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그런데 그게 뭔가요?
A.들어가며
몇 년 전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 평등과 공정의 가치를 대변하는 언어처럼 풀이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노동정책의 일환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누군가와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성별, 출신지역, 고용형태 등 업무나 성과와는 무관한 이유로 다른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느껴진다. 만약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단순히 ‘불합리한 차별 방지’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반대할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엄밀한 의미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읽기에 앞서 독자는 동일한 노동, 동일한 가치의 의미와 기준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생각한 적이 없거나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다음의 글을 읽기 바란다.
필자가 이번 칼럼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문제나 개선 방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이나, 성차별, 입법 미비의 문제 보다는 대한민국의 인사관리 시스템이나 노동시장의 형태 같은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가깝다. 따라서 관련 노동법의 내용을 간략히 다루되, 인적자원관리 학문의 관점을 중심으로 서술할 계획이다. 법조문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이해해보도록 하자.
B.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시작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어원부터 이해해보자.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1963년 미국에서 남녀 간의 임금 차별을 목적으로 제정한 동일임금법(Equal Pay Act)에서 시작되었다. 이 법 제정 후 바로 다음 해인 1964년에는 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제정되어 임금 외 모든 인사관리에서 차별이 금지되었다.
한편, 이 법에서 지향하는 원칙은 엄밀히 ‘동일노동 동일임금’보다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가깝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가치가 있는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을 제정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였다. 고평법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모집과 채용(제7조), 임금(제8조), 임금 외의 금품(제9조), 교육 배치 승진(제10조) 정년 퇴직 및 해고(제11조) 등 인사관리의 모든 분야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
그렇다면 고평법 이전에는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 가능했다는 의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헌법은 제32조 제4항을 통해 여성은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성별을 이유로 근로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아니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근로조건 등에 대한)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 규정하여 헌법을 구체화하였다. 따라서 성별을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하는 것은 본래 금지된다. 만약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단순히 임금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할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라면 근로기준법 제6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진다.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인 고평법을 제정하여 들여온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단순히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1. ‘동일한 노동’이 무슨 의미인지, 2. 서로 다른 노동이 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지 않았다면, 천천히 글을 읽으며 함께 이해해보자.
C.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의미
전술한 바와 같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을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직무를 중심으로 인적자원관리를 하는 국가이다. 이들이 말하는 동일 노동의 기준은 무엇일까?
기업에는 수많은 업무(Task)들이 있다. 기업의 종업원은 대체로 수많은 업무를 맡게 되며 개별 종업원이 맡은 업무의 묶음은 직위(Position)이라 한다. 업무가 극도로 전문화된 공장을 가정하지 않는 한, 기업 내의 사람들이 서로 완전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보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 내 직위의 수는 기업 내 종업원의 수만큼 존재하며, 기업 내에서 동일한 직위를 찾을 수 없으므로 직위를 동일 노동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일노동의 개념은 직무(Job)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직무도 업무의 묶음이라는 점에서는 직위와 유사하나, 기업에서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업무의 내용이 유사하거나 관련성이 높고, 필요한 능력, 책임, 노력 등이 유사한 업무들을 중심으로 업무를 묶어 놓은 것이다. 직무는 직위와 달리 구성원의 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기업 내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임금비교가 용이하다. 또한 직무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으며, 타 회사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 직무들이 많다. 그래서 외부 시장을 기준으로 적절한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용이하다.
동일직무에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기업 내 개별 직무들의 성비 불균형이 심한 경우라면, 임금 차별 금지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나 고용형태 등과 관계없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 직무에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 바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직무의 가치를 비교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반드시 ‘직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직무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고평법 제8조 제2항 전문은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능력),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한다 규정한다. 이 중 기술과 노력, 책임은 직무를 분석해야만 알 수 있는 기준들이다. 즉,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위해서는 각 직무의 가치를 알아야 하고(직무 평가), 그 가치는 기업 내 직무들을 면밀히 분석(직무 분석)하여 밝힌 기술, 책임, 노력과, 작업 조건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D.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사관리 환경 비교
“That’s Not My Job”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영화를 보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 표현은 한국에서 듣기 쉬운 표현은 아니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배경은, 단순히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맡은 직무의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고, 내가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바로 “That’s Not My Job”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무의 업무 구분은 명확하지 않은 반면, 부서의 권한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은 제 일이 아닙니다’라는 표현보다 ‘그것은 우리 부서의 관할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인사관리를 하기에 직무의 구분이 명확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오랜 기간 직무를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했던 반면에,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을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19세기 말 무렵부터 아담 스미스의 분업의 원리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을 바탕으로 개인이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분류하는데 집중하였다. 분업의 정신을 토대로 업무가 철저히 나뉘어 효율성을 중심으로 관리가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직무를 어떻게 설계하여야 최고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인사관리가 발전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인사관리는 사람보다는 직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직무의 공석이 생기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는 확보 방식이나, 직무의 가치를 매겨 임금을 제공하는 인사관리 방식은 반드시 직무를 명확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할 것을 전제로 하였다.
반면 한국은 사람 중심의 인사관리를 한다. IMF 이전까지 우리 기업들은 개별 직무보다는 기업에 적합한 속성에 집중하여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였으며, 그 결과 직무 역량보다는 연령, 근속, 학벌 등 속인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대규모 공채 방식 선발을 진행하였다. 평생직장 보장과 기업의 가파른 고속성장은 사원들이 기업에 높은 충성을 바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사원들은 너의 일 나의 일을 구분하지 않고 조직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업무의 유동성과 비정형성은 직무를 분석할 필요성을 낮추었다. 또 임금면에서 연차가 차면 숙련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숙련상승설) 하에 연공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급을 활용하였다. 숙련상승설의 가정으로 연공급을 사용할 경우 개별 직무의 가치를 매길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지금까지 직무분석과 평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 중심 인사관리의 한계를 느끼고 직무 중심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를 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고, 직무 중심 인사관리라는 표현 자체가 실무적으로도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 되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능급이나 직무급을 가미한 연공주의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고, NCS 직무 표준 개발 등 직무 중심 인사관리 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기업의 채용공고를 모두 살펴본 사람이라면, 직무의 기술서와 명세서의 양과 질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중심의 인사관리나, 직무 중심의 관리 중 어느 하나가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며,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명확한 직무 분석과 평가를 전제로 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직무 중심의 관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앞선 글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사관리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왔고,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직무분석이 미비한 사람중심의 인사관리 환경에서 동일한 노동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직무평가의 부재는 동일 가치 노동을 평가 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D.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
동일한 노동도, 동일한 가치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전통적 인사관리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늘리거나 보상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직무중심 인사관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기업사회에서는 직무중심의 인사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왔고, 그에 비해 성과는 미진하다. 그렇다면 기업의 생리를 하루아침에 바꾸자는 주장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수평적 노동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활성화된 수평적 노동시장이란, 기업 간의 인사 이동이 잦은 노동시장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직이 잦지 않은 우리 노동시장은 수평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수평적 노동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기업들은 다른 기업의 인재를 데려와 우리 기업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서 경쟁 기업과 직무 내용을 유사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기업 간 직무의 내용은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직을 통해 표준화된 직무들은 노동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형성하게 되고, 다른 직무의 산정 기준이 되는 대표 직무(Key Job)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표 직무는 직무의 가치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데이터가 되며,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기초가 된다.
수평적 노동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흔히 논의되는 것 중에는 해고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해고의 요건을 완화할 경우, 노동시장이 활발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직자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오랜 기간 폐쇄적 노동시장을 운용한 우리나라는 직무의 표준화는 물론이고 직무 중심으로 인력을 개발하는 것에도 소홀하였다. 이러한 이해 없이 해고의 기준을 낮출 경우 기업은 핵심 인력이 아닌 인력들을 방출할 것이다. 이 경우 노동시장에는 특정 기업에 특화된 비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이고, 그에 반하여 비 핵심 인력에 대한 수요는 높지 않아, 수요 없는 공급이 발생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성은, 노동시장에서 종업원 주도의 이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판교를 중심으로 개발자, 데이터 관리자 등 핵심 직무에서 수많은 이직이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채용과 교육 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직무들은 기본적으로 직무의 표준화 가능성이 높으며, 대개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개발자, 데이터 관리자), 기존 우리 기업들이 포괄적으로 운영하던 직무에 비해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직무(인사직무보다 전문화된 채용과 교육직무)들이다. 종업원 주도의 이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이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기존 직무에 비해 수평적으로 전문화된 역량을 보유할 것이 요구된다.
기술 인력들, 특히 오늘날 수요가 급증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보안 역량이나 데이터 관리 역량은 수많은 기업 내에서 핵심 역량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의 증가는 종업원 주도의 이직을 가능하게 만들며, 이후에도 적절한 공급이 뒷받침될 경우 안정적인 시장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이직이 활발한 직무의 노동시장 인력 풀 확대는 기업이 직무분석과 평가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동안 이직에 대해 부정적이던 우리 기업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코딩 교육 국비 사업 등 기술 중심 인력 개발 지원은 직무중심 인사관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모든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보안, 데이터 관리 역량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평적 노동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특정 산업과 직무에만 국한된다면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확대는 불가능하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 정착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기업에 존재하는 인사, 법무, 회계, 영업, 기획 등 지원 직무의 이직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의 구분 없이 모든 기업에게 필요한 지원 직무가 노동시장에서 대표 직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직무 중심 인사관리로의 전환이 수월하다. 그리고 다양한 산업에서 노동 시장의 수평적 활성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타 기업의 지원 직무 인재를 우리 기업에 데려오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가치는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할 필요성이 생긴다. 즉, 직무분석, 직무평가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지원 직무들이 대표직무가 되기 위해서는 직무가 수평적으로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HR을 인사 단일 부서로 운영하여 내부에서 업무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외국계 기업과 마찬가지로 채용, 교육, 조직문화, 임금관리, 노사관리팀, General HR 등으로 쪼개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운영할 경우 수평적으로는 업무가 분할되나, 수직적으로는 권한과 역할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그 결과, 인사관리 특정 부문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성장이 가능해진다. 또한 업무의 범위가 좁고 깊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비교하여 타 기업에서도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용이하다.
즉 수평적 노동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을 기술 중심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지원직무들을 전문화하고, 예비 인력들도 전문화된 직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지원직무의 전문화는 기업에서도 그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으며,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무를 다양하게 나누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고용되지 않은 대학생들은 직무와 직무의 전문화에 대한 지식이 현저히 적다. 학생들은 직무 역량 중심으로 역량을 개발하는데 난항을 겪는다. 취업을 하더라도 직무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격차가 커 이후 직무를 바꾸는 일이 잦아진다. 직무에 대한 지식과 역량 부족으로 인한 이직은 기업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직무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수평적 노동시장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와 대학 차원에서 직무의 변화와 직무역량에 대한 지식을 예비 인력인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일찍이 직무 방향과 비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나가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살펴보았다. 전술한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단순히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 것만을 의미하는 개념은 아니다. 동일한 노동과 노동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전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직무분석과 직무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 우리 기업들의 인사관리 시스템 하에서는 직무분석과 직무평가의 필요성이 낮았다. NCS 국가 직무 표준 설정 등, 정부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해 활발한 노력을 하였으나, 기업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표준 설정, 보상 혹은 처벌 만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할 수는 없다. 만약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직무분석과 직무평가가 일반화될 경우, 직무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과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성별 문제를 넘어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원 차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F. 참고문헌
1.정연앙, 직무중심 임금관리, 한국인사관리협회, 2019.1.14
2.김미영, 대선후보 비정규직 정책·공약 첫 비교, 매일노동뉴스, 2022.02.14
URL: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378
3.조권형, 대선판 동일임금·노동 유연화 외치지만…근본 개혁은 없어, 서울경제, 2022.02.22
URL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28OKGA9M
4. 박용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임금체계 모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19.10 (2019): 1-27.
5.구정모. 기업현장에서 바라본 직무중심 인사관리. 법률신문. 2021.02.24
URL: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9&gopage=1&bi_pidx=3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