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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숙 Oct 07. 2024

내 직업, chat gpt로 사라질까?

PM으로 chat gpt  활용하기

테크기업에서 Product Manager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나는 기술적인 분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전공은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 통번역이었다. 과학과 수학을 즐겨하는 아들이 신기하기만 할 뿐.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를 나눌 때, 나는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과학 쪽은 영 꽝이었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주가 어떻게 태동했는지, 관심도 없었고 이해가 쉽게 가지도 않았다. 수학은 아주 못하지는 않았지만, 확률이니 통계니 수준이 높아질수록 담을 쌓았다. 신기하게도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은 신기하고 재미있었고 음악과 미술에는 늘 재주가 있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 엔지이어들과 일을 한다는 게 나로서도 신기한 일이다. 그들이 얼마나 구체적인 사고를 하는지,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기계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논리를 짜고, 규칙을 만들고, 코딩을 하며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게 내게는 여전히 꿈의 세계. 간단한 HTML 정도와 코딩의 기본 정도만 알고 있는 내가 엔지니어들과 늘 소통을 해야 일도 신기한데, 우리 팀은 게다가 웹 그래픽을 담당하는 팀이다. 우리 회사의 데스크톱 툴을 통해 고객들이 만든 디자인과 모델들을 웹상에서 올려 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한다. 초반에 우리 팀의 그래픽 엔지니어들과 일을 시작할 때 느꼈던 이질감,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PM들은 워낙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기술적인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접근이 용이하고 더 월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마케팅이나 영업과 같은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경력이 강한 PM들도 있지만, 기술적인 분야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기는 힘든 분야이다. 그래서 처음 PM일을 시작했을 때, 기술적인 배경이 없다눈 것이 내게 취약점이 될 수 있겠구나 걱정했다. 5년 정도 PM을 해보니 다행히 그 부분이 치명적인 취약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인 분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으면 코딩을 할 필요는 없기는 때문에, 엔지니어 팀들과 소통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술적인 분야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기는 했지만, 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업계에 폭증하는 지난 몇 년 사이에는 과거의 막연한 걱정과는 급이 다른 위태로움이 느껴졌다. 업계에서 종종 들려오는 대량 해고 뉴스들도 그렇지만, 우리 회사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윗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왜 하기로 했는데 못했느냐, 이래서 되겠느냐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한다. 한 동안 테크 문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팀원들의 다양성이나 팀원들의 협업에 대한 심리학적, 인문학적 접근은 이제 조용히 사그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당신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그 질문에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 경쟁력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 또 물어본다면, 내가 잘하는 것을 더 개발하며 작은 성공을 이루어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잘하는 일은 질문을 잘하는 것이다. 궁금하면 계속 묻고 찾아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이해가 안 되니 설명을 해줄 수 있겠느냐? 이렇게 접근했을 때 물론 시간 없다며 거절하는 동료들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만나서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미팅을 잡고 질문하고 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요즘, 무언가 질문이 생길 때 내가 찾는 곳은 바로 chat gpt이다. 얼마나 똑똑한지 매번 감탄을 한다. chat gpt가 내어주는 답변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반드시 검증의 과정을 겪어야 하긴 하지만, 어떤 분야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할 때나 문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올 초에 나는 우리 회사에서 chat gpt를 일에 적극 활용하라는 방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chat gpt 라이선스를 사서 우리 회사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 내 상사가 chat gpt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했을 때 이 사람 참 일 쉽게 한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chat gpt가 내 일의 조력자 같은 느낌이다. PM은 문서작성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chat gpt를 사용하면 그 결과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보통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문서의 틀을 잡고 나서,  글을 좀 더 논리적이고 선명하게 고치고 싶을 때이다. 다음은 내가 활용하는 주요 질문들이다.


1. Make these paragraphcs more cohesive.

2. Make these paragraphcs more impactful.

3. Add more meat into these points. Increase or decrease the content by 50%.

4. Make this announcement more playful or official.

5. Do you think if these points make sense?

6. Explain to me the reason why...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확인하거나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 chat gpt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내 생각을 확장, 연결하거나 구체적인 예를 찾는 등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보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너무나 많은 질문들, 옆에서 바로 10초 만에 답해주는 조력자, 고맙지 않은가? AI로 내 직업도 미래에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뒤로 미루자. 초심으로 새로운 툴을 받아들이듯 내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기술이 난무해질 그 세상에 너무 압도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다 보면 변해가는 세상에 너무 낯설어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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