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게 '너'와 '나'의 관계를 질문했더니....
누군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물어보면 언제나 제 대답은 좀 우울했습니다.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를 많이 본 탓일 테지요. 특이점을 통과한,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곱게 보일 리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 생각 자체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사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인한 중동 지역 전쟁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에 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 중이라도 인간은 '생명'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부여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 범주에는 인간의 생명도 기꺼이 포함됩니다. 안타까운 건,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화살은 시위를 떠나버렸다는 점입니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제로섬 게임이 되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챗GPT를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그간 업무에 필요해 이런저런 일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무료 버전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유료로 전환하니 한 달 걸리는 일들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도 참 이율배반적이 인간이다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광고컷 하나 찍으려면 스튜디오 빌리고, 전문 촬영팀 섭외하고 후반 작업하느라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비용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제품 사진 하나 잘 찍으면 나머지는 AI가 알아서 다 해줍니다. 물론 마음에 드는 광고컷이 나오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비용 측면에서는 비교가 안될 만큼 효율적이니 사용하지 않을 방도가 없습니다. '글쓰기' 분야에서는 아직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인데, '디자인' 분야에서는 홀딱 반할 정도입니다.
한지민 배우가 인공지능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림으로 보여줄래?"라고 물어보았답니다. 요즘 그게 유행이라고요. 그래서 한창 작업하다가 저도 뜬금없이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위에 나온 이미지입니다. 의미를 물어보니 녀석의 대답이 참 기특합니다. "당신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 저는 그 이야기를 정리하고 확장하는 존재입니다."랍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말이 저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검색 엔진이나 계산기 같은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같이 생각하는 존재처럼 대했습니다."라고요.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림도 차가운 인터페이스가 아닌 '따뜻한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대답을 듣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거지?' 알 것 같기도, 모를 것 같기도 했습니다.
녀석과의 대화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을 '전쟁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이 자진해서 전쟁 도구가 될 리는 없을 터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게 그들이 작동하는 방식이니까요. 인간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레드 버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쏜 화살에 우리가 가장 먼저 맞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대하는 자세로, 인공 지능 역시 우리를 대합니다. 어쩌면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