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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Nov 23. 2017

'국어'에 대한 오해

국어교과에 대한 선생님들의 수다

다음의 대화는 페이스북에서 국어교육에 대해서 어떤 선생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국어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화내용이 좋아 올리게 되었습니다.


모순선생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른 것 아니에요? 왜 학생들에게 자꾸 같은 느낌을 강요하는 거에요? 이는 학생들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요?"


시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문학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공감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한 작품 읽기는 잘못된 독서 방법입니다. 즉, 시를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시적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를 읽는 목적은 시인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감이 배제된 해석은 상대방의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제 멋대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종종 자신들이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런 식으로 정당화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중요하지만 작가의 감정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3 국어교사

아이들만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어른들 중에서도 문학은 답이 없는 분야인데 왜 답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심지어 국어 자체가 그렇다고, 그래서 본인은 국어를 못 한거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모순선생

네 저도 얼마전에 비슷한 말을 들어서요.^^ 근데 그들이 이리 말을 하는 이유도 결국 그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왜 배우는지 이유를 진지하게 말해주는 선생님이 없으셔서 그랬겠지요... ㅠㅠ                              


고3 국어교사

수학이나 영어도 마찬가지일텐데 그런 과목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ㅎㅎ   어떤 차이일까요? ㅎㅎ                              


모순선생

저도 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안 글도 며칠 전 누나 친구 아들이 저한테 수학을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하는데 2-3등급을 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학 노트를 보자고 했죠. 역시나 수학을 공부하는데 과정은 없고 답을 찾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수학을 왜 배우니? .....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데는 인간의 언어가 필요하듯이 자연을 이해하는데는 수학이 필요하단다. 수학도 한국어와 같은 하나의 언어란다. 그렇다면 언어 사용의 가장 기본이 무엇일까? 소통이겠지? 너의 수학 풀이 과정에서 소통의 의도가 있니? 누가 너의 풀이과정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니? 게다가 수학은 논리가 가장아 중요한 속성인데 너 풀이과정에서 논리적 전개를 고려했니?"라고 말했더니                              

아이가 그러더군요. "지난 10년 간 헛공부했네요." ㅋㅋㅋ 제가 수학은 잘 모르지만 최소한 수학을 공부하려면 수학을 공부하려는 의도에 맞게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합니다.                              


고3 국어교사

아, 제 이야기는요 유독 사람들이 국어 관련 과목에 대해서만 답이 없다는 걸 끝까지 우기고 싶어한다는 거에요 수학이나 영어를 못한 거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변명을 잘 안하거든요. 물론 학교나 교사가 그 과목을 어찌 접근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한 책임도 있겠지만, 제가 궁금한 건 어른이 되어서도 국어는 정답이 없는 과목임을 굳게 믿고 거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고도 안 하고, 국어 못한 건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거지요.ㅎㅎ (수학이나 영어 못하는 건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모순선생

아 ㅋㅋㅋㅋㅋ 제가 선생님 말씀을 잘못 이해했네요 ㅎㅎㅎ 맞아요. 유독 국어에만 그러한 잣대를 들이대죠                              

고3 국어교사

그래서 언어란 무엇인가 문학적 코드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말하려고 하면 말 그대로 궤변으로 취급하고.....전 솔직히 그런 사람들 볼 때 마다 기운이 빠져서요 ㅎㅎㅎ(수학과 마찬가지로 언어나 문학에도 서로간에 약속한 코드가 있고 그것들을 이해하는게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나아간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해도 이해하려고 안 하는 문해력 꽝인 어른들이 더 속상하거든요 ㅋㅋ 게다가 자랑으로 알아요 본인이 국어 못한 거를요ㅎㅎㅎ)                              


모순선생

아 그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국어는 국문학과가 가르쳐야 한다는 편견이 있듯이 국어교과는 왠지 문학교육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기성세대에게는 더욱 그렇죠                              


고3 국어교사

참, 그리고 이공계열 출신들 중에 그런 고집을 부리는 분들이 많다는 건 안 비밀 ㅋㅋㅋ (실제로는 매우 똑똑한 이과생의 경우 국어 교과를 유난히 잘하는 경우가 더 많음요)                              


모순선생

맞아요~ 문학에도 서로가 약속한 코드는 있습니다. 기가막힌 표현이네요. 문학은 예술이지만 다른 예술과 구분이 되는 것은 문학 나름의 표현 코드가 있어 그런 것인데. 그 코드를 무시하면 안되죠                              


수학교사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수학을 언어라고 생각하는 저는 국어와 수학이 사고나 생각을 나타내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자신의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기위해 수식을 배우고 상대방의 사고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하는 훈련을 하죠. 그래서 수학내에서는 수식을 보고 받아들이는 뜻이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답, 잘못된 풀이가 됩니다. 그런데 국어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글쓴이가 분명 전하려는 바는 명확히 존재하고(글쓰는 이유가 있기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훈련이 똑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는. 건 그 다음의 문제라고 봅니다. 
즉, 

1단계)A란 글은 a라는 것을 ◇으로 생각한다. 
2단계) 난 a를 ◇이 아닌 ■로 생각한다.
 

로 가야하는데 1단계의 중요성이 자꾸 무시되니 글을 읽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펼치게 되는 불통으로 이어진다고 여겨집니다. 문학이 답이 있냐고 묻는 어떤 문학인의 얘기에서 지은이의 감정과 주장을 읽어내지 못하는 국어교육을 통한 학생들이 그들의 작품을 읽어줄수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라는 강요가 아니라 지은이의 주장과 감정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구분하고 이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음을 느끼며...국어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교사

그런가요?? 저는 '시험문제에 답은 정해져있어서' 라고 생각하는데요. 문학은 작가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있지만(주로 이게 시험문제) 독자의 관점에서 보는 관점도 있죠. 또한 대부분의 시가 작가가 구구절절 해석하지 않잖아요. 결국 권위를 인정받은 타인이 해석한 것인데 그걸 그대로 배우는 입장에서는 시를 즐길 수 없겠죠. 


모순선생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구구절절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문학연구자들이 필요한 것인데요. 이들이 해석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은 타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나름의 논리와 타당성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이들의 해석이 대부분 인정 받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해석에는 자의성만 있을 뿐 논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본인 편의에 따라 해석한 부분을 다양성과 결부하여 인정하면 아이들은 점점 더 독선과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되겠죠.

만약 교사가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싶다면 타인의 해석을 강요하는 수업이 싫다면 평가 기준을 학생이 제시한 답안의 논리적 타당성을 두고 평가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를 평가할 교사들의 역량도 문제가 되고 이로 인한 공정성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평가의 문제보다도 교수-학습의 문제입니다. 답이 이렇다고 아이들을 외우라고 한 것이 마치 평가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 부분을 논의하자면 엄청 글이 길어지기 때문에... 요는 아이들의 다양한 해석을 인정해주는 수업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나름의 논리와 이유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가끔 새로운 그럴듯한 해석도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위 정해진 답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위의 수업 방법은 선생님들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아이들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최교사

네 공감합니다. 수업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전문적인 해석을 공부하는 것도 시를 음미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문제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전자에 치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시는 어렵고 즐길 수 없는 것이죠. 시도 하나의 생각의 도구인 셈인데 도구는 사용할 실습의 기회는 주지 않고 전시만 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공교육엔 필요해요. 수험생은 시간이 없겠지만.... 물론 실천하는 건 무척 공을 들이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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