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Sep 17. 2024

귀경길, 뜻밖의 동행

고속도로에서 생긴 일

올 추석 귀경길에 뜻밖의 인연을 만났습니다.

용인에 거주하는 김메뚜기씨입니다.

용인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허락도 없이 탑승해 문막 근처에서  간다는 인사도 없이 떠났습니다.

7~80km 여행길을 동승한 김 씨는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와 이에 따른 강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재규어인양 본넷 앞자리를 한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늘름하던지요....

그런데 둘째 아이가 "아빠, 제 집에서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니야?" 물었습니다.

귀경길이면 다행이지만, 말 못 할 사정 있는 밀항(?)이면 다행이지만, 만약 욱 하는 마음에 잠깐 일탈했다가 사고 친 거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만약 고향집까지 저대로 가만히 있다면 잘 잡아두었다가 문막 톨게이트 부근에서 다시 놓아줘야지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김메뚜기씨는 문막 근처에서 기분 좋게 내렸습니다. 차비도 내지 않고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귀경길을 도왔다니 왠지 가슴 한구석이 몽글거렸습니다.


메뚜기씨, 모처럼 가족들과 기분 좋은 한가위 보내세요. 구름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드러낸 가을달이 유난히 노랗고 밝게 빛났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블랙아웃_2030년 6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