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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09.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2)

-하얀 도시 네르하(Nerja), 동굴과 아름다운 해변 -

 네르하(Nerja)에 가기 위해 8시에 숙소를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과달메디나 강을 따라가다가 도심 골목으로 들어가는 경로인데 건널목이 많고 길이 곧지 않아 심리적으로 멀게 느낀다.


 말라가 도착할 때는 몰랐는데 버스정류장 바로 곁에 말라가 기차역이 크게 들어서 있다.



 네르하행 버스를 탄다. 완행버스인 것 같다. 지정석은 없고 네르하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을 정차하며 승객을 내려주고 싣는다. 승차권에는 1시간 45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2시간 가깝게 걸린 것 같다. 종점은 네르하 동굴 정차장으로 별 일 없이 도착한다. 가는 길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고속도로이다.



 네르하행 승차권 구입할 때 참고할 것은 종점이 두 곳이라는 것이다. 한 곳은 시내 정류장이고 다른 곳은 네르하 동굴 정류장이다. 나는 이것을 모른 체 온라인 구매했는데 동굴 정류장이었다. 시내에서 동굴까지는 3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이다. 시내에서 동굴 가는 방법은 택시나 소위 트렌(Tren)이라고 부르는 관광열차인데 편도 4유로이다. 이 모든 것은 아무런 정보 없이 네르하 동굴 정류장에 도착해서 파악한 것이다.



 동굴 입장료는 성인 17.5유로인데 경로는 15.5유로이다. 65세 이상이라고 하면 바로 할인해 준다.



 동굴 입구는 아담한 건물이다. 땅속으로 들어가니 클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다. 방문객이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들어가는 시차를 조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방문객은 계속 도착하지만 인원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내는 동굴을 싫어한다. 우선 무릎이 시원치 않아서 동굴의 불규칙한 오르막과 내리막길에 부담을 가지고 있고 동굴의 독특한 습한 냄새를 싫어한다. 아내는 냄새에 민감하다. 그래서 고성이나 지어진 지 오래된 성당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돌로 지어진 이들 건물에서 풍겨 나오는 칙칙한 냄새로 속이 뉘엿거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따라 들어오며 내게 주의를 준다. 사진 많이 찍지 말라고....


 나는 처음에는 아내의 위치를 확인하며 걸어갔지만 중간에 보니까 아내가 사라졌다. 아마 쭉 돌아 출구 쪽으로 빨리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차분하게 동굴을 둘러본다.


 네르하 동굴은 1959년 5명의 청년들이 우연하게 발견했다. 18,000 ~ 20,000년 전 구석기 말기에 호모사피엔스 삶의 흔적인 암각화와 토기 등이 발견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네르하 동굴의 전체 크기는 면적기준 35,484 평방미터이고 관광객에게 개방된 면적은 9,371 평방미터이다.


 개방된 동굴의 공간 규모와 넓이 그리고 종유석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하고 원시적인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2019년 가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가본 드라치 동굴(Cueva de Drach)과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훨씬 남성적이라고 할까?



 동굴의 장엄함에 취해 정신없이 돌아다닌 뒤 출구로 나오니 아내가 출구 밖 벤치에 앉아있다. 동굴 출구 건너편에 있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뒤 시내로 내려가기 위해 트렌을 타야 하는데 물어보니 트렌이 동굴 공원 내에 들어온다고 한다. 트렌 좌석이 제한되어 있어 걱정했는데 마지막 자리를 얻어 탔다. 이 트렌을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이다. 트렌은 네르하 시내를 통과해 해변 가에 내려준다.



 네르하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바다가 푸르고 배후 도시에 하얀 집들이 많아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라게타 해안과 비교하면 규모나 편리함이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해변 가로 내려와 넓은 바다에 취해 사진 한 컷 찍었더니 어데서 ‘밥 좀 먹자’ 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내가 해변으로 내려오는 그 순간 해변 가 식당 테라스로 들어간 것이다. 벌써 바다가 보이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 앉아 있다.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주문해 만족하게 먹는다.



 식사 후 해변의 산책로를 걸어본다.



 말라가로 돌아가는 3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하얀 칠을 한 집들이 인상적이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하얀 집들이 어울리고 있는 네르하 풍경은 멀리서 볼수록 빛나고 아름답다.



 3시 30분 버스를 타니 50분 정도 걸려 말라가 정류장에 도착한다. 갈 때는 2시간 걸렸는데 돌아올 때는 50분이라니...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걸어서 숙소에 돌아온다. 오늘 14,000 보 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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