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인트로>
제주 한달살이를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고민은 살 집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준, 큐 형제에게 제주 한달살이 공식 발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숙소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여전히 인기 있고, 또 대부분 방학 기간을 활용하므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여행 스타일 등을 고려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면 조금은 수월하게 집 구하기를 할 수 있다. 물론 비용도 중요하다. 우리 집의 경우 세 가지 조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1) 바닷가 근처 (제주 하면 바다 아닌가?)
2) 월세 200만 원 미만 (4인 가족의 평균이라고 봤다. 8월 극성수기라 임대비가 만만치 않았다.)
3) 독채형 (사내아이만 둘이라 여간 시끄럽지 않다. 피해를 줄 이웃이 없어야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제주 한 달 살기와 관련된 카페나 블로그가 많다. 나도 몇 개 가입해 정보를 구했지만 특히 네이버 카페 ‘제주도 한 달 라이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는 숙소뿐만 아니라 관광지, 맛집 등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숙소에 대해 다양하게 구분을 해 두었기 때문에 원하는 조건에 맞춰 검색하기 수월했다. 우리는 애월읍, 조천읍, 서귀포 등에 몇 군데 후보를 정하고 집주인께 연락을 했다. 4월인데도 이미 대부분 숙소들의 7~8월 예약이 상당 부분 차 있었다.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마음에 드는 숙소는 이미 예약이 종료되었거나 예산과의 차이가 컸다. 너무 가격이 저렴한 숙소는 4인 가족이 살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한 달이나 머물러야 하는 곳인데 기왕이면 깨끗하고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한옥이나 오래된 집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가능하면 빌라나 새로 지은 집을 찾아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벌레는 오래된 집, 새 집을 가리지 않는다. 제주에서는 벌레와의 동거를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찾고 고민하면서 결국 남원읍 위미리 타운하우스로 결정하게 되었다. 25평형 2층 집인데 예쁘고 깨끗해 보였다. 다른 집주인 분들도 대부분 친절했지만 주인 아드님이 유독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 더 마음이 끌렸다. 금액은 임대료 180만 원, 보증금 30만 원이었다. (보증금은 퇴주 후 공과금을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준다. 우리는 약 3만 원을 돌려받았다.) 비슷한 다른 집들이 임대료만 200만 원을 웃돌았는데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카페와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혹시 사기가 아닐까 조금 의심하기도 했다. 처음 도착해 내 눈으로 집을 직접 확인하고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집이 거기에 있었네)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주인아주머니가 집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셨는데 카페에 나와 있는 사진과 거의 일치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조금 좁게 느껴진다는 정도였다. 2층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잠이 깬 침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앞에는 한라산도 보였다. 이방인이 제주를 상상하며 그리던 딱 그런 집이었다. 다행히 아내도,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다.
사실 집을 구하고 예약금으로 50%를 송금한 후부터 걱정하는 마음이 좀 있었다. 정말 있는 집일까? 집은 깨끗할까? 집 주위는 어떨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걱정 인형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제주로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집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짐을 잔뜩 챙겨 제주에 갔는데 집이 없다면 얼마나 황당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한동안 펜션 여행이 유행일 때 그런 사기가 제법 많아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싸모님과 당일치기로 집을 확인해 보러 가자고 계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료와 렌터카 비용까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결국 포기했다. (그러니 집을 직접 보고 만세가 나올 수밖에.) 3개월간 걱정과 불편한 마음은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주관자인 내 몫이었다. 그래서 집 구하기를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살 집을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다. 물론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년 정도에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라면 올해 안에 짧게라도 제주 여행을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 한 달이나 살 집을 사진 몇 장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를 로드뷰로 보는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하지만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건축물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집의 경우가 그랬다. 그래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집 구하기를 끝내고 한 숨 돌리고 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배편 예약은 했는지 불시에 확인을 했다. 성수기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는데 깜빡하고 있었다. 대답은 못하고 쭈뼛거렸다. 아내가 눈으로 말씀하셨다. 알아서 좀 해라!
우리는 제주에 차를 가지고 내려가기로 했다. 그래서 항공편을 포기하고 배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물론 항공기를 이용하고 제주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면 되지만 비용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났다. 예전에는 시간에 쫓겼지만 이제는 시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배편을 이용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배표 예약은 ‘씨월드 고속훼리’ 홈페이지와 ‘배표 천국’ 사이트에서 가능한데 우리는 배표천국을 이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씨월드 고속훼리는 객실 유형별로 예약이 가능한데 반해 배표 천국은 이코노미와 스탠더드로만 구분되어 예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목포와 제주를 왕복하는 여객선에는 두 종류가 있다.
* 퀸 메리호 : 목포 출발 오전 9시 / 제주 도착 오후 12시 50분
제주 출발 오후 5시 / 목포 도착 오후 8시 50분
* 산타루치노호 : 목포 출발 오전 0시 30분 / 제주 도착 오전 6시
제주 출발 오후 1시 40분 / 목포 도착 오후 6시 10분
퀸 메리호에는 반려동물 승선이 가능하지만, 산타루치노호에는 반려동물 승선이 불가능하다. 또한 화재사고로 문제가 되었던 BMW의 경우는 안전진단 완료 스티커 또는 안전진단 확인서가 있어야 선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꼭 챙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제주 도착 시간을 고려해 퀸 메리호로 예약을 했다. 비용은 약 45만 원 정도였다. 여객선도 항공기와 같은 승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아이들도 가족관계 증명원이나 등기부등본 등으로 확인을 해야 하므로 꼭 필요하다.
제주에 내려갈 때는 목포에서 1박을 했다. 제주 출발이 오전 9시인데 차량을 선적하는 경우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야 했다. 물론 조금 늦게 선적해도 상관없지만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나로서는 한 밤 중에 출발해 밤새 운전하는 것보다 하루 먼저 출발 해 남도 여행을 즐기는 편이 나았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처럼 남도에서 하루나 이틀 머무르는 일정을 추천하고 싶다. 목포도 유달산이나 근대역사관(1, 2관)등 꼭 가봐야 할 곳이 제법 많다. 우리는 유달산 아래 좋은 집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다. 목포 국제여객선터미널과 차로 5분 거리이고 목포 근대역사관과도 가까웠다.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소개해준 콩국수 맛집도 정말 최고였다.
이렇게 해서 제주에서 한 달간 살 집, 목포 제주 간 왕복 여객선, 그리고 목포에서 1박 할 게스트 하우스까지 예약을 완료했다. 이제야 제주 한달살이가 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3개월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제주도에 가서 무엇을 할지, 아이들과 어떤 경험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행책자나 인터넷으로 갈 장소를 미리 정해 두지는 않았다. 한참 여행을 많이 할 때는 파워포인트와 엑셀로 여행 계획을 세워 아내한테 브리핑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을지 시간표까지 꼼꼼하게 세울 정도였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발견의 재미가 없었다. 남들의 입맛과 남들이 좋아하는 시선을 따라만 다니는 것이 아닌지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제주 한달살이에는 최대한 그런 요소를 배제하고 싶었다. 물론 아예 참고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만 우리 가족의 색깔과 개성대로 편안하게 즐기고 놀고 싶었다. 아이들도 공부, 숙제 걱정 없이 실컷 놀게 해 주고 싶었다.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행복한 제주 생활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