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웹젠이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하운드13의 '드래곤소드'가 출시 한 달 만에 계약 분쟁에 휘말렸다. 300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다. 1월에 출시했는데 2월에 계약이 흔들리고 있다.
2025년 9월, 컴투스가 퍼블리싱하던 '더 스타라이트'는 출시 5개월 만에 운영권을 개발사로 이관했다. MAU가 출시 첫 달 17만 명에서 3개월 만에 8,600명으로 떨어졌다.
두 사례 모두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게임 업계 퍼블리싱 구조에서 수년째 쌓여온 균열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퍼블리싱 계약의 기본 구조는 간단하다. 퍼블리셔는 개발사에 '최소 보장금(MG)'이라는 선급금을 주고, 게임이 출시되면 매출에서 이를 회수한다. 매출이 MG를 넘으면 수익을 나눈다.
이 구조가 작동하는 전제는 하나다. "게임이 충분히 팔린다면."
2010년대 초중반에는 이 전제가 어느 정도 유효했다. 리니지처럼 10년 이상 수익을 내는 장수 타이틀이 존재했고, 출시 후 3~6개월의 '허니문 기간'이 있어서 부진한 타이틀도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출시 첫 2주가 사실상 그 게임의 생애 전체를 결정한다. 솔로 플레이 선호 강화, 경쟁 타이틀 과밀, 스트리머 중심의 초단기 흥행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MAU 붕괴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졌다. 더 스타라이트의 경우, 출시 첫 달에서 두 번째 달로 넘어가는 단 한 달 사이에 MAU가 78% 빠졌다.
MG 구조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드래곤소드 분쟁의 핵심은 MG 잔금이다. 웹젠은 MG 50억 원 중 일부를 잔금으로 남겨두었고, 출시 후 성과를 보고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웹젠의 판단은 간단했다. 잔금을 지급해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지 않았을까?
이것이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이미 투입한 비용은 매몰원가다. 잔금을 더 쏟아붓는 것은 추가 손실을 확정하는 행위다.
하운드13 입장에서는 다르다. MG 잔금 미지급이 자금난의 직접적 원인이고, 그것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구조 자체가 양측 모두를 덫에 가두는 설계다.
여기에 드래곤소드의 경우 개발 일정이 10개월 지연된 요소가 더해진다. 원래 2025년 3월 출시 예정이었던 게임이 2026년 1월에 나왔다. MG를 산정할 때 가정했던 시장 상황과 출시 시점의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미 계약 당시의 전제 조건이 무너진 상태에서 게임이 출시됐다.
컴투스의 2024년 영업손실 전망은 58억 원이다. 이미 적자인 회사가 MAU 8,600명짜리 게임을 붙들고 있을 이유는 없다. 과거에는 "1년은 버텨보자"는 문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분기 실적 압박과 상장사 주주 감시 강도가 높아지면서 그 기준이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이것이 건강한 시장 조정일 수도 있다.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 것은 결코 좋은 경영이 아니니까.
문제는 이 '빠른 손절'이 개발사에게는 재기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실패 한 번으로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생태계는, 장기적으로는 퍼블리셔 자신에게도 독이다. 새로운 IP와 새로운 개발사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대형사들이 식힐 새로운 IP 풀 자체가 고갈된다.
솔직히 말하면, 국내 퍼블리싱 구조가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첫째, MG 구조 자체가 축소되고 지분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MG는 성과와 무관하게 퍼블리셔가 리스크를 전부 지는 구조다. 앞으로는 초반에 소액 지분을 투자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투자하는 단계적 구조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경우 개발사는 IP 소유권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둘째, CBT 등 사전 지표가 퍼블리싱 계약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이미 일부 퍼블리셔는 계약 전 리텐션, DAU, 초기 결제 전환율 같은 수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출시해봐야 안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 오고 있다. 중국 대형사들은 이미 이 방식을 내재화했다.
셋째, 살아남는 개발사는 글로벌을 먼저 보는 곳이 될 것이다. 국내 퍼블리셔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스팀이나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먼저 검증하는 것이다. 글로벌 지표가 있으면 협상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드래곤소드와 더 스타라이트는 단순한 실패 사례가 아니다. 10년 넘게 유지되어온 국내 게임 퍼블리싱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퍼블리셔는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개발사는 생존을 원한다. 두 목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던 시대가 끝났다.
이제 개발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퍼블리셔를 만나는 운"이 아니라, 퍼블리셔 없이도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리고 퍼블리셔에게 필요한 것은,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 전에 손절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 구조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향후 5년 국내 게임 생태계의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