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권하는지는 중요한가?

정부당파성과 소득불평등: 한국의 경험

by Hlee

*이 글의 내용은 학술지 논문으로 출판할 예정이니 인용과 표절을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1.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와 미국 사회의 불평등, 한국은 어떨까?


최근 독서모임에서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Unequal Democracy)를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의 명제가 한국에도 적용이 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명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명제는 "민주당 집권기에 공화당 집권기보다 불평등의 정도가 덜하다"는 것이다. 즉, 미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의 수준은 "누가 집권하는지"에 따라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누가 집권하는가"를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미국의 민주당-공화당과는 정치적 대척점이나 이념이 다르지만 "불평등"에 있어서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민주당 정부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정부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낼까? 한국에서도 민주당 집권기에 불평등이 완화될까?


최근 일어난 LH사태로 대표되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행태, 주택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오히려 민주당 정부 하에서 불평등이 더 커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데이터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통계청 소득10분위 데이터를 긁어와서 살펴보았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공공데이터 정리가 참 잘되어있다.)


2. 2003-2019년 기간 동안의 소득불평등의 추이


먼저, 소득10분위 데이터라 함은 전 국민의 소득을 10등분으로 평균치를 산출한 데이터이고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고소득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불평등은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로 측정하긴 하지만 소득분위 데이터가 조금 더 직관적이어서 소득분위 데이터를 사용해서 소득불평등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아래 그림은 소득분위별로 전년도 대비 소득증감율(%)의 추이를 그린 그래프이다. 보다시피 1~4분위 소득구간에 속하는 이들의 소득이 하락세(2019년에 반등했지만)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득분위별 전년도 대비 소득증감율(%) / 자료출처: 통계청

1분위부터 10분위까지 데이터가 모두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존 문헌들에서도 불평등 추이를 살펴봄에 있어서 2분위와 8분위 소득격차에 많이 주목하는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려보았다. 대략적인 추이를 보면 2008년, 2010-2012, 2014-2015년을 제외하면 고소득층인 8분위의 소득증감율이 2분위의 소득증감율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이 격차라 엄청나게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8분위의 경우 2004년(전년도 대비 증감률을 측정했기 때문에 2003년은 빠졌다)부터 201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소득이 감소한 경우가 없었다. 그에 반해 2분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오히려 전년도 대비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2분위와 소득8분위의 전년도 대비 소득증감율(%) 추이 / 자료출처: 통계청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8분위 소득/2분위 소득의 비율을 알아보았다. 이 지표는 소득8분위에 속한 사람들이 소득2분위에 속한 사람들보다 몇 배의 소득을 더 버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지표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다시피 2016년을 기점으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8분위-2분위 소득격차가 무려 3.5배에 달한다. 2018년도의 경우, 2분위 평균 가구소득이 월 174만 원인데 반해 8분위 평균 가구소득은 월 600만 원이 넘는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추이(80/20분위 소득비율) / 자료출처: 통계청

위의 그림들에서 알 수 있듯이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시기에 한국사회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누가 집권하는지"에 따라 불평등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되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불평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 한국만의 추세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이 데이터만으로는 이게 "문재인정부" 효과인지 알기 어렵다. 아래에서는 "누가 집권하는지", 즉 정부당파성(government partisanship)에 따라 한국사회의 불평등의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 누가 집권하는지는 중요한가?


먼저, 아래의 그림은 주요 정당의 집권 기간별로 평균 가구소득의 증감률(%)을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어느 정당이 집권하던 평균 가구소득은 증가한다. 이건 매년 한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GDP가 계속 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증가 폭의 차이를 살펴보면 한나라당/새누리당 집권기(2008~2016)에 비해 열린우리당/민주당(2003~2007, 2017~2019) 집권기에 평균 가구소득 증가 폭이 크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이 데이터를 소득분위 데이터로 쪼개서 보면 좀 (많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보수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 열린우리당/민주당 집권기 평균 가구소득 증감율(%) / 자료출처: 통계청


위의 데이터를 한번 소득분위별로 쪼개서 다시 그린 그림이 아래의 그림이다. 이 그래프를 보고 정말 놀랐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 정부 하에서 불평등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자세히 보면 한나라당/새누리당 집권기에는 대체로 소득분위별 소득증감율에 큰 격차가 없다. 오히려 1분위 소득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열린우리당/민주당 집권기에는 1분위는 아예 소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오고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소득증가 폭이 크다(!!) 이렇게 명확하게 (민주당 집권기에 불평등이 완화되는) 미국의 경우와 반대로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참여정부 집권기(2003~2007년)와 문재인정부 집권기(2017~2019년)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건 그냥 최근의 세계/거시경제의 영향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보수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 열린우리당/민주당 집권기 소득분위별 가구소득 증감율(%) / 자료출처: 통계청

불평등의 추이를 정부별로도 쪼개서 한번 살펴보았다. 보다시피 위의 그래프와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집권기에 대체로 소득분위별 소득증가 폭이 거의 균등하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오히려 고소득층 소득증가 폭이 저소득층 소득증가 폭보다 적다. 그런데 참여정부(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 집권기에는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소득증가 폭이 크다. 그나마 참여정부 시기 때는 저소득층의 소득도 조금이나마 계속 증가했는데 문재인정부 집권기에는 1,2,3분위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10분위 고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특히,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소득증가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 모두 동일하게 관찰된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집권기 소득분위별 가구소득 증감율(%) / 자료출처: 통계청

4. 정부당파성과 소득불평등: 한국의 경험


물론, 사회과학도라면 위의 결과만으로 민주당 집권기에 불평등이 더 커진다!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러한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어도 소득증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타의 요인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당파성 외에도 소득증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타 요인들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정부당파성이 소득증감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분석모형에 통제한 통제변수들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다.


(전국단위 선거) 먼저, 정치적 경기순환론(political business cycle theory)에 따르면 정부는 선거주기가 가까워오면 다음 선거를 위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전국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해 소득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정부지출) 중앙정부 지출규모도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지출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에서 공공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공공재정은 다양한 형태로 소득증감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지출 중에서도 사회복지 지출의 경우 이전소득을 발생시키므로 사회복지 지출 규모도 별도로 통제했다.


(거시경제) 경제성장률(GDP), 물가상승률, 실업률과 같은 거시경제적 지표도 소득 증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가 잘되면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므로 소득이 증가할 수 있고, 물가가 상승하거나 실업률이 높으면 이는 소득증감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OLS 회귀분석(regression)을 하고 이 분석결과를 아래와 같이 시각화했다. 보다시피 정부당파성(민주당) 효과가 1~3분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음(-)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9~10분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정(+)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집권기에 1~3분위는 소득이 감소하고 9~10분위는 소득이 증가하는 정부당파성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Robustness를 위해서 다양한 분석모형을 활용해서 추가적으로 검증을 해야겠으나 일단 현재까지의 발견은 이렇다.

OLS 회귀분석 결과에서 나타난 정부당파성(민주당)의 한계효과

5. 결론?


사실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결과를 보이는 대로 해석하는 부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결과를 보고 놀라긴 했으나) 큰 고민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는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인데 왜 이들이 집권할 때 한국의 불평등 상황이 더 나빠질까? "민주당이 문제다!", "내로남불이라 그렇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 말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결과가 각 정당이 지지기반에 충실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인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경우, 소득수준별로 민주당 지지층을 살펴보면 대체로 중산층-중상층에서 지지율이 높고 세대로 보면 40~50대의 지지가 높다. 대체로 소득수준이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되는 사람들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말이다. 이에 반해 보수정당 지지층은 극빈층과 초고소득층, 그리고 세대로 보면 60~70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빈곤층이나 노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분배/복지정책에는 적극적이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건가? 아무튼 당분간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빠른 시일 내에 논문으로 발전시켜보려고 한다.



*추신: 2017-2019년의 경우 분기별 소득분위 데이터가 산출되어 있어서 평균값을 통해서 연도별 소득 데이터를 계산했는데 이 방법이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현재 소득데이터는 '세전' 소득이므로 동일한 방법으로 세후 또는 가처분소득으로도 다시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추가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업데이트 할 예정이니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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