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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의 자기감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by 강함수

1. 태어난 지 이제 겨우 10년이 되고 12년이 된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너무 막 대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잘한다. 괜찮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그만하고 놀아라 이렇게 말하는 순간 '더 해야 한다', '지난 번 시험 점수를 봐라', '너 학원 다는 것 몇개 없잖니', '충분히 놀고 있어. 수영도 배우고 축구도 배우고' 이렇게 말하는데 훨씬 익숙하다. 대부분 부모가 그렇게 할 것이다.


"도대체 넌 생각이 없니? 숙제를 하고 자야지", "할 일이 있는데, 그걸 보고 있니?"

2. 그만 했으면 좋겠다. 10년 뒤에 20년 뒤에 30년 뒤의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고 무엇인가 부모로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 나 처럼 힘들게 살아가지 말아야 하니,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안내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고 그런 마음은 대단하고 희생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아이에게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는 확신이 없다.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정보를 얻고 알아보고 해서 주변이 하는 것을 찾아서 도움을 받고 아이들을 몰아치는 건 아닐까.

"아빠! 나 이게 배우고 싶어", " 엄마!나도 이걸 좀 해보면 좋겠어".

IMG_0938.JPG 2011.03.10. 밤 11시에 퇴근에 들어오니, 식탁에 이렇게 해 놓고 "아빠! 이거봐 멋지지?" 하며 반겨준다.

선택과 행동의 책임은 그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기록을 향상시키고 누구보다 잘해서 칭찬을 받고 그걸 위해 열심히 하고 그런 마음보다는 난 경험을 한번 했다면, 또 다른 경험을 찾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보기를 제시해주고 한번 경험해보는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것에서 끝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3. 선택 장애. 선택 불안감. 서울 모 대학에서 8학기를 2015년까지 강의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낌 것 중에 하나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심리상태가 이것이다. 청소년기부터 부모의 질문과 끊임없는 삶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난 20살 이상의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꼭 그것이 삶을 불행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의존적 판단', '의존적 생활'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난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자주 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왜 말을 안하니", "아빠가 물어보는데 태도가 왜 그래", "막연히) 하지마, 그럴거면 다 때려 쳐"... 막말을 해 온 것 같다.

'자기감'을 키우고 건강한 정신으로 누구에게나 배려심을 지닌다면, 20살이 되고 30살이 되고 40살이 되어가면서 지금의 나보다 훌륭한 삶을 살 거라고 믿는 건 아직 내가 순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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