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화제작인 “소울”을 보았다.
2. 역시 픽사라는 말밖에. 결말을 좀 급히 마무리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업, 인사이드아웃을 잇는 명작인 것 같다.
3. 요즘 미국 영화계에서 PC한 설정을 억지로 우겨넣어서 말아먹은 작품들이 많은데 소울은 PC함을 정말 영화에 자연스레 녹여낸 모범사례다. 흑인 케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만 한게 아니라 주인공의 직업을 재즈연주자를 지향하는 음악선생님으로 설정하고 영화 전반의 흐름에 “재즈”라는 백그라운드를 더했다. 흑인이 주인공인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요소가 되었다. 역시 픽사는 영리하다.
4. 스토리도 좋았다. 특히 조가 22가 아직 삶의 목적(purpose)를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삶으로 가는 통행권을 얻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리가 “삶으로 가는 통행권은 목적을 찾았기 때문에 주어지는게 아냐. 하여튼 멘토들이란... 단순하기는..” 하며 빈정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운명 같은거를 타고나서 그걸 이뤄가는 자아실현적 스토리가 주를 이루던 디즈니 영화의 흐름을 보면 확실히 신선한 트위스트였다.
5. 결말이 좀 급하게 마무리 된 감이 없지 않았으나 마지막 장면은 참 좋았다. 다시 얻게 된 삶의 기회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매순간 의미있게 살겠노라고 다짐한 조의 대사는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6.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열된 미국의 현 분위기에도 어울리는 메시지를 던진듯 하다. “자아실현”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경쟁의 미덕을 강조하다가 트럼프라는 극단적인 자아실현적 인물로 인해 아사리판이 난 미국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어쩌면 소울이 던지는 메시지는 새로운 가치관 정립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님 말고
7. 아무튼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준 좋은 영화였다. 또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