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현서 May 08.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0)

- 말라가(Malaga) 가는 길 -

 오늘은 말라가로 이동한다. 오후 1시 버스이라서 서두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이 어데 그런가? 아내는 어젯밤에 짐을 다 싸놓았다. 아침에 내 소지품만 배낭 가방에 넣으면 된다. 내가 편하니 좋다.


 9시 쯤 호텔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식당이 조용해서 좋다. 여유 있게 식사를 한 뒤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우버 택시를 불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이제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면 된다. 2시간 45분 여정이다. 


 버스정류장에 한국인 자유여행자들이 보인다. 어제 왕성에서 줄서기 할 때 보았던 가족 일행도 있다. 아마 그라나다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내가 예약한 버스회사는 알사(ALSA)인데 이 회사는 승차권 판매 창구를 닫아놓고 자판기를 설치해 놓았다. 가만히 보니 자판기 사용에 미숙한 사람들이 많아 자꾸 오류가 생기는 모양이다. 나이든 알사 종업원이 들락거리며 자판기를 고치기도 하고 미숙한 사용자들을 돕기도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노인들을 포함해 따라가기가 힘든 계층들을 여기에서도 본다.



 시간이 1시가 가까운데 안내판에 말라가 행 버스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는다. 알사(ALSA) 종업원에게 왜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잘 모르겠다며 통상적으로 30번이나 31번에서 출발하니 그곳으로 가보라고 한다. 출발 시간 10여분 남겨놓고 30번 플랫폼에 가보니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이렇게 와있지? 하고 생각하며 짐을 넣고 탑승한다. 직행노선이다. 그래서 보니 화장실이 있는 버스이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20대 후반 정도의 젊은이가 버스 출발하기 전부터 큰 소리로 통화하고 있다. 문득 걱정이 된다. 중동 계 이주자 같은데 스페인어와 다른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말라가 도착할 때까지 통화를 한다. 들어보니 대상자를 계속 바꿔가며 본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누구하나 제지하는 사람 없이 사람들이 견디고 있다. 뒤돌아보니 인상이 만만하지 않다. 아내는 견디지 못하고 버스 뒤에 빈자리를 확인하고 옮겨간다. 옆자리 승객은 자세를 통로 쪽으로 돌려서 앉아 있다. 어떻게 3시간을 통화할 수 있을까? 너무 배려가 부족한 인성이다.


 버스가 세비야 시내를 벗어나 주변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많은 제조업 회사들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세비야가 관광산업 외에 어떤 산업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많은 기업체들이 이렇게 도시 외곽에 넓게 자리하고 있다. 2000년 전후 스페인 산업구조는 한국과 매우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금은 그 구조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비야에서 말라가 가는 여정 내내 볼 수 있는 풍경은 넓은 평야와 구릉 그리고 낮은 산에 보이는 올리브 경작지, 밀밭이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과 어울려 가슴 시원한 풍경을 보여준다. 부러운 마음으로 사진 몇 컷을 찍어둔다.



 말라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다. 버스정류장은 그런대로 잘 정리되어 있다. 호텔은 아파트 호텔로 익스피디아(Expedia)를 통해 예약했는데 체크인 과정을 포함해 숙소 수준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말라가 일정이 4박 5일인데 조금 불편한 것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복잡하고 불친절한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눈에 익어진다. 특히 숙소가 3층인데 옥상 베란다를 이용할 수 있어 흥미롭다. 



 짐 정리하고 씻은 뒤 숙소 근처 탐방에 나선다.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 디아(DIA) 슈퍼마켓에 들러 생수와 음료수 그리고 과일 등을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골목길을 나서자 강이 보인다. 그런데 물이 완전하게 말랐다. 지도를 찾아보니 과달멜리나강(Rio de Guadalmelina)이다. 이 강변 옆길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보니 산책로가 나온다. 늦은 오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길을 걸어본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좋게 한다. 아마 이 산책로 주변이 중상층이 사는 지역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저녁에 노트북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몇 가지 일을 하는데 공기가 매우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이 좋아진다. 서머타임이 있기는 하지만 저녁 9시 20분인데도 불구하고 저 멀리에 석양노을이 보인다. 11시 가까운 시간까지 옥상에 있다가 자려고 주섬주섬 내려온다. 이 옥상은 서향이라 오전 중에는 그늘이 져 시원할 것이다. 내일 아침 식사는 여기에서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3개월 살이(39-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