 자율적인 업무처리보다는 규제적 업무처리 방식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자율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을 존중받기 희망하면 그만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 뒷따라야하지 않을까. 다들 제약받기는 싫어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잘하고 있는 팀원들까지 피해를 보는 이 상황들을 보면서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해가 바뀌면서 서류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제출하라 재촉해야 하는 이 상황들이 나를 무기력하고, 회의감을 들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직급이 나누어져 있지만 모두가 월급을 받고 근무하는 직장인이 아닌가. 누군가를 규제하고 한다는 건 규제를 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다. 나라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을까. 전체 공지의 80%가 나 일정도로 규제하고, 제한하고 있는데 이 집단 속에서 나란 사람만 저러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율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책임감이 따른 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시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빨리 오기를 희망해 본다. 자율을 희망하는 자. 책임감을 장착하소서. 나도 달달한 말만 하는 상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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