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고편 보고 기대를 했지만 기대를 했다가 실망할까봐 기대를 안하고 모가디슈를 봤다.
2. 기대를 하고 봤어도 기대 이상이지 않았을까 싶다. 벌써 2회차 관람. 강추!
3.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영화가 “내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 무서운 이유는 국가 간의 전쟁은 잘 훈련되고 질서를 갖춘 정규군 간 무력충돌이고 이러한 무력충돌에는 교전수칙 등 나름대로의 룰이 존재하지만 내전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내전의 한 축인 반군은 내부 질서도 없고 교전수칙 등의 룰도 거의 없다. 내전이 더 잔혹하고 무서운 이유다. 영화를 보면서 이러한 내전 속에 있는 공포감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반군 소속 어린 아이들이 무슨 놀이하는 마냥 총질을 하면서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정말 소름이었다.
4. 모가디슈 주재 남북 외교관들이 주인공이니 “분단”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다소 뻔한 코드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래도 모가디슈만큼 분단의 아픔이라는 주제를 절제된 형태로 잘 표현한 영화가 있었나 싶다.
5. 주소말리아 한국대사 한신성(김윤석) 등 한국 외교관들이 북한 외교관들과 탈출계획을 세우면서 “우리가 남북통일하자고 모인 것도 아니고, 그냥 여기서 살아서 빠져나가는게 목표” 라고 내뱉는 대사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탠스를 잘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분단이라는 주제는 딱 저 정도 선에서만 다뤄진다.
6. 연기도 다 좋았지만 김윤석 배우의 연기가 특히 훌륭했다. 특유의 힘을 뺀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마지막에 탈출을 성공하고 구조기 밖으로 나가기 전 밖에 남북 정보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나가서는 서로 절대 아는 척 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잠시 울먹이는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좋은 장면과 대사가 많지만 구구절절 설명은 생략하겠다. 직접 보시기를!
7. 추가로, 고증이 잘된 부분이 많아 정보전달 측면에서도 유용한 영화다. 전 직장에서 해외안전 컨설팅을 할때 특정 국가에서 내전의 조짐이나 대규모 시위가 있는 경우 가장 먼저 확인했던 것이 이동제한(travel restriction) 조치가 있는지 여부였다. 급변사태 발생 시 국가가 취하는 가장 첫 번째 조치가 이동제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 내전이 발발하자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공항폐쇄를 포함한 이동제한 조치였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증이 꽤 잘 되어있다. 이밖에도 탈출을 위한 길을 나서기 전에 팔에 혈액형을 써놓는다던지 반군들이 예배를 올리는 틈을 타서 탈출을 시도한다던지 등 급변사태 시 protocol을 꽤 충실하게 고증한거 같다.
8. 물론 이야기 전개를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둔 장면도 몇개 있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개연성, 연기는 물론이고 추격액션 등 꽤 볼만한 영화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