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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09.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1)

- 햇볕은 쨍쨍, 바람은 선선, 말라게타(Malageta) 해변 -

 아침 9시경 숙소를 나와 말라게타(Malageta) 해변을 향한다. 구글 앱으로 거리를 측정하니 2.1 킬로미터가 나온다. 이 정도의 거리는 항상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의 공기는 선선하다.


 지도를 보니 과달메디나(Guadalmedina) 강이 도시를 동서로 가른다. 그러니까 강은 남북으로 흐르는 것이다. 동부는 말라가 성당, 알카사바 등 구도시가 중심이고 서부는 이후에 확장된 신시가지인 것 같다. 내 생각이 그런데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강은 마른 강이다. 물이 보이지 않는다.



 말라게타 해변을 가려면 구 시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대성당과 알카사바 그리고 로마유적지를 거쳐서 간다. 주요 유적지와 해변 관광이 하루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된다. 로운리 플래닛 (lonely planet) 가이드북에 의하면 말라가의 3대 관광지는 대성당, 알카사바, 피카소 박물관이라고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말라게타 해변이기 때문에 구도시의 대성당과 알카사바 성 등은 곁눈질만 하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카사바 성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해변 가는 길목의 어느 곳에서도 멀리 보인다. 골목길의 풍경도 아침 햇볕을 받아 아름다운 음영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음영을 좋아한다. 마음이 잔잔하게 정돈된다.



 대성당 부근 골목길이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도시가 그때 부유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리석이 상처를 입어 연륜을 느끼게 하는 곳도 많다.



 해변입구에 들어가니 선착장이 나오고 크루스 선박과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것이 보인다. 선박의 하얀 색깔이 푸른 바다와 잘 조화되어 예쁘게 보인다. 



 말라게타 해변의 산책로가 길고 아름답다. 공원도 길게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이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매우 상쾌한 기분을 만든다. 햇볕은 쨍쨍한데 바람이 선선해서 땀도 나지 않는다. 그늘에 들어가면 아주 상쾌하다.



말라게타 해변은 매우 길고 넓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유명한가 싶다. 그리고 참 신기한게 바람이 아주 선선하다. 지금이 5월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만약 여름에도 그런다면 참 좋은 해수욕 환경이 될 것이다.



 아내는 요즘 셀카 찍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데 생각같이 표정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안 보이면 혼자 열심히 셀카를 찍는데 별로이다. 그런데 자꾸 나와 함께 찍자고 해서 나를 어렵게 만든다. 나는 정말 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더군다나 셀카는 더 피하고 싶다. 그런데 억지로 잡고 찍는다. 그러니 딱딱하거나 코미디안 표정이 나온다. 



 해변도로가에는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이제 여름휴가철이 되면 고층 아파트를 빌려 입주하는 피서객들이 매일 북적거릴 것이다. 



해변에는 벌써 몸을 태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에 누워있다. 아내가 따라오면서 투덜댄다. 가슴을 다 내놓은 체 선탠을 하는 여자들이 있다면서... 그쪽을 보지 마라고 한다. 나는 시력이 별로라서 다초점 안경을 쓰고도 거리감이 있으면 흐릿하게 본다. 말을 하지 않으면 의식도 하지 않았을 텐데 쓸데없는 걱정 한다고 생각하며 걷는다. 그러나 대꾸하면 말이 길어진다. 



 점심은 해변 가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바다를 보며 먹는다. 내가 말라가를 오게 된 이유가 있다. 아내가 TV에서 연예인들이 말라가 해변에 와서 여행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을 본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자꾸 말라가 해변 얘기를 해서 필연적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식당도 신경을 좀 썼다. 



식사는 전식으로 생선 수프와 샐러드 그리고 본식으로 해산물 파에야를 주문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2인 분인데 4명이 먹어도 될 분량이다. 아내가 상그리아도 한잔 주문했는데 입가심만 하고 마시지 않아 내가 마신다. 포만감 있게 식사를 마쳤다.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피로감이 느껴진다. 상그리아 효과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쉬는데 자꾸 졸음이 온다. 아내가 누워 자라고 권유한다. 다행히 벤치가 길다. 그늘의 벤치는 매우 선선해서 잠깐 잠이 깊게 든 것 같다. 일어나니 기분이 훨씬 개운하다. 



 돌아오는 해변 산책로에서 시내로 나가려다가 길을 잘 못 들어 헤매다가 선착장(Muelle Uno)으로 들어가게 된다. 선착장은 관광 크루스를 탈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인데 이곳에 노상매점식의 상가와 카페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로운리 플래닛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곳이다. 아내에게 크루스를 타겠냐고 물었더니 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주변만 돌아보고 나온다.



 내일은 아침 일찍 네르하(Nerja)를 가야 해서 슈퍼에서 과일만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이렇게 말라가에서 하루를 또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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