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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17. 2022

이제 아기 아닌 어린이, 훌쩍 큰 너를 보면서

생후 35개월 때의 기록


"호야야 우리 변기에 쉬하고 사탕 먹을까?"


오늘도 이어지는 배변훈련. 저녁 무렵 호야가 슬슬 화장실을 가야겠다 싶을 때 사탕으로 꼬셨다.


"아니야~."

"왜~ 쉬~하고 사탕 먹자~."

"... 그래!"


이게 웬일. 호야는 두 번만에 나의 말을 흔쾌히 받아들여 화장실로 도도도도 뛰어갔다. 그것도 뽀통령 없이. 뽀통령 없이는 변기에 앉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화장실에 가다니 실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호야는 오래 버티지 않고 앉자마자 쉬를 했다(아니면 급한데 계속 참고 있었나).


"기저귀는?"

화장실에서 나와 팬티를 입히는데 호야가 기저귀를 찾았다. 11월부터는 집에서 기저귀를 입지 않는다는 걸 호야도 알고 있다. 알면서 팬티를 입을 때마다 기저귀를 찾는다.


"집에는 기저귀 없어~ 기저귀 이제 빠이빠이 해야 돼. 은호 이제 아기 아니야."

호야가 기저귀를 찾을 때마다 나는 녹음한 말을 반복 재생하듯 똑같은 말을 들려준다.


"기저귀 빠이빠이 해야 돼."

호야가 내 말을 따라 하며 생각에 잠겼다.


"맞아. 기저귀 빠이빠이 해야 돼. 기저귀 안녕~해."

"기저귀 안녕~."


벌떡 일어나 손까지 흔들며 "기저귀 안녕~"을 몇 번 말하던 호야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나를 빤히 바라본다. 뭘까 싶어 쳐다보니 호야의 미간이 조금씩 좁혀지고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게 보였다. 울음을 참는지 작은 입에 힘이 들어갔다.


"뿌에엥~~"


뭐가 그렇게 슬픈지 결국 호야는 내게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보면 35개월 인생에 늘 함께 했던 기저귀인데 얼마나 허전할까 싶기도 하다.


"뭐야 왜 울어~ 슬펐어~?"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다가 괜스레 나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호야는 기저귀랑 헤어져야 돼서 슬프고, 난 기저귀를 찬 호야와 헤어져야 돼서 슬펐나 보다. 호야는 해마다 쑥쑥 자라서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3년 전의 너와 2년 전의 너, 1년 전의 네가 전부 다르다. 어느새 키가 부쩍 커지고 아기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볼살이 통통하고 아장아장 걷던 너는 어디로 갔는지.


네가 성장할수록 너와 조금씩 분리가 된다. 단유를 했을 때처럼 비슷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나와 조금씩 거리가 생기다가 멋지게 성장하면 언젠가 내 곁을 떠나 훨훨 날아가겠지, 밥도 못 먹게 엄마만 찾아대고 매달리고 잡아당기던 네가 나중엔 무척 그립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찔끔 눈물이 났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흠흠.)


생각이 참 멀리까지 갔다. 호야 팬티 입히다가 난데없이 둘이 부둥켜안고 울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코믹한 장면이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도 그리운 날로 남겠지. 너를 만난 후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졌다.


얼마 전 타요 키즈카페에서. 이제 제법 알아서 놀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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