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꿈을

도서관에서 꿈을

by 이만저만

오늘 난 도서관에 간다. 지나는 길 조그만 공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강아지들도 산책을 나와 이리저리 킁킁대며 즐겁다. 겨우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던 나무는 연둣빛 어린잎과 꽃들로 눈길을 빼앗고 있다. 다소 불편해 느려진 나의 걸음을 더욱 천천히 걷도록 붙잡는다.

얼마 전 다리가 저려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허리디스크 간격이 좁단다. 무리한 운동 탓이라고 한다. 일주일 동안 약을 먹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허리와 발에 생긴 발진으로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그렇다고 했다.

8년 전. 새벽출근과 자정퇴근 그리고 주말출근이 일상이었던 때였다. 목에 동전만한 멍울이 생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발이 아파 찾아갔던 동네병원에서 우연히 검사를 받았다. 진료 의뢰서를 써주며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대학병원의 검사 결과 다행히 양성종양으로 나왔다. 제거 수술을 한 일주일 뒤. "죄송합니다. 가끔 이런 경우가 발생합니다. 조직검사 결과 악성종양으로 나왔습니다. 림프종입니다."라고 의사가 말했다.

마음이 착잡했다.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유전 등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고, 면역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만 했다. 집과 가까운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하고 치료 일정을 잡았다. 항암치료를 받기 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주일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무사히 6차까지 치료를 마쳤다. 그 후 5년 간 재발의 두려움을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뜨렸다.

만약 치료제가 맞지 않아서 또는 재발되어 이 세상을 떠났다면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을 놓쳤을까.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이 무엇일까. 치료가 끝나고 완치가 되면 뭐든지 다 할 줄 알았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던 그즈음. 자기 계발 도서를 많이 읽었다.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실천하고자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저자의 경험이 나에게는 맞지 않거나 내가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전과 달라진 내가 되고 싶었다. 혼자 그 방법을 찾기 어려워 도서관에서 하는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운중도서관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인문학' 강좌를 들었고,『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읽고 서현도서관의 저자 강연회에도 참석했다. 책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정도서관의 '작가양성 독서회'를 수강했다. '독서회'보다는 글쓰기에 방점이 있었다. 처음 글을 써보고 앞으로 나가 쓴 글을 발표했다. 내 이야기를 나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 글을 발표하며 감정이 일렁였던 적도 있었다. 참 낯선 경험이었다. 그 뒤 '4050 중장년 독서 살롱'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 독서 살롱에서 읽었던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에 감정이 북받쳤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며 참여하는 '작가양성 독서회' 수업은 나와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수업을 듣다 어느새 생각에 잠겨 멍해진 나를 가끔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 평상시 생각하지 못했던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갑자기 툭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단편적인 생각의 줄을 타고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수업이 끝나 있다.

진솔한 수필이나 아름다운 소설 읽기로 감동을 받고, 직접 글을 쓰면서 나와 타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군가는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존재가 실제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고도 한다. 이런 변화가 조금이나마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절실하게 변화가 생길거라고 믿고 싶다.

나는 도서관에서 듣는 강좌와 책으로부터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고 있다. 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병들지 않기 위해 책을 통해 위로받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고비와 마지막 순간에 마주하게 될 두려움으로부터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마침내 내가 꿈꾸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당신이 있어 따뜻했다'라고 기억해 준다면, 나는 인생에 아무런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도서관에서 꿈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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