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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뇽안뇽안늉 Apr 12. 2024

창업 1년 차 E와 광고업계 1년 차 S의 이야기

“성장하고 있으니까 ‘재미’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2021년에 쓴 글입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단톡방에서 수다를 떠는 친구 E와 S.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이 단톡방에서만큼은 편하게 푸념할 수 있다.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는 카톡이 줄곧 이어지다 보면 마지막 인사는 ‘영양제를 챙겨 먹자’로 끝날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들과 이야기하고 나면 별다른 영양제가 필요 없을 만큼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니?).


 이들과 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전부터 많이 나누어왔던 만큼, 그들의 1년 차 스토리를 꼭 들어보고 싶었다. 따끈따끈한 신입 창업자로서 막 1년 차를 보내고 있는 E와 광고 프로덕션 조감독 S의 1년 차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나: 오글거리니까 그냥 내가 빨리 물어볼게.


E: 이거 다 녹음되고 있는 건가요? 우리 둘이 같이 해야 되는 거야?


S: 오디오만 안 물리면 같이 할 수 있겠다.


나: 자, 지금의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E: 결심한 계기? 일단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이면에는 내 목표가 있어. 내가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거든. ‘조금이라도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고 죽어야겠다’ 하는. 근데 그 목표를 실천하려면 ‘아, 돈이 많아야겠구나’ 싶었어. 아르바이트하면서도 느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느낀 거지.

후원도 하고 있었고, 봉사활동도 했지만 결국엔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한 거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랑 와인 한 잔 마시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 거잖아. 결론적으로는 직장 생활로는 경제적으로도 만족이 안 된 것 같아.


나: 그래서 E는 E만의 사업을 시작한 거고, S는?


S: 나는 처음에 영상 편집을 했었잖아. 그때 느꼈던 건, 남들이 찍어온 풋티지를 가지고 그 광고를 구성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한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렇다면 내가 직접 연출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나: 그런데 S는 첫 직장이 지금이랑 완전 다른 일이었잖아. 진로를 선회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S: 처음에 시작했던 일은 내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는 직무는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전공도 이 쪽 (현재 직장)이고, 영상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 영상에 관련된 건 영화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또 다른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자문했을 때는 그건 ‘광고’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지금의 직장으로 건너오게 된 것 같다.


나: 와, 멋있다.


E: (장난) 난 왜 멋있다고 안 하냐…?


나: (웃음) 다 멋있지. 왜냐하면 내가 못해본 일들이니까. 나는 현 직장을 빨리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E: 우리도 탈출에 탈출을 거듭한 결과지.


나: 응. 그러니까 너희들이 지금 일을 하게 된 과정이 있을 거 아니야. S 같은 경우에도 사실 첫 회사랑 지금의 회사가 많이 다른 데다 이직을 많이 한 케이스도 아니고, E도 창업이 아예 처음이고. 그러면 처음에 힘든 일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


E: 나 엄청 많은데? 일단 완전 0원, 무자본으로 시작했고, 사업에 완전 ‘쌩초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무서웠지.

진짜 무서운 것이 뭔 줄 알아? 나는 네이버 통해서 처음 쇼핑몰을 열었는데, 내가 물건을 판다고 해서 그 매출이 바로 입금되는 게 아니라는 거야. 2주 뒤에 돈이 들어오는 구조거든. 그러면 나한테 물건을 제공한 분들께 돈을 드려야 되는데, 당장 돈이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든 내가 마련을 해서 모은 돈으로 드려야 되는 거야. 그게 진짜 힘들었지.

그리고 두 번째는 나는 ‘생물’을 파는 거잖아. 그러니까 클레임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 신선식품이니까. 또 무서웠던 건, 정말 쟁쟁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데 내 물건을 사줄까? 하는 생각들. 그런 것들이 되게 힘들었지. 지금도 힘들고.


S: 정말 현실적인 문제네.


나: 창업이라는 게 워낙 힘들지. S는 어땠어?


S: 나는… 우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고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된다는 거?


나: 맞아, 맞아.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업계여서 그런지 크게 공감했다)


S: 15초짜리 광고 하나 만드는데 영상 속에서 보이는 소품 하나, 인물 지나가는 거리 하나, 뭐 이런 것까지 다 계산해야 된다는 것? 디테일을 챙기는 게 힘들었지. 난 쉽게 생각했었거든 (하기 전에는).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조감독이라는 포지션이니까 전체적인 부분을 끌고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그런데 사실 나도 일한 지 몇 년 안 됐는데 갑자기 ‘퍼스트’가 된 거거든. 그러니까 촬영 현장에서도 내가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하지 못할 때.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나: 맞아. 나도 그게 힘들어.


S: 그걸 느끼게 되는 순간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게 힘들었지.


E: 그렇지. 내 부족함이 민낯처럼 드러나버리니까 (주변에) 미안하고.


S: 맞아. 내 부족함이 바로 촬영장에서 결과로 나와버리니까.


E: (공감) 나도 그런 것들이 결과로 바로 나오잖아.


S: ‘그래. 나는 아직 경력이 많은 조감독은 아니니까 부족할 수밖에 없지 ‘라고 스스로 위안해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촬영이 딜레이 되는 상황이 생겼을 때를 가정해 봐. 이 상황을 누가 이해해 주겠어.


E: 그렇지. 프로 세상에서는 그게 안되지.


S: 그래서 지금은 ‘어쩌라고’ 마인드로… (웃음)


E: 나도 그렇잖아. 사람들이 대기업에서 물건을 사든, 내 거를 사든 고객들은 동일한 제품 가격을 지불하는 건데, 나 같은 아마추어한테 구매해서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 봐.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이슈인 거잖아. 그럴 때 나는 자존감이 엄청 낮아지는 것 같아.

나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 그래야 내가 성장하고 나를 찾아주니까. 만약 소비자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한다고 하면, 미안하고 부끄럽고 그럴 것 같아. 그런 책임감이 또 원동력이 되고.


나: E, 그러면 지금의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게 된 거야?


E: 난 정말.. 얼레벌레한 게.. 원래 나는 주방용품을 하고 싶었거든? 요리를 좋아하니까.

그런데 친척이 갑자기 한라봉을 팔아보래. 농사하시는 분들은 판로가 잘 없거든. 그런데 내가 어떻게 팔아, 못 팔지. 그렇다고 또 지인들한테 팔자니 좀 민망한 거야. 게다가 내가 사업을 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지인한테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능력이 없다는 걸 오히려 증명하는 셈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당근마켓에 먼저 올려봤지. 그 플랫폼에서 오? 웬걸? 아주머니 몇 분이 구매해 주시는 거야.

그래서 스마트스토어로 넘어가서 팔아보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생각보다 매출이 꽤 잘 나오는 거야. 첫 달 매출로 1천만 원 찍었으니까.


S, 나: 워~ (난 정말 부러웠다)


E: 어, 이거 괜찮다 싶었지. 친척분도 내가 판매하는 걸 보시고 본인의 친구분 소개해주시고. 그게 또 연관된 다른 사업 아이템이 되고, 그렇게 확장하니까 두 배 정도 매출이 늘어나고. 그렇게 된 거야, 내 사업 아이템은. 운이 좋았지.


나: 다음은 S한테 질문. S, 지금 2년 차인데 1년 차 때는 전반적으로 어땠어?


S: 너무 힘들었지.


나: 그런데 S, 1년 차 당시 업무 강도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잖아. 안 해본 일도 아니었고.


S: 업계에 대한 배경지식은 있었지만,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아예 몰랐던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예 새로운 일이라고 볼 수 있어. 정리하면, 촬영을 하고 난 후에 후반 상황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었지만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 자체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몰랐던 거지.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디테일하고 챙겨야 할 요소들이 많은 거야. 그래서 맨날 놓치고, 혼나고, 그러면 자괴감에 빠지고.


나: 그러면 너희 둘 다 1년 차일 때 굉장히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니? 없으면 없다고 해도 되고.


S: 나는 오로지 아웃풋인 것 같아.

완성된 광고를 보고 내가 결과물을 봤을 때, ‘아, 내가 이런 그림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뿌듯하거든.

뭐, 광고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하겠지만 그게 전부인 것 같기도 해.


E: 나도 아웃풋. 내 아웃풋은 매출이지. 고객 반응이랑.

이런 아웃풋이 추가적인 사업 확장의 아이디어, 원동력이 돼. ‘아, 이게 먹히는구나’ 싶은 것들이 생기니까. 나아가서 관련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내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마케팅을 배우면 어땠을까, 경영학과를 갔으면 내가 더 잘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학원이든 뭐든, 더 배우고 싶어서 엄청 찾아보는 것 같아.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 너무 신이 나고 고마워.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늘 생각하지만 고객 반응이 좋으면 나도 모르게 춤을 추게 되고.


나: 내년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E: 관련된 다른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보고 있지. 오프라인 사업을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있고.


S: 내 말이면 움직이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

아직은 내가 2년 차밖에 안 됐으니까 아무래도 전 스텝들을 지휘하기는 힘들어. 현장에 있는 스텝분들은 워낙 베테랑들이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견 충돌을 적극적으로 리드하면서 내년에는 내 디렉션에 알아서 움직이는 현장을 만들고 싶다.


E: S,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인 거야?


S: 현장에서 엄청 하지.

촬영현장에서 내가 디렉션을 전달할 때, 예를 들어 ‘이 소품 여기다 달아주세요’라고 하면 ‘이 컷은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요’라고 하신다던지, 이런 식의 상황들이 많아. 왜냐하면 그 스텝분들은 베테랑이고, 다른 분들도 최소 5~6년 차 된 분들이니까.

어쨌든 나는 감독이 원하는 영상을 구현해 내야 하는 사람인데 스텝분들의 생각은 감독과는 다를 수도 있잖아. 그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리드하는 것도 조감독이 지녀야 할 역량이라고 하더라고. 나는 특히나 경력이 짧으니까 머리를 잘 써야 하는 거지.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해 본 입장으로서, 이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모두 본인의 일을 하고 싶은 프로들이니까)


나: 그러면 너네 어떨 때 ‘내가 조금 일에 익숙해져가고 있구나’를 느끼니?


E: 난 현실적으로 말하면 고객 클레임에 익숙해졌을 때?

처음 고객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는 전전긍긍했었거든. 고객분한테 전화하고 막…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니까 익숙해져. 한편으로는 내가 조금 안일해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딱 100일 지나고 나서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

그런데 오히려 고객분들도 내가 편하게 응대하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해 줘. 내가 오히려 불안해하면서 응대할 때는 고객도 같이 불안해하거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노하우가 생긴 거지.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우는 거야.

조금 여유가 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앞길이 구만리야. 아직 배울 것들이 너무 많다.


S: 올 1월에 내가 ‘퍼스트’가 되고, 나 혼자 현장에 나가기 시작했거든? 그때 처음 나간 현장은 너무 힘들었어. 진짜 지옥 같더라고.

내가 진행을 해야 하는데, 아직 내가 그 능력치가 없다 보니 스텝들도 우왕좌왕하고, 촬영은 계속 딜레이 되고, 감독은 ‘이건 이렇게 했었어야지’ 하면서 화나서 소리 지르고… 내가 잡고 있던 마이크 뺏어가서는 ‘그냥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봐’라고 하더라, 결국에는. 스텝들 앞에서 그러니까 너무 창피한 거야. 결국에는 현장에서 울었어.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슛은 (촬영은) 가야 하잖아. 나중에 다 끝나고 PD님이 오셔서 ‘처음인데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 주시는데, 그게 더 눈물 나더라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촬영은 망쳤어. 나도 너무 준비를 못했고, 촬영도 딜레이가 심했고, 감독한테 확인해야 할 부분을 못했고.

‘퍼스트‘ 단지 지금 딱 6개월 됐잖아. 그런데 이번 촬영에서는 ’아, 현장 진행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 감이 조금 오더라고.

이번 촬영 같이 했던 PD님이 내가 망쳤던 첫 촬영 같이 했던 PD님이거든. 그런데 그 PD님이 촬영 끝나고 나한테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하시는 거야. 이번에 현장에서 도와줄 게 없었다면서. 감독님도 그러시더라. ‘S, 네가 조금 현장 진행에 감을 잡는구나’ 하시면서. 그런데 나도 이번 현장에서 ‘아, 내가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감이 잡히더라고. 스텝들하고 소통하는 법, 혼자 현장을 진행하는 법 등등.

확실히 내가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까 재미가 붙더라.


E: 일에 대한 자존감이 그렇게 해서 생기는 거지. 나를 보는 눈은 여러 개가 있으니까. 나도 느끼고 남도 느끼는 그 순간의 쾌감이 있지.

재미 붙는다는 표현이 참 좋다. 성장하니까 재미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내가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재미가 붙는다는 말이 절대 안 나와.


나: E, 너는 재미가 붙고 있는 것 같아?


E: 나도 내가 잘 되고 있는 걸 느껴야 재미가 붙는다는 말이 나오는 스타일이거든.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데 나도 경험치가 붙는 게 체감되어서 좋아.

예를 들어, 다양한 고객 반응들 중에 절대적인 좋은 평가가 90%라면 나쁜 평가는 10%거든. 그런데 이 10%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치가 쌓인 것 같아.


나: 이런 스토리들을 들으니 좋네. 나 1년 차 때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간절했는데, 역시 들으니 좋다. 인생은 버텨야 되는 거구만.


E, S: 야, 인생은 존버야.


E: (웃음) 우리 각자 서로의 현장에 가면 ‘아, 내 친구 진짜 멋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 서로 맨 정신이면 절대 하지 않을 칭찬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나: 아, 버티면 되는구나 진짜.


E: 그런데 내가 아는 지인이 무슨 말을 했냐면, 아무 성과 없이 버티면 의미가 없는 거래. 다만, 본인이 버티는 데에 어떤 근거가 있다면 그건 의미가 있는 거고.


S: 그런데 나는 버티는 사람은 어떻게든 성과를 낸다고 생각하는데.


E: 나는 그 지인말에 되게 공감했거든. 본인이 느낌으로 아는 것 같아. 내가 그냥 성과 없이 버티고만 있는 건지, 아닌지.


S: 나는 이렇게 생각해. 버틴다는 것인즉슨, 내가 이 일을 계속한다는 거잖아. 계속한다면 안 늘 수가 없지. 버티는 사람은 어떻게든 발전한다는 게 나의 생각.


나: E말도 맞고, S말도 맞고.


E: 나는 일에는 나름의 ‘감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알다시피 내가 이전에 도전해 본 일이 있었잖아. 하면서 그때 당시 느꼈던 것은 ‘아, 무조건 한다고 기술이 느는 것은 아니구나’ 였어.


나: 맞아. 정말 나하고 안 맞는 일도 있어. 손절도 용기가 있으니까 하는 거지.


E, S: 맞아.


E: 자, 다음 질문.


나: 그러면 지금 일을 시작하고 나서 후회했었던 순간은 없는지?


S: 너무 많지. 3일 내내 밤새고, 일주일에 잠잔 시간이 통틀어서 6~7시간밖에 안되고.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내가 뭘 위해서?’ 같은. 아예 광고 쪽으로 진입하지 않았더라면 워라밸 맞추면서 살고 있었을 텐데 싶은 거지. 잠을 너무 못 자니까 넋이 나가는 거야, 사람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야. 목표도 흐릿해지고, 체력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힘든 것들이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요청하는 것들은 많으니까.

아무튼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 때 종종 후회하지. 그렇다고 해서 ‘이 일 하지 말고 저 일 할걸’ 식의 후회는 아니지만,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지금만큼 힘들지는 않았을까 싶을 때가 있지.


E: 나는 후회해 본 적은 없어. 후회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 반대도 엄청 심했거든. 딸이 사업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부모님은 별로 없으시더라고. 사업이라는 게 워낙 리스크가 크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업을 했던 사람도 아니고, 주변에 사업을 했던 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작한다고 한 일이기 때문에, 후회라고 표현하면 나한테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것 같아. 그렇지만 매 순간 불안할 때가 많아.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가면 너는 다시 이 길을 선택할 거잖아.


E: 그렇지. 난 과거로 돌아가면 이 선택을 또 하겠지.


나: S, 너는 어때?


S: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이 길을 택했을 것 같아. 왜냐하면 이쯤 되니까… 내가 아예 소질이 없진 않네 싶다 (웃음). 저번달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나: 그러면 너네는 막내인 게 좋아? 후배가 생기는 게 좋아?


E, S: (함께) 막내인 게 좋지~


S: 사람을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나: 그러면 마지막 질문! 앞의 이야기랑 비슷한 결이기는 한데, 뭘 하든 사계절은 버텨야 한다는 말에 다들 동의해?


S: 나는 동의! E는?


E: 동의하는데, 나는 2년.


나, S: 그럼 많이 보는 거네!


E: 1년은 너무 부족해.


S: 이 일을 하는 사람도 판단하는 시기가 있어야 해.


나: 그럼 진짜 마지막 질문. 5년 정도가 지나면 너네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


S: 감독.

‘저거 엄청 골 때린다~’ 할 만큼 멋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어. 단순하게 잘 찍은 그림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어쨌든 5년 뒤에는 입봉 했으면 좋겠다!


나: 5년 안에는 바뀌지 않을까? 1년만 지나도 많이 바뀌었는데.


E: (웃음) 맞아. 우리 1년 전에는 앓는 소리 엄청 많이 했잖아. 나는 사업하고 싶다고 했고, Y(나를 지칭)는 퇴사하고 싶어 했고.

아무튼 나는 5년 후에… 남편은 없어도 되니까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우리 엄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손절하자’ 하더라 (일동 폭소). 좋은 남자 있으면 결혼하고 싶어.

아무튼 결혼을 떠나서, 사업적으로는 브랜딩을 하고 싶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엄청 확대하고 싶다. 멤버십도 만들어보고.


나: 자, 그러면 진짜 마지막 질문.


S: 아까도 마지막 질문이라며?


나: 정말 마지막. 각자 창업 1년 차, 광고 1년 차인 친구들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


E: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실패하는 사람이 98%니까. 만약 친한 사람이 창업을 하고 싶다면 난 말릴 것 같아. 경쟁이 너무 심한 데다, 사업이라는 것이 애초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까 추천을 못하겠다. 그런데 만약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친구라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같아.


S: 제일 해주고 싶은 말은 업무 역량은 자연스럽게 는다는 것.

네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자괴감 가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너만의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 놓으라고 하고 싶어. 본인만의 아이디어 같은.




 술을 홀짝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특히, E와 S의 스토리는 내가 모르는 분야였기에 더욱 흥미롭게 들렸다. 마지막 질문이라고 해놓고는 언제 끝날지 모를 질문을 계속 던졌을 정도로.

 1년 전과 비교해도 참 달라진 우리들인데,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시 수다를 떨게 될까? 아무튼 1년 후의 수다 자리도 지금처럼 술 냄새가 폴폴 풍기겠지.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다시 쓰는 2024년, 우리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리듬으로 일상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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