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노래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한 잘생김 열매를 먹은 첫 손자

by 조이홍

나는 할머니의 첫 번째 손자입니다. 올해는 할머니가 80세가 되는 해입니다. 올해 할머니 생신 잔치에는 저도 많은 것을 준비했습니다. 노래도 연습하고 생신 선물을 위해 저축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80세가 된다는 큰 의미도 있지만, 할머니를 만난 13년 동안 별로 해드린 게 없기 때문입니다. 춘천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항상 손수 농사지으신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를 한아름 싸주셨고 명절이면 옷, 새 학기가 시작되면 꽤 많은 용돈도 주셨습니다. 그때는 할머니가 무언가를 주시면 좋아서 넙죽넙죽 받았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할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첫 번째 손자로서 받기만 하는 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께 받은 기억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뭘 드린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할머니께 진심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진심이 담긴 선물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다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노래였습니다.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중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수처럼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이지요. 첫째 손자의 노래를 들으면 할머니가 기뻐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한 달 동안 틈틈이 노래를 연습하고 가사를 외웠습니다. 곡 선정을 위해 수많은 노래를 들어보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가 ‘Superman got nothing on me’와 ‘I gonna keep holding on’이었습니다. 두 가사의 의미는 ‘슈퍼맨은 비교도 안 될 거야’, ‘내가 버팀목이 돼 줄게’입니다. 할머니께서 지금까지 나의 슈퍼맨이고 버팀목이었다면 앞으로 내가 할머니의 버팀목이 되고 슈퍼맨이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골랐습니다. 앞으로 할머니와 함께할 시간만이라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첫 번째 손자입니다. 올해는 할머니가 80세가 되는 해입니다. 할머니께 받은 것은 많고 드린 것은 없는 손자이지만, 앞으로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많은 손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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