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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tist Jun 06. 2022

임금관리#5 직무분석과 스펙(Spec)

임금관리 시리즈 5

A. 들어가며


직무분석은 기업 내 직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직무분석의 결과물은 직무의 내용을 작성한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직무 명세서(Job Specification)가 된다. 


우리나라의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신 분들이라면, 실무에서 주로 'JD'라는 약어로 부르는 직무 기술서는 익숙할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를 하였던 해외 기업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아직 직무 명세서와 기술서를 분리하여 활용할 정도로 직무 분석에 공을 많이 들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에서 활용하는 JD에는 대부분 직무의 내용과 직무 수행에 필요한 요건을 함께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무 명세서라는 명칭 자체는 생소할 수 있다. 직무 명세서에 들어가는 내용은 JD에 주로 필수 역량 내지는 우대 역량으로 작성하는 부분이며, Specification을 줄인 약어인 "스펙(Spec)"이라고 부른다. 공채 중심의 채용활동이 일반적이던 시절, 우리는 신입사원의 "스펙"이라는 것이 마치 학벌, 해외 어학연수 경험, 봉사활동, 자격증 같이 직무 자체와의 연관성은 낮더라도, 실무 역량이 전혀 없는 신입이 갖추고 있으면 좋을 일반적인 요건들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직무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시채용 및 직무 중심 인사관리에서 "스펙"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갖추어야 할 직무 단위의 요건들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이해하던 스펙은 직무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취업을 위해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으면 좋을 요소들이다. 그러나 스펙의 본래 의미는 지극히 직무를 중심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를 의미한다. 스펙은 직무를 우선 상정하지 않고서는 논할 수 없는 개념이다. 모든 직무에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능력, 지식이 있고, 그 기술, 능력, 지식이 직무가 요구하는 스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직무중심 인사관리 하에서는 신입 포지션에 지원한 자가 취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자격증이나, 남들은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을 가져오더라도 그것이 직무가 요구하는 기술, 능력, 지식과 무관한 것이라면 스펙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채용 담당자로서 신입 채용의 변화와 대졸 사원의 취업 활동 방향성에 관한 글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_나중에) 


우선 금일은 직무와 직무 분석의 큰 틀을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B. 직무 분석


1. 직무의 의의


기업에는 수많은 업무(Task)들이 있다. 기업의 종업원은 대체로 수많은 업무를 맡게 되며 개별 종업원이 맡은 업무의 묶음은 직위(Position)이라 한다. 업무가 극도로 전문화된 공장을 가정하지 않는 한, 기업 내의 사람들이 서로 완전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보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 내 직위의 수는 기업 내 종업원의 수만큼 존재한다. 직무(Job)도 업무의 묶음이라는 점에서는 직위와 유사하나, 기업에서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업무의 내용이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높고, 필요한 능력, 책임, 노력 등이 유사한 업무들을 중심으로 업무를 묶어 놓은 것이다. 직무는 직위와 달리 구성원의 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기업 내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무 단위로 인사관리를 할 경우 구성원 간 임금 비교가 용이해진다. 또한 직무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으며, 산업의 성격이 다소 상이하더라도 모든 기업에 필요한 경영지원 직무 등은 기업 간 유사하거나 동일한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 직무들이 많다. 따라서 직무를 중심으로 임금관리를 하는 기업의 경우 외부 시장을 기준으로 적절한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용이하다. 


2. 직무 분석


직무 분석이란, “특정한 직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의미한다. 직무분석은 직무급의 운영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임금체계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와 인사관리 전반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리 기업들 중 대다수는 오랜 기간 직무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기업을 잘 운영하였다. 또한 직무 분석 활동을 실제로 해 본 인사 담당자들이라면 공감할 것이지만, 기업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무의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육신과 정신이 모두 고단해진다.) 따라서 직무분석을 실행하기 앞서 1. 우리 기업에 직무 분석이 왜 필요한 것인지, 2. 어떤 방법으로 직무를 분석하고 평가할 것인지, 3. 결과물인 직무기술서와 명세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하니까 따라서 하자”는 식으로 직무 분석을 실행한다면, 수고롭지만 의미 없는 활동이 될 수도 있다. 


직무 분석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이 명확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직무 분석 시 일반적으로 수집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직무에서 어떤 원자재(원자재, 자료, 정보)와 설비(장비, 시설)를 사용하며,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어떤 능력, 자격, 지식, 기술을 필요로 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2) 전술한 자원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와 프로세스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가? 


3) 최종 산출물은 무엇이며, 산출물의 제작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그리고 정보의 수집은 설문지, 면접, 관찰, 직무 수행자의 자체 기록, 기록자의 체험 등의 방법을 혼합하여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직무기술서와 직무 명세서


직무분석의 결과물은 직무기술서와 직무 명세서다. 직무기술서에는 직무분석을 통해 파악한 직무의 명칭, 유관 및 협력 직무, 직무의 전반적인 내용과 구체적인 업무, 사용하는 설비와 도구 등 직무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작성한다. 잘 제작된 직무기술서를 읽으면, 직무에 대한 특별한 배경지식 없이도 해당 직무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직무 명세서에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적성을 작성한다.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기술, 지식, 인생, 태도, 자격 등이 작성되며, 채용 공고 시 직무의 자격 요건 및 우대 사항 란에 작성되는 내용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직무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외국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은 직무 명세서와 직무기술서를 나누어 길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놓는다. 그러나 직무 중심 인사관리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기업들은 직무 명세서와 기술서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직무기술서에 직무 요건과 적성을 포함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4. 직무평가


직무평가는 조직 내 서로 다른 직무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비교하여 상대적인 가치를 결정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직무평가는 직무분석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지며, 직무평가의 결과는 직무등급체계로 정리하여 임금체계에 활용한다. 즉, 직무분석은 직무평가를 위한 필요조건이며, 직무평가는 직무급을 운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앞서 직무평가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결정한다고 하였는데, 이때 일정한 기준이 무엇일까?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2항 전문은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능력),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한다 규정한다. 이 중 기술과 노력, 책임은 직무를 분석해야만 알 수 있는 기준들이다. 즉,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을 위해서는 각 직무의 가치를 알아야 하고(직무 평가), 그 가치는 기업 내 직무들을 면밀히 분석(직무 분석)하여 밝힌 기술, 책임, 노력과, 작업 조건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직무평가의 방법은 크게 계량적 방법과 비계량적 방법으로 나눈다. 계량적 방법은 직무를 기술(능력), 노력, 책임, 작업 조건으로 나누어 직무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주로 점수 법을 활용한다. 점수법은 직무의 가치를 평가 기준 별로 각각 계산 후, 이를 합산하는 방법이다. 이때, 모든 평가 기준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과 기업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평가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평가 기준 별로 가중치를 두어 보상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반면, 영국의 기업들은 기준 직무를 두고 비교평가를 통해 점수를 계산하는 요소비교법을 주로 활용한다. 직무중심 인사관리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 기업의 경우 비계량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며, 대표적인 비계량적 직무평가 방법으로 분류법과 서열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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